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물리적인 공간은 건축가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제안과 계획에 따라 구축되지만 도시의 풍경은 계획의 청사진과 달리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행태로 빚어진다. 2017년 활동한 14기 공간학생기자단은 이처럼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이용자들의 행동에 주목하고, 서울 곳곳에서 관찰한 모습을 섬세한 시각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이를 분류했다. 도시 공간을 일시 점유하는 떠돌기, 고정된 장소에서 물건이나 간이시설로 영역을 확장하는 내두기(Semi-Settle), 구조물을 더해 건축물을 변형하는 덧대기(Settle)가 그것이다. 이들이 취재한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Series] 일상의 공간 찾기
1. 떠돌기, 일시적인 도시 공간 점유
2. 내두기, 활동과 간이시설로 확장된 영역
3. 덧대기, 물리적인 공간 변형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 공간은 소수의 지식인이나 전문가가 계획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공간을 바꾸면서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한다. 물건을 펼쳐 공간을 점유하고, 때로는 머물면서 편의에 맞게 공간을 변형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태들은 도시 공간에서 발생하는 건축 행위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불법’, ‘무단’ 등의 수식어가 붙으며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부는 이러한 공간 점유와 변형을 시설 지원 등을 통해 제도 안으로 포섭하기도 한다.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이들의 행태를 조명함으로써 일상적 도시 공간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이동 수단과 방식에 따라 도시 공간에서의 떠돌기 양상은 달라진다. 물건 들고 다니기, 매대 들고 다니기, 트럭 타고 다니기 그리고 같이 다니기 등 네가지 유형으로 이를 살펴보았다.

1. 물건 들고 다니기
도시 곳곳에서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다니며 상업 활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지정된 장소 없이 떠돌아다니다 적당한 곳에서 좌판을 벌인다. 정부는 통행권 확보와 가로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이들을 단속하기 시작했고, 순찰과 화단 설치 등으로 노점 설치를 막아왔다. 하지만 노점은 법적 근거를 떠나서 우리 사회에 존재해왔으며 임대 공간으로 채워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노점상이 자신의 영역을 분명히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돗자리 깔기이다. 거리에 돗자리를 펼쳐둠으로써 영역을 표시하고 물건을 펼쳐두어 손님들에게 자신의 행위를 드러낸다. 또한 돗자리에 편히 앉아 물건을 팔거나 야채를
다듬는 등의 준비 작업도 할 수 있다. 여기에 파라솔까지 있으면 이곳은 하나의 공간이 된다. 파라솔은 지붕이 되어 햇빛을 가리고 노점상은 눈과 비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다. 자신의 영역을 보다 분명히 하고 안정감을 찾는다.
1)운반용 손수레_ 물건을 들고 돌아다녀야 하는 노점상에게 손수레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루 동안 판매할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을 손상 없이 노점으로 가져오려면 손수레가 필수이다. 특별하고 대단한 손수레일 필요는 없다. 동네 장을 보러 갈 때 쓰는 정도로 작은 손수레면 충분히 오늘 팔 상품을 운반할 수 있다.
2)박스로 된 요새_ 야채와 소쿠리를 담는 플라스틱 광주리와 박스는 도로 쪽에 두면 빠르게 지나다니는 차들로부터 노점상을 보호해줄 벽이 된다. 먼지나 소음을 막아주지는 못해도 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3)후방에 재고 적재_ 오늘 팔 야채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하루 장사를 위해 가져온 많은 상품들을 광주리나 박스에 쌓아두고 그중 일부를 꺼내어 판매한다. 진열한 상품이 팔리면 박스에서 더 꺼내 파는 방식으로 장사를 한다.
4)바가지 위의 디스플레이_ 자신만의 장사 터에 도착해 자리를 잡으면 준비해온 바가지를 여러 겹 쌓거나 뒤집어서 돗자리 위에 가지런하게 펼쳐둔다. 높이와 크기가 다른 바가지 위에 준비한 상품과 손으로 쓴 정겨운 가격표를 올린다. 바가지가 없어도 좋다. 상품이 담긴 비닐봉지 끝을 돌돌 말아 진열하거나 상품을 돗자리 위에 올려두어도 그 나름 디스플레이 기능을 한다.
2. 매대 들고 다니기
상품을 들고 다니며 판매하는 행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다 많은 상품을 운반하고 진열하기 위해 그리고 음식을 조리・판매하기 위해 노점상은 손수레에서 발전된 이동 수단을 만들었다. 전열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리어카에 장치를 덧붙이고, 다양한 상품도 진열・판매할 수 있게 개조했다. 몇몇은 여기에 의자와 탁자, 천막을 싣고 이동한다. 이렇게 이들이 도시 공간에서 차지할 수 있는 영역은 확대되었다. 이처럼 도시의 공공 영역에서 이들의 활동 범위가 커지고 거리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정부의 단속은 강화되기 시작한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노점을 허용하는 지정 거리가 있다. 노점 영업을 허용하는 푸드트럭이나 간이시설물 등을 상인들에게 임대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노점의 모습이 획일화되고 있다.
1)천막_ 리어카 등을 끌고 다니며 장사하던 노점상은 손님이 많아지자 영역을 확장했다. 손님들이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를 두고 천막도 설치하여 거리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천막은 지붕 역할을 하면서 공간을 형성한다. 길거리이지만 천막 지붕으로 영역이 확실해지면서 아늑한 느낌이 든다.
2)플라스틱 박스_ 조리 공간이 부족할 경우 음식 재료들을 담는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해 간이 공간을 만든다. 넓어진 조리 공간에서 칼질을 하거나 냄비 등 조리기구를 둔다.
3)플라스틱 의자_ 가게 안 탁자에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거나 간단히 먹고 갈 사람들은 주인과 마주 보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서서 먹을 수도 있지만 손님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먹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 간이의자를 마련해둔다.
4)이동식 간이 식당_ 노점에 오래 머물 손님들은 천막 공간 안쪽에 자리를 잡는다.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탁자와 의자를 옮겨 천막 공간 내부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다. 단체손님이 오면 탁자를 붙여 자리를 마련한다.

3. 트럭 타고 다니기
언덕진 골목을 이리저리 누비며 과일과 야채 등을 판매하던 노점상들은 좌판과 리어카보다 한층 발전된 이동 수단으로 트럭을 이용한다. 트럭을 통해 상행위 영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트럭에 상품을 가득 싣고 다니며 값싸게 판매하기도 하고, 트럭에 천막을 달아 만든 아늑한 공간에서 노점 영업을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푸드트럭을 찾고 있다. 과거에 푸드트럭은 불법 취급을 받았지만 2014년 합법화되고 정부가 푸드트럭 창업을 지원하면서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한 푸드트럭 노점상은 정부가 지정한 장소에서 지정 시간에만 영업할 수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푸드트럭 시장에 진입하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노점상들이 어려워지고 있다. 트럭을 이용하는 노점상이 도시 공간에서 어떠한 풍경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보자.
1)노점상들의 슈퍼카, 푸드트럭_ 푸드트럭의 한쪽 면을 들어올려서 거리로부터 보이지 않는 노점 영역을 만든다. 들어올린 면은 노점을 찾은 손님에게 그늘막이자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캐노피가 된다.
2)오픈형 주방_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은 손님의 눈앞에서 조리되거나 조리된 것을 데운 것이다. 손님들은 노점상과 가까이에서 물이나 반찬 등 필요한 것을 바로 요구하거나 직접 리필할 수 있다.
3)겨울철 방수천막_ 날씨가 추워지면 트럭 측면에 방수천막을 덧댄다. 바람막이가 된 방수천막은 손님들에게 실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4. 같이 다니기
여기저기 도심을 유랑하던 노점상들이 하나둘 거리와 공원에 모여 물건을 팔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발전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모습은 도시 공간에 생동감을 준다. 정부는 노점상들이 모여서 영업하는 행위를 더 이상 단속하지 않고 때로는 합법화해 이를 활성화한다. 군집한 노점들은 야시장과 플리마켓, 오일장 등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기도 한다. 지나가는 공간일 뿐인 곳에 노점상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거리와 공원은 쇼핑과 음식, 놀이, 체험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기존의 거리, 공원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보다 노점들이 모이면서 새롭게 형성한 장소의 정체성에 더 익숙해진다. 정체성이 없던 장소에 정체성을 심어주는 노점은 나아가 새로운 길거리 문화로 자리 잡는다.
1)매대 홍보용 물품_ 노점상은 자신의 판매 부스를 알리기 위해 풍선과 입간판 등 홍보 물품을 비치하고, 스티커 붙이기와 소원 적기, 체험 사진 걸어놓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볼거리가 되고 공간은 보다 다채로워진다.
2)천막 좌판_ 노점들이 모인 공간에서 천막은 각각의 매대를 구분하고 노점별 영역을 만든다. 노점상들은 천막 밖에 상품을 진열하고, 상대적으로 좁은 천막 안에는 판매할 물건을 상자에 담아 쌓아둔다. 앉거나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한다.
3)과일 노점_ 노점 과일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과 품질이 다르지 않지만, 노점의 경우 공간 임대료를 내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다. 장사를 마칠 무렵에는 노점상들이 ‘떨이’라고 하며 재고를 저렴하게 판다.
4)신발 노점_ 신발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은 신발을 비스듬히 세워서 진열한다. 보통 단이 있는 진열장 위에 신발을 올린다. 손님들이 착용한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바닥에 거울을 설치한다.
<진행 이성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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