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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노래하는 세계의 소리 :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

방유경 기자
자료제공
인천아트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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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 자료제공 인천아트플랫폼 

 

환경 문제는 현대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쓰레기와 환경오염,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이상 현상 등, 전 지구가 겪고 있는 팬데믹 역시 자연의 반격의 한 형태일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 중인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는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전시다. 하지만 전시는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를 고발하거나, 그것이 가져올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기보다, 문제들과 함께 공존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에 접근하는 틀 역시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난다. 전시의 출발은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즘 이론가인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문제의식에 착안한다. 문제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미래라고 불리는 시간들에 대한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사실, 문제와 함께 머문다는 것은 진실로 현재에 존재하기를 배우는 것이다. 끔찍하거나 낙원과 같았던 과거와 종말적이거나 구제받는 미래 사이에서 소멸하는 한 점으로써가 아닌, 장소, 시간, 물질, 의미라는 무수히 많고도 끝이 없는 배열 속에 뒤엉킨 도덕적 생물로서 그러해야 한다.” - 도나 해러웨이, 『문제와 함께 머무르기: 툴루세에서 친족 만들기(Staying with the Trouble: Making Kin in the Chthulucene)』,  2016

전시에 참여한 7개국 11팀의 작업은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공존의 양상을 살핀다. 바다로 떠내려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암석화되어 생태계에 정착한 모습을 통해 인공물이 자연에 동화되어가는 양상을 보여주는 장한나의 뉴 락(New Rock). 도시 재개발로 버려진 유기견들이 북한산에 정착해 생존하고 있는 모습을 초상사진처럼 촬영한 권도연의 북한산 시리즈. 기후변화로 최근 2년 사이 까마귀 떼의 서식지가 된 수원, 울산 등 도시의 풍경과 까마귀 떼의 이동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낸 권도연의 비숲. 이들의 작업은 인간에 무용한 존재가 된 비인간 환경을 극복하거나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적응된 자연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야 함을 넌지시 상기시킨다. 각각의 대상을 오롯이 미학적 대상으로 관조하고 해석하는 작가들의 태도는 역시 공존이라는 메시지에 더욱 힘을 보탠다.

 

권도연, '북한산#짱짱이', 90x135cm, 2019.


찰스 림 이 용, '씨 스테이트 9: 선언', 2018.


남화연, '필드 레코드', 2015.

 

한편 전시는 자연을 대상화하는 과정에 깔린 인간의 자본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들추기도 한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해를 선점하겠다는 국가주의의 논리 아래 간척지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찰스 림 이 용의 씨 스테이트 9: 선언. 인간이 닭, 오리와 같은 가금류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역사를 추적한 김화용의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중국 고원지대(조미아, 소수민족들의 고향)의 버려진 수력발전소 속에 들어선 비트코인 채굴장 속에 작동하는 기술, 생태학, 금융의 아나키즘적 서사를 파헤친 리우 창의 비트코인 채굴과 소수민족 필드 레코딩.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는 이들의 작업은 다큐멘터리나 르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이 비인간 환경에 가한 행위의 전말을 돌아보게 한다.

전시실 네 곳에 나뉘어 설치된 작품들은 불가분의 공생(symbiosis)에 대해 질문하는 작가들의 미학적이고도 윤리적인 관찰과 사고를 담고 있다는 전시 서문처럼, 뚜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관람객들이 별다른 해설 없이도 메시지를 스스로 상상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의미를 강요하는 인과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느슨한 관계가 연속되기 때문에 작품들 사이의 간극을 관람객이 직접 채워나갈 수 있다. 누군가는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날것의 현실을 포착한 작가들의 시선이 이르는 다음 세계의 모습이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시실 사이 빈 공터에 남화연이 만든 작은 정원은 그 세계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들꽃과 들풀이 만개한 정원 사이로 드문드문 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헤드폰을 끼고 새소리를 따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영상 필드 레코딩이다. 비슷하게 흉내내려 할수록 소리를 내는 신체기관이 새의 그것처럼 부풀어가는 모습은 역으로 자연이 인간의 세계와 공존하기 위해 적응했던 장한나의 뉴 락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인간, 비인간으로 세계의 경계를 나누기 전에, 원래 하나였던 세계로 회귀하려면 환경문제의 해결에 대한 인식 역시 인간의 정복적 시선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이 전시의 다음 장면은 전시장이 아닌 우리 각자가 구축해나갈 현실의 풍경일 것이다. (글 방유경 기자)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

전시 기간: 2021.5.21.(금) ~ 2021.7. 25.(일)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11:00 ~ 18:00

전시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B, E3, G1, G3 및 야외

참여 작가: 권도연(Gwon Doyeon, 한국), 김화용(Kim Hwayong, 한국), 남화연(Nam Hwayeon, 한국), 리우 창(Liu Chuang, 중국), 찰스 림 이 용(Charles Lim Yi Yong, 싱가포르), 주마나 마나(Jumana Manna, 팔레스타인), 박진아(Park Jina, 한국), 장한나(Chang Hanna, 한국), 카라빙 콜렉티브(Karrabing Film Collective, 호주), 타니아 칸디아니(Tania Candiani, 멕시코), 파브리지오 테라노바(Fabrizio Terranova, 벨기에)

주최․주관: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 

 

 

장한나, '뉴 락 표본', 2017~2021 (전시실 ​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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