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머물며 삶을 담는 주거건축은 몇 개월, 혹은 몇 년 사용하다 바꾸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와 같을 수 없다. 살면서 건축을 체험하고 인식하는 일은 몸으로 느끼고 반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감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재료를 손으로 만지는 일, 발로 바닥을 딛고 중력을 느끼는 일, 보행하면서 통로의 폭에 따라 속도, 그리고 공간의 밀도를 체험하는 일, 벽을 씻어 내리는 빛을 경험하는 일, 집 안을 흐르는 바람을 경험하는 일. 이 모든 경험은 건축의 가장 중요한 감각이라고 생각되어온 시각에서부터 벗어나 다른 감각을 사용할 때 활성화된다.
바람길 주택은 대구 남쪽 우록리의 경사지에 지어졌다. 대지는 옹벽을 세워 평탄화된 상태였다. 땅의 흐름을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수평적인 고민을 통해 바람과 시선, 풍광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았다. 먼저 프로그램을 흩어 놓고, 그 사이를 관통하는 길-복도를 설계하였다. 이 길은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주변의 자연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이용자는 현관에서부터 거실, 서재를 지나 침실까지 이동하면서 변화하는 복도의 폭에 따라 다양한 밀도를 느낄 수 있고, 각 실 사이로 열린 틈을 통해 바람과 주변의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주거건축은 이렇게 주변 환경과 다양하게 접촉하면서 변화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벽돌은 역사적으로 오랜 건축 재료로 다양한 사용법이 정립되어 있고, 다양한 유형의 건축을 수용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집을 익숙한 재료인 벽돌과 함께 제안했다. 프로그램 덩어리들이 더 독립적으로 보이도록 단순한 색의 벽돌을 선택했고, 이들을 연결하는 복도는 벽돌과 구분되는 얇은 판으로 보이도록 콘크리트를 적용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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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스튜디오 지티)
오민아, 박은선, 이혜진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단독주택
1,086㎡
212.41㎡
264.56㎡
지상 2층
2대
7.2m
19.56%
21.40%
철근콘크리트조
벽돌, 노출콘크리트
수성페인트, 원목마루
환구조
Forest MEC
대양전기
태인건설
2013. 5. ~ 2014. 4.
2014. 6. ~ 201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