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3월호 (통권 700호)
하목층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조성되고 가꾸어져 온 호암미술관 서측. 낙우송이 열 지어 선 숲이 펼쳐지고, 그 뒤편으로는 샌드스톤을 쌓아 올린 옹벽 위에 조각공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프랑스 조각가 앙투안 부르델의 작품들이 놓였던 장소로, 우리는 이 조각공원에 카페를 설계하는 설계공모에 초청받았다.
당초 제시된 대상지는 저수지를 내려다보는 기단처럼 들어 올려진 공원의 상부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쩐지, 낙우송 숲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다가 옹벽 너머로 스며들 듯 진입하는 상상에 더 깊이 매료되었고, 그 제안으로 공모에 당선되었다.

이후 몇 단계의 수정과 변경을 거치며, 호암 카페는 샌드스톤 옹벽 뒤의 땅속에 묻힌 하나의 홀이 되었다. 기존 옹벽은 새로운 구조체와 이어져 건물의 외벽이 되었고, 세월의 흔적을 아름답게 품은 샌드스톤은 철거 후 다시 반입해 마감재로 재사용했다. 장소에 축적된 시간이 그렇게 새로운 건축으로 스며들었다. 낙우송 숲길을 따라 걷다 샌드스톤 벽에 다다르면, 작은 터널과도 같은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듯 진입하게 된다. 이 공간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며 점차 외부의 빛이 희미해짐과 동시에, 방문자는 깊은 어둠과도 같은 카페의 메인 홀로 이끌린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서, 마치 발견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세계가 있었던 것처럼 선큰 정원이 빛나고 있다.

원래 조각공원이 놓여 있던 상부 정원은 의도적으로 비워두었다.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숲과 이끼 낀 샌드스톤만을 두고 비워둔 이 공간은, 앞으로 예술과 건축의 다양한 실험을 담아낼 큰 장으로서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상부 정원이 지니게 될 미지의 큰 하중을 견디면서도, 하부 공간을 기둥 없는 하나의 넓은 홀로 확보하기 위해 아치형 철골보를 도입했다. 부드럽게 휘어진 일련의 아치보들은 공간에 고요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기계 설비를 담아내는 구조적 틀이 된다.

내부의 주요 마감재로는 탄화코르크를 사용했다. 코르크를 쪄내 부드러운 텍스처를 가진 탄화코르크는 훌륭한 흡음재이기에 둥근 천장의 홀을 소란스럽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열이 가해지면서 어두워진 색과 그대로 노출되는 입자 사이의 공극은 흙 속에 파묻힌 건축의 이미지에도 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숲, 그리고 샌드스톤 위에 피어오른 이끼와 같은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리며 맞물릴 수 있는 건축을 만들고자 했다. 이곳에서 건축은 숨겨져 있으면서도 드러나 있다. 땅속에 자리 잡아 오래된 풍경과 새로운 건축을 조용히 하나로 엮어내며, 장소의 시간에 포개어지기를 바랐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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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김남(김진휴, 남호진)
양나임, 이유나, 정재훈, 구민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
관광휴게시설
30,925㎡
159.83㎡
1,385.09㎡
지상 1층, 지하 1층
4.52m
0.52%
0.49%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샌드스톤, 노출콘크리트
탄화코르크보드, 원목마루
윤구조기술사사무소
(주)하나기연
다산건설
2023. 5. ~ 2024. 12.
2025. 1. ~ 8.
삼성문화재단
조경설계 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