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CRITIQUE] 원점으로부터의 실험, 확장하는 언어들

글
민현준 홍익대학교 교수
사진
장미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김남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6년 3월호 (통권 700호) 

 

 

 

 

건축적 상상력을 위한 원점

몇 년 전, 젊은 건축가의 작업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건축사사무소 김남(이하 김남건축)의 초기 작업부터 접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세 작품을 포함해 그들의 작업은 늘 신선하고 세련됐다. 동시에 건축의 본질적인 질문에 근접해 있다. 다른 작품을 참고한 흔적이나 누구의 영향을 연상시키는 기색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설계를 반복하는 태도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손으로 작업하던 이전 세대 건축가들에게 일관성이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었다면, 수많은 설계 미디어가 발전될 미래 세대의 건축가에게 일관된 어휘의 집착은 오히려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다. 김남건축의 작업은 그러한 고정된 어휘를 거부하며, 매 작업마다 요구되는 질문에 상응하는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건축적 힘을 획득한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설계는 사용자의 사소한 요구에 이르기까지 충실히 고려하고 이를 끝까지 완성하는 것’이다. 언뜻 사소하고 작은 부분처럼 보이지만, 이는 거대한 건축적 사고로 확장될 방법론이다. 건축 결과물은 사용자의 요구와 건축가의 사유가 공명하는 지점에서 구체화된다. 새 프로젝트의 요구 조건에 대해 이전 성취물을 ‘복붙’(copy and paste)하지 않고 언제나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 반복되지 않는 이러한 실험성 때문에 그들의 건축은 매번 새롭게 인식된다. 

 

 

 

호암 카페(왼쪽), 인천국제공항 카고 라운지(가운데), 현대백화점 본점 발렛라운지(오른쪽) 모형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작은 요구들은 인테리어적으로 해결되기 십상이지만 그들의 작업에선 종종 근본적인 건축 구조의 문제로 환원되고 이로부터 마감에 이르기까지 송두리째 변화되는 시발점이 된다. 건축화의 과정을 세우는 것과 둘러싸는 것으로 구분한다면, 작은 둘러싸는 문제를 세우는 중심 문제로 확장하여 건축 형식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본점 발렛라운지(2025)의 핵심은 날렵한 캐노피 구조의 실현에 있다. 안전한 발렛 공간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를 그렇게 해석한 것이다. 이 캐노피는 구조적 논리에 충실한 채 어떠한 장식도 덧붙이지 않고 내부의 대기 공간까지 확장된다. 가벼운 캐노피와 미니멀한 대기 공간은 부조로 구조적 힘을 재현한 신고전주의적 외관에 비해 왜소하다. 사실 백화점의 외관은 상업적 목적으로 변화해왔다.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지어졌던 최초의 외관은 석재를 활용한 지금의 외관으로 리모델링되었다. 최근 신축되는 백화점들은 글로벌 건축가들에 의해 보다 트렌디한 방식이 반영되는 추세다. 이 외관 또한 변하겠지만 김남건축의 작업은 그 변화에 상관없이 그 본질성을 유지할 것이다. 

 

 

 

 

 

​

Diagrams of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Cargo Lounge 

 

 

인천국제공항 카고 라운지(2025)는 건축 공간과 통합되지 않은, 노랑과 초록의 과감한 원색으로 도색된 철골 지붕 구조체로 특징된다. 이 색채는 즉각적으로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이곳은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컵라면이나 도시락을 먹고, 잠시 누워 눈을 붙일 수 있는 매우 사실주의적 공간이다. 창의 위치, 마감의 선택 등 모든 요소가 미학적 제스처보다는 경제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이곳에서 원색의 철골구조는 사치품이다.

공모전 제안을 보면 김남건축은 공항을 효율성과 기능을 우선하는 하나의 ‘도시계획’으로 규정하고, 이 쉼터를 공항의 축소판으로 제안했다. 강렬한 색채의 철골은 이곳 라운지만을 위한 요소라기보다는, 공항이라는 거대한 기계적 환경에 대한 태도를 응축한 표현이다. 프로젝트 자체는 공항의 스케일에서 볼 때 극히 작은 부분이지만, 과장된 구조물은 독립적인 대상이 아닌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관점에서 라운지는 일터의 일부이며, 넓은 주자창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철골구조물을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큰 프로젝트들이 작은 요소의 조합처럼 다뤄지지만, 김남건축의 작업은 그 반대다. 그들은 공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성격과 논리를 포괄하는 큰 그림 안에 작은 프로젝트를 위치시키고 있다. (후략)

 

 

 

 

 

​

월간 「SPACE(공간)」 700호(2026년 03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현준
민현준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이며, 건축사사무소 엠피에이알티의 대표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UC버클리의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 기오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SOM에서 실무를 익혔다. 사회를 키워드로 공원 등 환경디자인에서 시작하여 소규모 건축물에까지 분야와 규모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현대자동차 영남권 연수원, 헤럴드 신문사, 콩치노 콘크리트, DMZ 유니마루 미술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