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2월호 (통권 699호)


삶과 감정을 조정하는 공간의 밀도와 심리적 실험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 가족도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도시의 밀도 높은 시스템은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자기만의 삶’을 제한했고, 층간소음과 시선의 간섭, 낯선 이들과의 마주침은 점차 불편해졌다. 설계는 이 불편함의 자각에서 시작됐다. 그들이 원한 것은 거창한 건축이 아니라, 감정이 머무를 수 있는 집이었다. 외부의 간섭은 차단하면서, 내부에서는 가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간. 이를 위해 삶의 흐름과 감정의 밀도를 조율하는, 감정의 구조를 공간으로 구현하는 건축을 실험한다.
이 주택의 실험은 형태보다 심리적 깊이를 만드는 방식에 있다. 3×3 모듈의 중심에는 중정이 놓인다. 아홉 개의 셀은 서로 맞물려 유기적 질서를 이루고, 중정은 단순한 채광 장치가 아닌 가족의 감정이 모이는 내면의 핵이다. 각각의 모듈은 작지만 풍부한 빛은 깊이 흐르며 시간에 따라 표정을 바꾼다. 벽은 단절이 아니라 시선을 중정 너머까지 연결하며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구성은 가족의 행동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심을 비움으로써 관계의 중심을 세우는 구조적·감정적 언어인 것이다.



1층에서는 가족의 일상이 가장 밀도 있게 드러난다. 거실, 주방, 서재, 식사 공간은 기능적으로도, 그리드로도 나뉘어 있지만, 중정을 축으로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진다. 열리고 닫히는 구조는 가족 간의 거리를 조절하며, 감정의 밀도를 변주한다. 기능의 연결이 감정의 연결로 확장되는 것이다.
2층에는 각자의 방이 위치하지만 완전한 분리는 아니다. 방들 중심에 배치된 중정은 외부의 빛과 바람을 들이는 동시에 시선의 공유를 가능케 한다. 복도와 계단은 거리와 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 구조는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는 가족의 삶을 전제한 것이다. 변화 가능성은 곧 이 집의 유연함이며, 감정의 리듬을 담는 그릇으로서 건축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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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생동건축사사무소 (장윤규, 신창훈)
김봉균, 임소현, 이경민, 임대근, 신화영, 이용철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단독주택
286.3m²
139.93m²
196.01m²
지상 2층
2대
9m
48.87%
68.46%
철근콘크리트조
콘크리트벽돌, 컬러강판
세라믹타일, 수성페인트
(주)더원구조엔지니어링
협인전기
리안건설
2021. 8. ~ 2022. 8.
2022. 10. ~ 2023. 5.
유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