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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 안에서 발견하는 고유한 삶: MN 하우스

오르마

사진
마리엘라 아포요니오
자료제공
오르마
진행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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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6년 4월호 (통권 701호) 

 

 

 

 

김보경(김): 오르마의 작업들을 살펴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기하학적인 형태를 바탕으로 평면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오르마의 로고가 도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이러한 특성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기하학 도형을 주된 설계 요소로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초 후안, 클라라 칸토, 호세 이보라(오르마): 기하학의 정밀함, 유연성과 같은 특성이 우리의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하학적 조합은 정밀하고 구체적인 관계들로 이루어진 체계를 구축한다. 이런 체계에서 수치적 판단은 필수적이다. 기하학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관계들은 정밀함에 그치지 않고 유연한 체계 안에서 작동하므로, 프로젝트마다 달라지는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 이렇게 각 프로젝트에서 기하학은 기존 상황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공간 안에서 저마다 다른 규모와 기능을 제시한다. 우리가 해온 여러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개념 스케치부터 재료의 배치까지, 모든 작업 과정에 늘 기하학을 사용해왔다. 단순히 평면이나 단면에 기하학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닌, 3차원 공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기하학을 토대로 한 이 방법론은 건축과 수학의 고전적 원리를 사용해 공간에 독특한 특성을 부여한다. 기하학 안에 살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김: MN 하우스(2025)에서는 기하학적 요소로 마름모를 사용하는 동시에 보이드를 핵심 설계 전략으로 삼았다. 보이드의 비어 있음과 기하의 정밀성을 통해 어떤 형태와 공간을 조직하고자 했나?

오르마: 우리에게 그 도형은 마름모가 아니라, 작업 축에서 45도 틀어진 정사각형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도형이 주변의 맥락을 기준으로 45도 회전하며 생겨나는 공간감이다. 도형이 회전하지 않으면 공간들은 그저 맥락과 평행하게, 일정한 크기로 반복될 뿐이다. 반면 도형이 회전하면 서로의 관계에 불균형이 생기고, 외곽과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공간이 생긴다. 대각선을 끌어들임으로써 공간을 가르며 새로움을 발견하게 하고, 기존의 공간 질서를 뒤흔든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정사각형이 달리 배치됐을 뿐인 익숙한 형태로 다시 인식된다. 

또한 우리는 변이 아닌 모서리로 접근한다. 변 앞에서는 멈추거나 그냥 통과할 수밖에 없지만, 모서리는 우리를 양쪽 변을 따라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도록 한다. 변은 더 평평하고 모서리는 더 가늘다. 모서리는 더 미묘하고 정밀하게 감지되며, 형태를 둘러싼 공간에서 더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평면을 구성하고 각 층을 연결하는 핵심 정사각형은 보이드로 설정했다. 무게도 없고,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자원도 소비하지 않지만, 집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옥상에서 이 정사각형은 수영장으로 변모하고, 물을 투과한 빛은 집 내부를 밝히며 아래의 보이드와 연결된다.

이 프로젝트가 그저 하나의 기울어진 정사각형으로 구성된 것만은 아니다. 45도 기울어진 일련의 정사각형들이 주택의 중심축을 따라 서로 겹쳐지면서 공간을 정의한다. 다양한 크기의 정사각형들은 진입 공간, 전이 공간 그리고 외부 공간을 이루는 두 수영장을 포함한 주요 공간들을 구성한다. 입면에서도 동일한 기하학이 전체를 잘게 나누는 리듬감으로 볼륨을 정의하고, 두꺼운 경계를 형성해 실내를 위한 기후 필터 역할을 한다.

 

 

 

 

 

 

김: MN 하우스를 “사진으로 담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렵고, 도면으로 그리기 어려운 장소. 오직 경험하는 것만이 그 일부가 되게 하는 장소”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각선이 공간 안에 들어오면서 긴장감과 역동성을 형성했다는 것은 사진과 도면만 보아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어떤 경험을 의도했는지 궁금하다. 

오르마: 우리는 건축의 신비가 경험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도면과 사진을 넘어서야만 온전히 경험되는 프로젝트다. 이번 작업에서 이를 해냈다고 생각한다. 움직임의 감각, 특정 대상을 직접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시각적 관계들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곳은 살아 있는 공간이다. 기하학을 통해 풀이한 관계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살아 있는 공간을 경험하려면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도면은 의도를, 사진은 공간을 보여주지만, 그 안을 직접 이동해보아야 비로소 기하학을 체감하고 그 안에 거주할 수 있다. 물리적이면서 시각적이고, 평면과 단면을 동시에 아우르는 움직임의 관계. 이것이야말로 기하학을 통해 공간적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김: 이 프로젝트는 기하학으로 평면을 구성하고 내부 공간의 논리를 결정하는 내재적 원리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택이 발렌시아 지역의 특성과 맺는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르마: 모든 프로젝트는 현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해하는 선행 연구로부터 출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곳의 맥락과 문화적, 기후적 조건을 파악하게 된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이 프로젝트가 주변 건축물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 장소의 본질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우리는 외부에 치중된, 장식적이거나 형식적인 매스가 아니라, 거주 요구를 충족하는 내부 공간을 만들고, 그에 따른 매스를 만들고자 했다. 지금의 형태는 집의 내부와 외부 요구 사이의 대화로부터 직접 도출해낸 결과로, 외피 안에 전이 공간을 마련할 만큼 충분한 공간을 가진다.

발렌시아 지방의 기후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주택을 마치 지붕 달린 야외 공간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가장 덥고 햇볕이 강한 시간대로부터 공간을 보호하는 동시에, 외부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쾌적한 공용 공간을, 외부로부터 충분히 분리된 사적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자연광을 들이고, 1층과 옥상에서 외부 공용 공간을 최대화하고, 내외부의 경계를 흐리는 전이 공간 등, 이 집은 지중해 공간 활용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 MN 하우스를 전통적인 규범을 따르지 않으며, 동시대적이고 대안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MN 하우스가 제안하는 ‘동시대적 대안’은 무엇인가? 또한 이 작업이 스페인 동시대 주거 건축의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는가?

오르마: MN 하우스를 통해, 지중해식인 양 지어지고 있는 건축물들과는 달리 지중해 전통의 본질에 맞닿은 주거 건축을 제시하고자 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전통 중 건축적 가치가 없는 것들은 버리고,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것들에 집중했다. 따라서 우리는 MN 하우스에서 방들을 연결하기만 하는 동선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동선 또는 동선 없이도 연결되는 공간을 지향했다. 이러한 공간들은 모두 거주 가능하고, 함께 주택에서의 움직임을 구성하기 때문에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상업적 기준이 아닌 오로지 건축적·공간적 가치를 따른다. 우리는 이 작업이 스페인 주거 건축에 관한 진솔한 담론의 일부가 되기 바란다. 주거 건축은 유행에 집착하기보다 실제로 살아가는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고유한 삶의 경험을 주는 주택, 각 시대의 변화하는 요구에 응답하며 새로운 길과 도전을 모색하는 건축 담론에 참여하고자 한다.

 

 

 

 

 

 

김: 오르마는 수작업이 작품에 반복 불가능한 특질을 부여할 수 있다며, 큰 가치를 둔다. MN 하우스에서는 어떠한 수작업 실천들이 있었나?

오르마: 우리는 과정의 고유함을 믿는다. 기하학이 추상적이고 복잡한 체계를 정밀하게 다룰 수 있게 해준다면, 우리의 손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과의 연결을 유지하게 해준다. 우리는 장인 정신을 더한 추상적 개념 작업을 통해 장소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 도면과 모형부터 벽에 직접 그린 시공 결정사항, 현장 작업까지 MN 하우스의 모든 단계와 과정이 우리의 손을 거쳤다. 우리는 공간이 현실로 구현되며 하게 되는 경험이 결정을 바꾸기도 하는, 즉 시공 과정 중에 프로젝트가 진화하는 방식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즉흥적이거나 사전 작업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프로젝트와 함께 살아가고 교감하면서 일어나는 경험적 과정의 일부다. 우리는 이러한 ‘교류’를 수작업으로 이해하며, 여기에 우리의 손뿐만 아니라 시공에 참여한 작업자의 손, 전 과정에 참여하는 최종 사용자의 손까지 포함시킨다. 인간적 요소의 개입은 프로젝트에 고유성을 부여하고, 완공되기 훨씬 전에 그것을 실체로 만들어주며, 모든 참여자가 결과물에 반영된 자신의 흔적을 발견하게 해준다.

 

김: 마지막으로, 오르마의 주거 프로젝트는 모두 알파벳 두 글자로 구성된 이름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의 이름을 정하는 기준이나 원칙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오르마: 우리는 우리가 설계한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 그리고 그 작업의 이름도 그들에게서 온다. 특히 주택 프로젝트에서는 그곳에 살게 될 아이들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집의 이름을 지었다. 첫째, 아직 어려서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정작 그 집에서 가장 오래 살며 누릴 사람들이 바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우리가 아이들로부터 출발해 아이들을 위해 설계한다는 점에서다. 아이들이 성장기를 보낸 집은 삶의 방식에 대한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고, 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아이들은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 집에서 살며, 인생에서 손꼽히는 순간들을 경험할 것이다. ‘건축’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장 과정의 일부이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집은 아이들의 이름을 갖게 됐고, 우리는 아이들로부터, 아이들을 위해 설계했다. 이처럼 우리는 집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그 안에서 펼쳐질 삶의 여러 단계에 어떻게 적응할지를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월간 「SPACE(공간)」 701호(2026년 04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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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초 후안, 클라라 칸토, 호세 이보라
나초 후안, 클라라 칸토, 호세 이보라는 2012년 발렌시아에서 오르마를 공동 설립했다. 사용자, 장소, 맥락에 따른 맞춤형 건축을 추구하며, 재료, 기하학, 빛을 통해 공간에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스튜디오에서든 현장에서든 손으로 생각하고 작업하는 방식을 중시하며, 실험을 설계 과정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나초 후안은 2008년 발렌시아 공과대학교 건축학과를 우등 졸업하고 스베레 펜 건축의 설계 과정을 연구한 논문으로 2016년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클라라 칸토는 2009년 동 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산업화·프리팹 건축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호세 이보라 역시 2012년 발렌시아 공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세 사람 모두 설계 작업과 교육을 병행하며, 클라라 칸토와 호세 이보라는 2023년부터, 나초 후안은 2024년부터 발렌시아 공과대학교 설계 스튜디오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