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7월호 (통권 704호)

바그너의 페스트슈필하우스와는 멀리 떨어진 곳, 다른 신화와 그림자 아래에서 제안된 건물은 철학이 몸을 얻은 장소가 되고자 한다. 신체적, 정신적 경험으로서의 장소다. 그 앎은 문제적이고 의심스럽고 불확실하며, 어렵고 수수께끼 같다. 니체의 기념물과 같은 미로와 여느 건축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건축이 지닌 윤리적, 혹은 이상적 기능 자체에 도전하는 힘일 것이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읽기 어려운 세계 속에서 해독할 수 있는 기호 체계가 되어야 한다는 건축의 기능에 맞선다. 정원 안에서 이 건물은 단순하고 자족적인 원통형 덩어리로 서 있다. 네 개의 소박하고 동등한 입구는 명확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내부에는 전혀 다른 영역이 숨어 있다. 빛과 어둠, 오목함과 볼록함, 좁고 왜곡된 방들이 서로 맞서며 공간을 만든다. 전형적인 방은 없다. 위압적인 판옵티콘의 눈도 없다. 이 공간의 연속이 지닌 복잡성은 움직이지 않고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방문자는 산만하지만 조급하게, 목적지 없는 끝없는 여정처럼 계속 움직여야 한다. 도취, 곧 ‘힘과 충만함이 강화되는 느낌’은 니체가 모든 미적 활동에서 요구한 필수 전제다. 내부는 실로 신비로운 영토이자 낯선 땅이며, 감춰진 낙원이다. 역설과 모순, 반복되는 차이와 균질한 고유성이 함께 놓인 곳이다. 전체 원통형 매스의 수평 형식 안에는 서로 연결된 여섯 개의 원형이 더해져 있다. 원형 평면, A에서 A로 되돌아오는 순환 운동은 파빌리온을 일종의 ‘영원회귀’로 읽고 싶게 유혹한다. 그러나 미로 같은 공간 구조의 내향성은 삶에 대한 실제적 긍정, 즉 ‘아모르 파티(amor fati )’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곡면들은 단 하나의 목적지도, 단 하나의 정답도 갖지 않는 연속적이고 유기적이며 생동하는 과정을 암시한다. 육중한 벽돌 벽과 바닥이 만드는 엄격한 물성의 배경, 그 중력감 속에는 조각, 명문, 소리 같은 무수하고 고유한 요소들이 흩어져 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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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