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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여건, 그다음이 다른: 이규섭

사진
고인수
자료제공
제너럴 아키텍츠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2022년 7월호 (통권 656호)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이규섭 제너럴 아키텍츠 대표 × 박지윤 기자

 

손으로 만드는 

 

박지윤(박): 소장님 덕분에 대구를 구경할 수 있어 좋아요. 

이규섭(이): 대구만큼 살기 편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서울이나 부산만 해도 복잡한데, 대구는 한산하거든요. 대부분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라 다니기 편해요. 

 

박: 대구역에서 사무소까지 택시로 15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소장님의 말에 신뢰가 가네요. (웃음) 긴 창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이: 사무소를 구할 때 제 나름대로 정해둔 기준이 있었거든요. 가로로 긴 창에 나무가 보였으면 좋겠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주변에 천이 있는 2층 공간이기를 원했어요. 1층은 부담스럽고 3층은 너무 힘들 것 같아서요. 

 

박: 가로로 긴 창을 이야기하시고, 사무소 벽면에 빌라 사보아 사진이 붙어 있더라고요. 르 코르뷔지에를 좋아하시는 건가요? 

이: 그렇지는 않아요. (웃음) 포스터는 예전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최초로 르 코르뷔지에 파운데이션 전시를 한 적이 있어서, 기회다 싶어 포스터를 많이 구매한 거예요. 요즘 좋아하는 건축가는 오가와 신이치예요. 슈퍼 미니멀리스트거든요. 협소 주택 프로젝트를 보면 평면 풀이부터 시작해서 디테일까지 기가 막혀요. 그다음으로는 칠레의 스밀한 라딕이에요. 저는 직관적인 디자인이 좋아요. 비례, 균형, 비대칭 등을 따지는데 그런 시각적인 면이 너무 좋더라고요. 

 

박: 오가와 신이치를 다룬 책의 단면에 제너럴 아키텍츠의 스탬프가 찍혀 있네요?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고요. 

이: 제가 손으로 완성된 물건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가죽공예도 조금 다루고 있거든요. 나만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게 또 다른 브랜딩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이런 것들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매뉴얼화하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계속 미루고만 있네요. 

 

박: 손으로 그리신 디테일 도면도 봤는데 그대로 발주해도 될 수준의 손도면이더라고요. 

이: 실제로 최종 도면이에요. 그 상태로 발주가 들어가죠.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촬영도 하고, 정리도하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너무 없어요. 상세 도면도 마찬가지고요. 손으로 도면을 그리면 생각을 훨씬 속도감 있게 표현할 수 있죠. 이 방법이 가장 편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는 점이 좋아요. 지금은 태블릿이 잘 되어 있어서 태블릿으로도 많이 그려요. 

 



자리에서 움직이는 

 

박: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구에서만 활동하셨어요. 

이: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저도 서울로 갈까 싶었는데, 그쯤 학교 교수님과 연계된 프로젝트에 인턴으로 참여하게 되었거든요. 시에서 주관하는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였는데 그걸 하다 시기를 놓치고, 그 프로젝트에서 안면을 익힌 소장님의 사무소에 들어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대구에 자리를 잡게 됐어요. 

 

박: 저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녀서 감천문화마을과 같은 경사지나 바다 앞을 프로젝트 대지로 자주 다루었는데요. 소장님은 어떠셨나요? 

이: 대구는 분지라 지형적인 특징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부산은 ‘다이내믹 부산’이잖아요. (웃음) 그나마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가 대구 일부분을 설명하는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아요. 대구의 골목길 문화가 재미있어요. 동성로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성곽의 동쪽이라는 뜻이더라고요. 동서남북으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가 있었고, 성격이 다른 네 개의 길들이 모두 이어져 있어요. 동성로는 젊은이들의 번화가고 남성로는 약전골목, 서성로는 오토바이 골목이에요. 북성로는 서울 문래동 비슷한 오래된 공구 골목이고요. 이 길들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했었죠. 당시 저희가 참고한 게 부산의 광복로였어요. 기관과 민간, 건축가가 하나가 된 좋은 프로젝트였죠. 차가 다니지 않는 부분도 있고, 천천히 다니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도로를 곡선으로 만들기도 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참고했어요. 

 

박: 낯선 지명이 나오니 재미있네요. 건축사사무소힘(이하 힘건축)이 처음 들어간 사무소라 들었어요. 

이: 대구의 건축사사무소로는 처음으로 「SPACE(공간)」에 작품이 실렸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SPACE」 445호 참고). 당시에 건축사진 작가분들은 지방 출장을 꺼려하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백성기 소장님이 진행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들었어요. 덕분에 김용관 작가님과 함께하게 되었는데, 촬영하면서 대구에 이런 건축가도 있냐며 그때부터 인연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저는 조금 더 젊은 세대인 윤준환 작가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죠. 

 

박: 지방에서는 시공의 질을 높이기가 힘든 여건이라는 소리도 들리더라고요. 

이: 지방에는 프로젝트 빈도 자체가 수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으니 질 좋은 건축 시공 경험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상세한 디테일까지도 챙기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데, 현장 소장님들은 이런 경우가 잘 없으니까, 건물을 짓는 데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푸념하기도 해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죠. 

 

박: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역학 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라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 그렇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중 시공사의 문제도 있지만 건축주가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물론 건축가의 역량 차이도 있겠지만요. 건축주에게 모형, 3D, 도면, 그리고 샘플로도 브리핑을 진행하고도 막상 시공을 하면 현장에서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과정으로 인해 건축가가 지치기도 하거든요. 여기서 시공사까지 따라주지 않게 되면 자포자기 되는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자체적으로 만족도가 60% 정도 되는 현장인 경우에는 마감 기간에 상주해 완성도를 높이려고 하죠. 

 

박: 지역마다 평당 단가의 기준도 다를 것 같아요. 

이: 대구, 부산, 서울 순으로 높아지는 것 같아요. 


박: 아홉 명의 각기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가 모인 마이너스 프론트의 팀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세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이: 마이너스 프론트의 박홍철 디렉터님이 저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연락을 했어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작업을 꾸준히 올리고 있었거든요. 그걸 보시고는 작업하는 방식이나 이야기들이 재미있는 것 같다고 함께하자고 하셨어요. 

 

박: 처음부터 팀을 꾸릴 목적으로 모인 건가요? 

이: 박홍철 디렉터님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본인 주택 설계를 의뢰하셨어요. 그게 첫 인연이었어요. 이후, 건너건너 다른 프로젝트도 의뢰받게 되면서 구성원이 점차 늘어났고, 팀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에게는 좋은 기회였죠.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박: 한 프로젝트를 팀의 구성원만으로도 소화할 수 있겠어요. 

이: 그럴 수 있죠. 해당 프로젝트에 필요한 디자이너들이 그때마다 유닛처럼 조합되어 진행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밀접하게 소통해 진행하다 보니 배울 점도 많고 재미있어요. 각자의 접근법이 다르거든요. 서로를 믿고 각자의 전문 영역에 집중할 수 있어 작업의 밀도도 높아지고요. 예를 들어 저희 팀에 김동규 금속공예가가 속해 있어요. 보통의 건축 현장에서는 건축가가 손잡이까지 신경 쓰기에는 물리적으로 무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작가가 속해 있으니 그 한계가 없어져요. 손잡이를 만들 때도 주물을 뜨거나 꽉 찬 소재를 깎아서 완성하거나 하는 식으로 디테일이 완성되죠. 이런 디테일과 연출이 모여 내는 시너지가 좋아요. 

 

박: 소속된 팀원들의 지역과 인원은 어떻게 되나요? 

이: 박홍철 디렉터님이 부산에서 활동하고 계셔서 부산을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부산에는 디렉터님을 포함하여 다섯 명, 대구에는 저랑 금속공예가 해서 두 명, 서울에도 두 명이 있어요. 

 

박: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 가지시나요? 

이: 부산에 팀원이 제일 많아서, 부산 팀들은 자주 모여요. 프로젝트 자체도 부산을 기점으로 하는 것들이 많고요. 




디테일의 시작이 되는​

 

박: 대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힘건축이 소장님을 대구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거로 보여요. 

이: 백성기 소장님이 대구에서 지역 건축가로서 활동하는 데 나름의 의무감을 가지고 계셨어요. 저도 그렇게 된 것 같고요. 지금 사무소 명인 제너럴 아키텍츠도 백성기 소장님의 영향을 약간 받은 것 같아요. 언젠가 건축은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어서는 안 되고 일반적인 대중들도 누릴 수 있는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박: 보편성을 가진 디자인이란 무엇을 뜻하나요? 

이: 다양한 의미를 가지겠지만, 단가의 측면에서도 보편성을 충족할 수 있다고 봐요. 힘건축에서 일할 시절, 개척교회에서 방음 공사를 의뢰한 적이 있어요. 예산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라 마감 품질에 대해서는 언급도 못하고, 방음 처리만 부탁했던 현장이었어요. 그때 백성기 소장님이 행한 해법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요. 벽면에 흡음 보드를 고정하면서 각재를 흡음재 위로 패턴 시공해 마감 했었거든요. 살짝 패턴을 주어 비용 대비 좋은 질을 구현할 수 있었죠. 저 같은 경우에는 거푸집에 쓰는 코팅합판을 내부 마감으로 사용한 적도 있어요. 금속의 경우도 레이저 절곡으로 제작하기보다는 기성 앵글 제품을 조합해 가성비와 완성도를 모두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요. 

 

박: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인데 그만큼 만족도와 매력도가 높겠어요. 인스타그램 피드 중에 공간 브랜딩도 해시태그가 되어 있더라고요. 공간 브랜딩도 하시는 건가요? 

이: 브랜딩은 브랜딩을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해요. 브랜딩은 브랜딩 전문가가 하고, 건축은 건축가가 해야 작업의 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사실 공간 브랜딩이라는 용어가 참 애매하잖아요. 특히 상업 공간을 할 때 공간 디자이너와 브랜드 디자이너의 작업 영역이 모호해지는 것 같아요. 공간이 우선인지, 브랜딩이 우선인지에 대한 문제도 부딪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고요. 그럴 때 저는 저의 고집을 내려놓아요. 건축보다 브랜드가 먼저니까요. 구조미가 돋보이는 보이드나 기둥 없는 장스팬 캔틸레버를 멋지게 적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건축가와 브랜드의 정체성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브랜드의 정체성에 먼저 집중을 하려고 하죠. 

 

박: 카페 아눅 앞산(2020)도 브랜딩이 구축된 후 그에 맞춰 설계한 경우인가요? 

이: 맞아죠. ‘아눅’의 뜻이 아늑한 공간이라는 뜻이에요. 아눅 앞산 간판에 새겨진 로고도 코너에 테이블이 있는 모양이거든요. 구석진 자리에 아늑한 공간을 표현한 거죠. 저도 그에 맞춰 설계했고요. 이 프로젝트는 경제적인 제약이 많았어요. 그래서 외부 창틀과도어를 내수합판으로 제작했어요. 그래도 제가 합판을 다룰 때 특화된 방법이 있어서 괜찮은 작업물이 나온 것 같아요. 공장이 아닌 외부 공방에서 작업한 후 운반해오는 방식이에요. 보통은 현장에서 만드는데요. 공방에서 만든 후 운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질적인 면에서 훨씬 좋아지더라고요. 

 

박: 이후 아눅의 2호점인 아눅 사월(2021)의 설계도 담당하셨어요. 건축주와의 신뢰가 어느 정도 쌓인 상태였을 텐데, 원하는 것을 더 시도해보실 수 있었나요? 

이: 아니요. (웃음) 여건이 똑같은 상황이었거든요. 서울은 잘 모르겠지만 지방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어요. 매출 면에서요. 그래서 건축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회수를 못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작업했죠. 좌석 배치나 동선 같은 영업과 연관한 부분들도 신경을 썼고요.

 

박: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설계하고 계신데, 그런데도 소장님 작품 속 계단들을 보면 나름의 조형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져요. 

이: 저는 솔직하고 직관적인 게 좋아요. 그래서 건축 철학 같은 것도 사실 없고, 배운 대로 하고 있어요. 쭉 뻗은 계단이나 나선형 계단이 조형성을 가지긴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그 위치에 수직 동선이 필요해서 거든요. 대지 분석, 평면 배치에 의해 자연스럽게 따라온 경우죠. 거기에 기호만 살짝 곁들인 정도라 생각해요. 

 


아눅 앞산
 

이규섭은 2022년 8월호에서 윤성영, 김샛별 (아에아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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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이규섭은 계명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건축사사무소힘에서 실무를 쌓고 2017년 제너럴 아키텍츠를 설립했다. 지역에서 건축을 한다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좋은 디자인이 시민에게 평준화될 세상을 기리며 가구부터 인테리어, 건축설계까지 폭넓은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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