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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되는 건축: 가스미가우라호 동물과 모두를 위한 집

다카하시 잇페이 건축사무소

사진
다카하시 잇페이 건축사무소
자료제공
다카하시 잇페이 건축사무소
진행
이소운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5년 12월호 (통권 697호) 

 

  

 

 

인터뷰 다카하시 잇페이 다카하시 잇페이 건축사무소 대표 × 이소운 기자 

 

 

이소운(이): 가스미가우라호 동물과 모두를 위한 집(2024)은 오래된 박물관 시설을 리노베이션한 공공 프로젝트다. 처음에 이 장소를 어떻게 인식했고, 건축가로서 어떤 방향을 제안했나?

다카하시 잇페이(다카하시): 이 프로젝트는 나메가타 시청에서 공립 과학관의 일부로 쓰이다가 방치된 건물들의 재생 방안을 요청해오면서 시작되었다. 인기 없는 전시 프로그램으로 존재 가치를 상실한 시설이었다. 나는 근처에서 관광 목장을 운영하면서 민간투자 사업(Private Finance Initiative, PFI) 운영을 총괄하는 친구와 상의했고, 이 부지에 동물들을 데려와 자유롭게 풀어 키우자는 아이디어를 함께 제안했다. 동물과 함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서로 교류하는 장소로 바꾸자는 것이다. 기존 시설은 처음부터 과학관이라는 용도가 정해져 있었고, 기계나 패널을 이용한 구식 전시 방식은 이곳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를 강요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자연 속 동물들처럼 좀 더 느슨하고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었다.

 

이: 당신은 현재까지 건축의 역사를 ‘내부로부터의 건축’이라 규정하고 비판해왔다.▼1 건축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진단했고, 이 프로젝트의 접근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다카하시: 서양 철학의 이성적 접근에 기반한 근대성은 인간을 자연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간극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자연과 인간 사이가 너무 멀어지면, 인간은 사고를 멈추고 목적을 잃으며, 결국 기계적 존재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를 최대한 좁혀, 본래 우리가 지닌 감각과 사고를 다시 깨울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주장해온 전략은 ‘외부로부터의 건축’이다. 만약 건축적 접근이 내부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머문다면, 건물은 문제해결을 위한 장치로 전락하게 된다. 나는 건축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완화하고, 우려를 최소화하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안정된 장소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전자를 서양의학에 빗댄다면,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시도한 방식은 동양의학에 비유할 수 있다. 이것은 건축을 하나의 ‘환경’으로 기능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기존 박물관을 동물원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A, B동은 남겨두되 일부 해체했고, 보행로 구조물과 접수동을 증축했다. 이러한 보존·해체·증축의 혼합 수법이 앞서 말한 당신의 사고방식과 어떻게 연관되나?

다카하시: 나는 근대적 건축 공간에 ‘외부(outside)’와 ‘외부성(externality)’을 도입하고자 한다. 여기서 외부성이란 외부라는 개념이 건축적 행위로 드러나는 방식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는 모든 형태의 건축적 행위들을 결합해 부지 전체를 새로운 공간 경험으로 변화시키고, 오늘날 지속되고 있는 인간 중심의 ‘공간’ 구축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함께 주체가 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그중 하나는 증축으로, 우리가 ‘테라스’와 ‘랜드마크’라고 부르는 증축물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테라스는 부지를 따라 길게 이어지며 기존 건물과 주변 풍경 사이를 굽이치듯 오가는 콘크리트 보행로로, 부지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랜드마크는 물리적으로 외부에 있는, 자연과 바로 접속하는 건물로, 주변 자연에 스며들 만큼 충분히 높고 개방적이다. 다른 하나는 철거다. 동물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예전에 비해 건물들을 빛과 바람, 비, 식물에 개방해야 했다. 이를 위해 나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세계를 부분적으로 해체하고 다시 자연이 스며들 수 있게 했다.

 

이: 구불구불한 보행로와 벽면의 큰 개구부는 풍경을 나타났다 사라지게 하며 연속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동선 계획은 어떤 인지적 효과를 의도한 것인가?

다카하시: 보행로는 분명 연속적 시퀀스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이 시퀀스가 신축과 기존 건물 사이의 위계를 알아보기 어렵게 만든다. 보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두 요소가 서로 너무 닮아 있어 무엇이 신축이고 무엇이 기존 건물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보행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장면들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게 된다.

 

 

 

 

 

​이: 건물을 자연에 개방하기 위해 기존 A동은 내벽 대부분을 털어냈고 B동은 지붕을 제거했다. 해체를 결정하는 데 기준이 있었나?

다카하시: 일반적으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기존 건물이 가진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하는 데서 시작한다. 문제들 중 하나는 기능적 불편함이었고 나머지는 노후화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지붕을 제거하게 된 것도 빗물 누수와 열화 때문이었다. 반면 콘크리트 벽 구조는 여전히 견고했고, 미래에도 남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형 계단에 있던 큰 구멍은 데드스페이스를 드러내는 요소였고 나는 이 부분을 자연과 동물에게 열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언급된 건축적 개입 이외에, 기린이라는 비인간 존재 자체가 환경을 변화시키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카하시: 기린은 인간보다 훨씬 크고, 당연한 말이지만 생김새 또한 분명하게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기린이 자연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린이 이곳에 존재하는 상황이, 자연이 바깥에서 우리의 인공적 세계로 들어오는 것임을 나타낼 수 있기를 바랐다.​ 

 

이: 기린의 서식과 인간의 체험을 같은 레벨에 둔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동물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 도입된 설계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다카하시: 일반적인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이 지면보다 낮은 곳에 있거나 금속 펜스와 해자로 둘러싸여 있으며, 때로는 건물 안에 갇혀 있어 인간이 그 너머에서 바라보는 방식으로만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는 그 반대가 된다. 인간이 동물에게 관찰되는 위치에 놓이고, 인간이 오히려 둘러싸인 상태가 된다. 이곳에서는 동물의 공간이 먼저이고 우선순위를 가진다. 예를 들어 기존 전시실은 지붕만 남긴 채 야외 공간으로 바꾸어 기린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고, 바람과 빛 속에서 인간과 기린이 같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게 했다. 또한 새로 추가된 보행로인 테라스는 인간을 동물과 같은 지면으로 이끌며, 기존 건물 외곽을 따라 추가된 동선은 일종의 ‘인간 우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현재 기린 외에 어떤 다른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나? 기존 건물을 재사용하면서 각 동물 종의 서식지를 계획하는 과정에 어떤 점이 고려되었나?

다카하시: 우선, 나는 기존 시설이 가능한 자연에 열려 있고, 자연과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그러자 동물들은 자신들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곳 어디서든 살기 시작했다. 기린은 지붕이 있는 오픈스페이스와 넓은 정원이 있는 큰 공간에서 산다. 아프리카에서 기린의 서식지 근처에 사는 케이프펭귄은, 이곳에서도 정원과 가까운 높은 벽이 있는 공간에 배치했다. 큰 개구부가 있고 지붕이 없어 햇빛과 바람을 받을 수 있다. 염소와 양은 언덕을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서진 계단과 새로 자란 식물의 그늘이 언덕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계단 아래에는 큰 개구부를 통해 들어오는 빛·바람·비와 함께 카피바라가 살고 있다. 마라, 거북, 열대 조류는 따뜻하고 어두운 실내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의 어두운 필로티를 유리 새시로 둘러 갤러리 공간으로 만들었다. 올빼미는 특히 사람과 친밀해, 도서관의 한 코너에 살고 있다.

 

이: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 장소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가?

다카하시: 이 프로젝트에 완성이라는 건 없다. 현장이 점차 녹지와 동물들로 채워지며 자연이 더 무성해질수록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새로운 에덴처럼 말이다.

 

 

 

 

 

​1 다카하시가 말하는 ‘내부로부터의 건축’은 건축이 자기 안에서 닫힌 논리—설계자의 관념, 합리성, 문제-해법 구조 등—를 근거로 정당화되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이를 ‘현상 추종적 리얼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응하는 ‘외부로부터의 건축’은 의도나 논리가 아닌 자연, 비인간적 존재, 환경적 조건과 같은 외부의 힘이 건축을 형성하게 해야 한다는 그의 태도를 뜻한다. 

 

 

 

 

 

월간 「SPACE(공간)」 697호(2025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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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잇페이
다카하시 잇페이는 1977년 도쿄에서 태어나 2000년 도호쿠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요코하마 국립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니시자와 류에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으며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10년 자신의 사무소인 다카하시 잇페이 건축사무소를 설립했다. 그의 작업은 일찍이 주목받아, 2016년 카사 O(2014)로 일본건축학회(AIJ)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도쿄 아파트 하우스(2018)로 요시오카상, 2020년 가와타니 하우스(2019)로 일본건축가협회(JIA) 신인상을 받았다. 주요 작업으로는 시치가하마 토야마 보육원(2013), 도쿄예술대학 조소동 증축(2023), 7(202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