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8월호 (통권 705호)

©Lee Eunyong
양화로변 상업지역 이면도로와 일반주거지역의 동교로에 양측 단변이 접한 대지다. 두 필지가 연접된 다른 주변 부지와 달리 이곳은 깊고 좁은 장방형으로 블록 내 가장 긴 형상이다. 지구단위계획상 인센티브 요소들을 반영해 최대한의 용적률을 확보하면 매스는 그 자체로 수려한 비례를 갖게 된다. 단변 폭의 두 배가 장변 깊이가 되고 다시 이 깊이의 두 배가 건물 높이가 되는 정합적인 비례다. 이 세장한 비례로 45m 높이에 달하는 벽돌 매스를 설계 초기부터 상상했다. 대로변 상업지역의 높은 빌딩 사이에 비교적 얇은 너비로 들어서지만, 산지미냐노(San Gimignano)의 탑들처럼 인상적인 존재로 부각될 것이라 생각했다.

©Lee Eunyong
대지 좌우에 자연 지반을 설치하고 남은 건축물의 폭은 주차기 턴테이블, 양단의 주 출입구, 그리고 이를 잇는 통로로 꽉 채워지는 형편이었고, 지상 기준층의 평면은 코어 켜와 복도 그리고 나머지에 실내 공간을 겹겹이 병렬하는 것이 가장 유효할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벽돌 타워 매스는 다시 세 개의 더욱 얇은 켜로 나뉘었다. 한층 세장해진 세 겹의 켜를 밀착시키게 되면서 타워 전체는 높지만 단단하게 횡력에 저항하는 모습이 됐다.

Images courtesy of Luyoun Architects
내부의 기능이 외부로 표출되는 볼륨의 디자인은 벽돌 몸체로부터 분리된다. 엘리베이터, 화장실, 설비 공간 등 창이 없는 코어 켜는 벽돌 몸체에 포함되고, 복도와 실내 공간은 유리 매스로 감싸져 벽돌 몸체로 삽입돼 들어간 형태다. 옥상정원 또한 높은 벽돌 담과 처마로 닫아 완결체 속에 내포되도록 했다. 건축물의 기능성은 벽돌 몸체의 ‘강직함’ 그 하부 위계로 다뤄졌다.

‘높게 솟은 강직함’을 위해 벽돌로 부릴 수 있는 장식적 기교들 또한 모두 지양했다. 가장 보편적인 색상인 붉은 벽돌을 선택했으며 쌓기 방식과 줄눈 처리도 표준적인 시방대로 공사했다. 한편 ‘벽돌 몸’으로 타고난 것처럼 인지되도록, 드러나는 벽체 양면에 해당하는 공중 처마 하부와 개구부 상인방도 모두 벽돌로 외장했다. 건축물 네 면의 모든 개구부는 땅에 닿은 바닥에서부터 상단 끝까지 일관된 수직 틈으로 오픈된다. 용도를 달리하는 각 층들, 1층의 주 출입구, 각 층 복도의 채광창 모두 대략 40m에 달하는 벽돌 몸체의 일관된 틈이 된다. 수직적 강직함을 거스르는 수평적 ‘흔들림’은 허락되지 않았다.

입지에 대한 건축물의 처신, 건축주의 품성, 그리고 정교하고 복잡한 디테일을 여리고 섬세하게 다뤄온 것에 대한 매너리즘, 공사 노동자의 노고 등 여러 생각의 흐름 속에서, 다시 단순함을 찾게 되었다. 빛에 틈을 내주는 영롱쌓기 벽돌, 알록달록하게 이색지는 벽돌, 수공예 같은 손맛 나는 벽돌, 깊이에 따라 질감 차를 내는 벽돌 줄눈, 해체해 옮겨지는 고벽돌. 다양한 벽돌 건축물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브릭스 빌딩은 조적(組積)의 근본적 물성을 되돌아보게 했다. 단순한 쌓아 올림은 강직하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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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루연(임도균)
서민정, 김철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332.6m²
192.12m²
2,144.74m²
지상 10층, 지하 3층
31대
43.7m
57.76%
499.66%
철근콘크리트조
점토벽돌, 로이복층유리
수성페인트, 세라믹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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