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7월호 (통권 704호)


녹색 퍼걸러로 둘러싸인 기존의 건조한 정원 안에 부처의 금욕적 원칙에 헌정된, 감각을 교란하는 방이 있다. 이 방은 주변을 이루는 직사각형 질서, 거칠고 소박한 물성 표현을 따른다. 두꺼운 재활용 노출 골재와 철근콘크리트로 전체를 지은 모놀리스, 즉 압축된 오브제다. 이곳은 적어도 두 가지 방식으로 방문자의 감각을 교란한다. 처음 다가갈 때는 정원의 축 대칭에 호응하면서도 커다란 벽돌 패턴으로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어 실제 스케일을 드러내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방문자는 다소 마법처럼 확장되는 공간을 맞닥뜨린다. 콘크리트 벽의 불투명함은 가볍고 섬세한 무한 거울 방으로 변모한다. 내부는 원형 개구부 네 개로 조각난 슬래브에 의해 가까스로 차양된다. 단정한 볼륨의 네 면은 네 개의 모서리로 분리되고, 각각은 가상의 십자가를 형성하며 동시에 다양한 소실점을 향해 증식된다. 반사 이미지가 지닌 사변적 성격, 즉 환영의 장치는 오스트리아 미술사가 알로이스 리글이 말한 ‘무한 모티프(infinite motive)’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재와 허구 사이의 붕괴, 그 자체인 정반사 이미지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이 내밀한 내부 공간은 불교가 말하는 상호 연결의 존재 방식을 강렬하게 체감하게 한다. 증식하는 방, 원형 꽃 카펫이 무한히 펼쳐지는 장은 바로 그러한 상호 의존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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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 본 에릭사우센 (마우리시오 페소, 소피아 본 에릭사우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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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메덩골 현대정원
파빌리온
850m²
49m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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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덩골정원
202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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