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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덩골정원에 세워진 질서와 관계: 자드 | 페소 본 에릭사우센

페소 본 에릭사우센

글
페소 본 에릭사우센
사진
이정우(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페소 본 에릭사우센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6년 7월호 (통권 704호) 

 

페소 본 에릭사우센, ‘73103241234 (정원 시리즈 1호)’, 린넨에 유채, 2600x6300mm(삼면화), 2024. 

 

 

 

이것은 구상적이면서 동시에 추상적인 회화다. 건축과 자연 사이의 전통적 구분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는 이상화된 풍경을 그린다. 기둥과 보의 규칙적인 배열 구조를 바탕으로 일점 중심 원근법으로 표현된 이 그림은 수평으로 펼쳐지며 그 안에는 식물과 꽃이 빽빽하게 들어찬다. 이 상상의 장소는 정원이다. 즉 인간의 정신에 의해 계몽된 야생이다. 전통적으로 정원은 인간의 의식과 영혼, 그리고 그것의 순수한 무구함을 상징한다. 일종의 통제되고 내밀하며 비옥한 영역이다. 사색과 기쁨을 위한 공간이다. 정원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에워싸인 공간, 곧 호르투스 콘클루수스(hortus conclusus)를 가리키지만, 이것은 열린 정원이다. 규칙적인 구조는 방사형 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암시한다. 약 5천 송이 꽃이 유기적으로 자라나는 듯한 장면은 연속성, 생명력, 아낌없이 퍼지는 풍요의 감각을 키워낸다. 이 꽃들은 칠레 남부 시골에 서식하는 토종 및 외래 식물 100종으로, 우리가 살고 일하는 농장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거대한 그림은 남쪽에서 남쪽으로, 아메리카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상상의 여정이자 낭만적 초상으로 읽을 수 있다. 회화가 설치된 홀의 축에 맞춰 정면으로 그림을 마주하게 되면, 이 허구적이고 화려하게 장식된 풍경은 기념비적이면서도 친숙하고, 고요하면서도 축제 같이 느껴진다. 어딘가 정물화 장르를 떠올리게 하는 이 풍요로운 정원은 서로 다른 계절과 시간에 자라는 식물들을 하나의 공시적(synchronic) 분류 체계처럼 한 장면에 펼쳐 보인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이라 여기는 것들을 한곳에 모아둔, 하나뿐인 저장소처럼 말이다. 

 

 

월간 「SPACE(공간)」 704호(2026년 0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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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 본 에릭사우센
페소 본 에릭사우센은 마우리시오 페소와 소피아 본 에릭사우센이 2002년에 설립한 예술·건축 스튜디오다. 두 사람은 칠레 남부, 안데스산맥 기슭의 농장에서 살며 작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