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찌 2020 F/W 여성 패션쇼
- 날짜 2020. 2. 19.
- 장소 이탈리아 밀라노 구찌 허브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찢긴 휘장
탄생과 동시에 디지털을 경험하며 자란 Z세대는 수요자와 공급자 둘 모두의 입장에서 공간에 관한 우리의 상식을 뒤흔든다. 그들은 아날로그를 하나의 복제 가능한 이미지로 간주하고, 그 이미지적 실체를 강력한 허구의 공간에, 실체보다 더욱 유효하게 구현한다. 여기서 핵심은 더 리얼한 것이 아니라 더 유효한 방식이다. 하지만 Z세대가 경험한 세계 속에도 여전히 아날로그는 존재한다. 인간을 물리적으로 감싸는 온갖 구축물들과 관계된 영역들이 그것이다. 패션은 그 물리적 구축의 첫 단계다. 의상은 몸을 감싸는 첫 번째 기능적 장식이자 공간이다. 즉 옷이란 인간의 몸이 건축물이라는 공간을 경험하기 이전에 가장 처음으로 세상과 만나는 공간이며 건축이다. 또한 패션은 이동 가능하고 독립적인 성격의 미디어다. 이는 오늘날 이동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극단적인 개체화의 아이러니 속에서, 패션이 가장 강력한 개인 표현 매체로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구찌 2020 F/W 여성 패션쇼는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성격의 공간 매체인 패션이 가장 비물리적 경험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때 취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 패션쇼는 중심을 향한 여러 겹의 레이어를 통해 쇼가 제시되기까지의 창작 프로세스를 펼쳐 보인다. 디지털로 전환되는 이미지적 스테이지와 복제 불가능한 아날로그적 백스테이지 사이의 장막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런웨이의 방향성을 해체하고 관객의 시선도 일방향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관객이 없는 무대를 회전시키고 움직임이 없는 카메라는 전체를 균질하게 그리고 깊숙하게 관통하여 관찰한다. 그러나 본 무대가 일반적인 패션쇼의 정면성과 움직임의 방향성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쇼의 마지막, 중심에 위치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정면으로 나선다. 정면과 방향이 없다고 주장하던 무대의 설정이 와해되는 순간이다. 패션 생산의 내밀한 과정이 거대한 벽화처럼 펼쳐지는 것 같은 첫인상의 충격에 반해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와 퇴장하는 모델들, 그리고 디자이너의 등장에서, 여전히 새로운 경험은 그 시점이 생산자에 함몰되어 있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사실 세상과 도시는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사람이다. 신을 향한 열망과 의심의 반복 속에 지성소의 휘장이 찢기고 신과 인간의 사이에 그 어떤 비밀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은 내 안에, 미래는 과거에 사는지도 모른다. 앞과 뒤가 있는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가지 방향뿐인가.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글 정이삭 / 진행 최은화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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