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SPACE 학생기자] 다시 보는 SPACE '건축기획자 임진영'

16기 SPACE 학생기자
진행
최은화 기자

16기 SPACE 학생기자단이 ‘다시 보는 「SPACE」’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콘텐츠는 월간 「SPACE(공간)」에 게재된 프로젝트, 이슈, 인물 등을 되짚어보는 인터뷰 시리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1. 서재원, 이의행(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오렌지주스맛 단단집

2. 이진오, 박인영(건축사사무소 SAAI): 어쩌다가 건축으로 만난 인연들

3.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건축의 일부와 일생

4. 이용주(이용주건축스튜디오): 건축으로 교감하기

5. 한승재(푸하하하프렌즈): 벌거벗은 진솔함 

6. 정수진(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삶과 정서적 공간으로서의 집

7. 윤승현(건축사사무소인터커드​): 비움, 채움, 이음 

8.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문화행동이 문화가 되기까지    ​ 

 

 

 


월간「SPACE(공간)」 2020년 11월 636호 90~91쪽​ 

 

 

문화행동이 문화가 되기까지

 

인터뷰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 김재희, 안서경, 유아림(16기 SPACE 학생기자단)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오픈하우스서울은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에요. 건축을 경험하는 데에 있어서 영상, 글,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해서가 아닌 실제 공간에 직접 가보는 일은 왜 중요할까요? 

임진영: 인상깊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를 예로 들고 싶어요. 김원 선생님 댁 오픈하우스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에요. 거주공간이다보니 오픈하우스 때 본채 내부는 잘 공개하지 않고, 정원과 사랑채만 공개하곤 했어요. 그날은 분위기가 좋아서 였는지 선생님이 옥상을 오픈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실을 지나가게 되었죠. 정원에서 한국 전통 조경의 대가인 김춘옥 선생님이 작업한 한국적 조경을 설명했을 때는 참가자분들이 고객을 끄덕이는 정도였는데, 거실에 들어가 밖의 정원을 바라보는 순간 ‘와~’ 하고 감탄이 터져 나왔어요. 안에서 밖의 정원 풍경을 직접 경험했을 때 한국 조경의 특징을 강렬하게 느낀 거에요. 직접 경험은 공간의 스케일과 분위기가 사람들의 몸에 각인되는 것 같아요. 그 장면 자체를 그냥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거죠. 몸으로 직접 좋은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은 도시에 대한 우리 눈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고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공간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글,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해요. 각각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임진영: 글과 사진 모두 특정 대상을 프레임 안에 담아 간접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은 건축가의 의도 혹은 공간의 정수, 그 핵심적인 찰나를 잡아내요. 공간의 정지된 한 장면을 포착해내면서 건축가가 구축하고자 하는 공간의 특성을 사진가의 관점으로 보여주죠. 글은 공간의 해석이라고 봐요. 그래서 그 공간이 가지는 원래 의미와 의도를 넘어 그것이 갖는 영향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의미를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죠.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작년 오픈하우스서울은 영상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서 행사의 진행방식에도 고민이 따랐을 것 같아요. 여러 매체 가운데 영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진영: 처음 행사를 기획할 때 과연 온라인 경험이 오프라인 경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어쩌면 영상이 건축을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매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영상 안에는 시간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요. 사진처럼 장면을 프레임 안에 담아 관점을 보여줄 수 있고, 그 공간에 머물러야만 느낄 수 있는 공간감을 담을 수 있다는 게 영상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건축에 대한 설명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장면에 머무르는 듯한 효과를 줄 수 있죠. 영상을 택하면서 좋은 점도 있었어요. 항상 참여 인원이 한정되어 있었는데, 영상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확장가능성이 있었어요. 물론 여전히 공간의 시퀀스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간접 경험의 한계가 있다고 봐요. 직접 경험은 설명이 필요 없이 그냥 보고 느끼는 것이니까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건축주가 건축 행사에 대해 가지는 심리적 문턱이 있다는 대표님의 글을 봤어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임진영: 아무래도 개인공간이나 기업의 공간을 열어야 하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아직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 사회는 아직 사적 공간의 존중이나 공적 공간의 신뢰에 대한 경험치가 적기 때문이라고 봐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구분도 희미하다 보니, 그에 대해 존중 받는 경험도 많지 않은 거죠. 그러다보니 사적 공간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보호하려는 경향도 강하고요. 그래서 지금 서울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중간 영역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도시 같아요. 오픈하우스서울은 문을 여는 행사지만 저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사적 공간에 대한 존중, 보호예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 사회의 문화 수준이나 분위기가 달라진다면, 오픈하우스서울과 같은 건축 행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이것을 일년에 한번, 함께 나눌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공감하게 된다면 도시 전체가 열릴 수도 있겠죠.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체감해요.

 

 


월간「SPACE(공간)」 2020년 11월 636호 92~93쪽​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좋은 사례 중 하나를 공유해주세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임진영: 반계 윤웅렬 별서의 경우에는 건축주의 의지가 컸어요.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문화재이고, 이러한 문화재를 재건해서 만든 공간이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씩은 그 가치를 나누기 위해 해마다 문을 열어주고 계세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서울편>에서 일 년에 한번 오픈하우스서울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고 소개되기도 했고요. 최근 주최측이 정말 뿌듯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건축주에게 오픈하우스서울을 제안했는데 “오픈하우스서울에 우리집도 소개되나요? 영광이네요.”라고 반가워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사적 공간을 열어주기로 결심하는 일도 굉장히 어렵지만, 더 중요한 건 사적 공간에서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인가 하는 측면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경험하면서 우리 삶의 문화를 이렇게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같이 얘기하고, 도시에서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어떻게 만나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핵심이에요. 지금은 이런 것들을 조금씩 알려 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참가자의 입장에도 서 보고 싶어요. 누군가의 사적 공간에 들어설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임진영: 간혹 참가자들 중 그곳이 누군가 사는 집이라는 걸 놓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런 상황들이 조심스러워서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요. 미리 약속된 곳은 사진을 찍지 않도록 안내한다거나 주택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오실 때 꼭 양말을 신어주세요” 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웃음)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오픈하우스서울에서 건축물을 소개할 때 단어의 선택이나 표현 방법에 있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임진영: 건축적인 내용을 풀어 쓰려 애써요. 초기에는 모든 건축물에 대한 소개 글을 제가 전부 다시 쓰기도 했어요. 일반적으로 건축 소묘라고 하는 글을 그대로 쓴다면 비전공자, 비전문가들에게는 난해한 글로 느껴질 거라 생각했어요. 특히나 건축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단어들이 굉장히 많아요. ‘어떤 개념으로 형성됐다’, ‘위치했다’라든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처럼, 공간이라는 무형의 것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이 있어요. 일반 사람들이 읽으면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죠. 그렇다고 건축의 모든 핵심을 배제한 채 대중화시키는 것이 목적은 아니에요. 좋은 건축의 건축적 의도, 전문적인 내용을 보다 쉽게 알려주는 게 우리의 목표에요. 뛰어난 건축물의 가치와 그 의미를 알리고 이해를 돕는 것이 오픈하우스의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앞서서 건축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매체로 영상을 꼽기도 했지만, 도면, 이미지, 행사 등 모든 측면에서 건축 언어는 다시 돌고 돌아 글로 회귀하는 것 같아요. 텍스트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네요. 

임진영: 결국 건축 언어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고민을 건축가가 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내고 그 언어를 쓰는 사람, 혹은 그 언어의 확장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야 해요. 건축을 읽어 주고 건축을 글로 써주면서 쉽게 전달해주는 사람들이요. 건축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으며 그 의도를 얄팍하게 하지 않고 쉽게 전달해주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문적인 내용을 잘 풀어내기 위해서 그 언어를 어떻게 표현해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전달을 더 잘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숙제예요.

 

16기 SPACE 학생 기자단: 건축을 이야기할 때는 건축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 인문학적인 관점 등 모든 요소들이 다 거론될 수 있다고 말한 적 있어요. 평소 눈 여겨 보고있는 다른 분야나 장르가 있나요?

임진영: 특별히 어느 분야나 장르에 대한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건축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주체에 대해 관심이 있어요. 시민, 운영자, 정책가와 같은 모든 관계에 대해서요. 건축물 하나에 건축가와 시공자 그리고 건축주 사이의 모든 관계들도 얽혀 있고요. 사회적 현상과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은 건축이 갖는 명확한 속성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건축물만 다루는 건 건축을 사회에서 더 분리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건축과 관련된 모든 작동 방식에 대해서 협소한 시야를 가지지 않는게 중요하고요. 그 관계의 한복판에 건축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건축에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한번은 DDP 건축 투어에 대해 많은 것들을 지우고 미화하는 것같아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도시에서 사회 정치적인 갈등이 벌어지고 그 결과물로 건축이 만들어 지는데 과연 그 모든 비난과 책임을 결과물인 건축물에만 전가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사회적 결정과 논의과 정에 있는 투쟁과 싸움들이 모두 우리 사회의 프로세스인데, 이에 대한 원죄를 결과물에만 지우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남았어요. 건축은 뭔가를 없애고 짓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더 건축을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이슈로 좀 더 확장된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결과물 그 이전의 과정도 살펴보고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단편적인 한 시기에만 국한해서 보기보다는 도시 전체 혹은 시대 전체에 확장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건축 이

야기를 다른 분야와 함께 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죠. 다만 스케일이 항상 도시로 커지지만요. 그래서 건축물 하나만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건축물이 갖는 태도가 도시와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분야와 더 많은 교류와 협업하는 자리도 점차 늘여 간다면 앞으로의 건축 담론이 좀 더 풍성해지리라 생각해요. ​ 

 

 

 

- 오픈하우스서울 홈페이지▶​ 바로가기

- 오픈하우스서울 유튜브▶ 바로가기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진영
임진영은 건축 저널리스트이자 기획자이다. 「SPACE(공간)」 편집팀장을 거쳐 「마크」, 「db」, 「아키텍처럴 리뷰 아시아 태평양」 등 해외 건축지에 글을 써왔다. 그는 해외문화 홍보원이 발간한 단행본 『K-ARCHITECTURE』를 집필했으며, 건축책을 기획, 편집하고, 전시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2013), 〈보이드〉(2016)에 참여하는 등 건축과 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왔다. 2012년부터는 건축과 도시, 사회의 접점을 탐색하며 대표적인 건축전문 축제 ‘오픈하우스서울’을 기획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