「SPACE(공간)」 2025년 8월호 (통권 693호)
다시, 여의도
여의도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여의도 정가와 63빌딩이 먼저 생각난다면 당신은 베이비붐 세대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한강 피크닉과 벚꽃 명소, 더현대 서울의 조경 등 콘텐츠 제작의 배경을 그리고 있다면 감각적 체험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부동산과 도시개발에 민감하다면 최근 금융지구에 추진 중인 4대 주요 오피스 프로젝트나 아파트 재건축, 제2세종문화회관 등이 관심사일 것이다. 정치, 경제, 금융, 마천루, 방송과 언론, 공원 등 무엇을 떠올리든 여의도와 관련한 이미지의 시원을 쫓다보면 1960년대 새로운 서울에 대한 열망과 마주하게 된다.
196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미래에 대한 관심이 유행하던 때로, 한국 역시 건축과 도시계획에 유토피아적 열망이 만연했던 시기다. 1960년 이후 한국에서는 도시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불도저라 불리던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은 여의도 부지를 매각해 시 재정을 확보해 ‘새서울’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무섭게 추진했다. 여의도 개발 실무를 담당했던 손정목은 당시의 김현옥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평소에도 약간은 미치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면 그 광기는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올랐다. ‘한강개발계획을 세워라. … 여의도에 제방을 쌓아서 가능한 많은 택지를 조성한다. … 한강홍수를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여의도를 신도심으로 조성하려 했던 김현옥은 윤중제를 착공하며 김수근에게 도시계획을 의뢰했다. 김수근은 세운상가 설계의 주역이었던 윤승중을 비롯해 박성규, 김규오, 김원, 김석철, 김환, 김문규 등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 젊은 건축가들과 함께 「여의도 및 한강 연안 개발계획」(1969)을 완성한다. 메가스트럭처 운동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단게 겐조의 ‘도쿄계획: 그 구조개혁의 제안’(1961)의 깊은 영향을 받아 선형도시나 인공대지의 도입 등을 강조하며, 자동차 시대를 대비해 자동차와 보행자의 공존을 고민한 도시계획이다. 그러나 김현옥이 와우아파트 붕괴(1969)의 책임을 지며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재정난에 시달리던 서울시는 박병주에게 새로운 ‘여의도종합개발계획’(1971)을 맡기고, 여의도에 시범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하면서 김수근의 여의도 계획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후에 손정목은 소득 수준 150달러 시대의 구상치고는 꿈과 같은 설계도였으나, 이런 대담한 그림이 우리나라 도시계획 역사에 남겨졌다는 사실만으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성공 이후, 1979년 증권거래소 건물이 준공되었고, 여의도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금융ㆍ증권업의 중심지가 된다.▼1 이후 대한생명빌딩(현 63빌딩, 1985)과 럭키금성 트윈타워(현 LG트윈타워, 1987)가 연이어 준공되면서 지금의 여의도 스카이라인의 상징적 시작이 된다.
「SPACE(공간)」 8월호 특집에서는 ‘LG트윈타워, 이상도시의 꿈을 이어가다’라는 제목으로 미래지향적 신도시를 꿈꿨던 여의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오피스 빌딩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LG트윈타워는 1981년 SOM(스키드모어, 오윙스 & 메릴)에 의해 34층 쌍둥이 빌딩으로 계획되어 LG그룹 창립 40주년인 1987년 럭키금성 트윈타워로 완공됐다. 그리고 지난 2024년 원설계자인 SOM과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의 설계로 공용부의 리모델링을 마쳤다. 정윤천(홍익대학교 교수)은 럭키금성 트윈타워의 건축을 여의도의 개발 맥락 속에서 살피며, 미국 기업형 설계사무소의 오피스 건축 계획 문법이 1980년대 대한민국의 건축 생산 환경과 어떻게 결합하고 변주되었는지 추적한다. 더불어 이번 리모델링을 담당한 SOM의 이달호,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의 정운갑과의 비평적 대화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오피스 건축에 대한 논의의 장을 펼치며, 여의도의 변화된 도시환경 속에서 LG트윈타워가 다시금 촉발한 미래도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모색한다.
편집장 김정은
1 조현정, ‘여의도 계획: 모더니즘 유토피아, 또는 관료주의 계획’, 「건축신문」 2019년 3월 28일; 조현정, 『전후 일본 건축』, 마티, 2021; 손정목,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2』, 한울, 2003.
「SPACE(공간)」 2025년 8월호 (통권 693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20 FEATURE
LG트윈타워, 이상도시의 꿈을 이어가다
LG Twin Towers: Continuing to Pursue a Dream of the Ideal City
022 FEATURE: HISTORY
036 FEATURE: CRITIQUE
지역화된 건축적 이상: 럭키금성 트윈타워_ 정윤천
Regional Architectural Ideals: Lucky-Goldstar Twin Towers_ Jung Yoonchun
042 FEATURE: INTERVIEW
임직원에 의한, 임직원을 위한: LG트윈타워 리모델링_ 박설희, 정우용 × 김정은
Created with and Dedicated to Employees: LG Twin Towers Remodeling_ Seol Park, Jung Wooyong × Kim Jeoungeun
048 FEATURE: PROJECT
LG트윈타워 로비 및 아케이드 리모델링 – SOM+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LG Twin Towers Public Areas Remodeling – SOM + Junglim Architecture
058 FEATURE: DIALOGUE
미완의 도시, 지속하는 건축: LG트윈타워의 과거・현재・미래가 던지는 질문들_ 정윤천 × 이달호 × 정운갑
An Unfinished City, Evolving Architecture: Questions Raised by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the LG Twin Towers_ Jung Yoonchun × Lee Dal-Ho × Jeong Woongab
068 CROSS CRITIQUE
청운동 작은집 -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vs. 청운동 P씨댁 - 김효영건축사사무소
형태 속의 이야기들_ 서재원 × 김효영 × 박지윤
The Petit House, Cheongun – aoa architects vs. Residence for Mr. P – KHYarchitects
Stories in Form_ Suh Jaewon × Kim Hyoyoung × Park Jiyoun
088 PROJECT
마들렌 르노&장-루이 바로 도서관 - 제이콥+맥팔레인
Madeleine Renaud & Jean-Louis Barrault Library – JAKOB+MACFARLANE
100 LIFE
장애물 없애기, 그 너머를 그리다: 데이비드 기슨, 리처드 도허티_ 데이비드 기슨, 리처드 도허티 × 김보경
What Lies Beyond Barriers: David Gissen, Richard Dougherty_ David Gissen, Richard Dougherty × Kim Bokyoung
108 REPORT
스테이, 그 다음: 지랩_ 노경록, 강해천 × 방유경
Stay and More: Z_Lab_ Noh Kyungrok, Kang Haecheon × Bang Yukyung
120 REPORT
흙과 서사로 만들어낸 켜: 문경 유기장 전수관_ 박희찬 × 김혜린
Layers of Earth and Narrative: Bangjja Yugi Museum for Bongju Lee’s Korean Brassware in Mungyeong_ Heechan Park × Kim Hyerin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몸짓으로 구축하는 시공간의 레이어_ 손민선, 조형준 × 김혜린
Constructing Space and Time Through Gesture_ Son Minsun, Cho Hyeongjun × Kim Hye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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