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교 카페로 드라이브나 갈까?
글 김민형(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
한적한 주말이면 한 번쯤 고려해 보는 나들이 코스가 바로 근교 카페이다. 하지만 그저 다녀오고 그만일 뿐,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나? 드디어 카페 얘기를 들어볼 곳이 생겼다. 왜 월간 「SPACE(공간)」는 이번 호에서 카페를 다룰까. 2022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 수상작 일곱 개 중 세 개가 카페라는 점에 주목해 보자. 카페에 대한 관심은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SNS 인증사진을 올리려는 희망으로 부푼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카페라는 프로그램은 건축을 다루고 만드는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이야기 나눠야 하는 건축 유형이자 더 나아가 주목해야 하는 현상이다. 「SPACE」 5월 호에서 다루는 ‘카페 현상’은 건축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가장 먼저 훑어야 할 카페의 기본을 망라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건축의 한편에서 카페가 문화교류와 사교장으로 활약한 모습을 톺아본다. 위치는 유럽, 남미를 넘어 아시아까지 세계 곳곳에 이른다. ‘인증사진’을 위한 카메라는 잠시 내려놓고 카페라는 장소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보자. 이어서는 카페 건축의 유형을 나누어 급부상하는 카페 건축 수요에 대한 건축가들의 생각을 들어본다. 첫 번째 ‘카페 현상’은 교외로 사람들을 이끈다. 답답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난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탁 트인 풍경이 보이는 카페다. 특히나 교외에서는 카페가 들어서는 것만으로 땅의 가치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더 멀리서 오는, 더 많은 이를 향한 환대는 한국의 카페가 지향할 지점을 짚어주는 듯하다. 두 번째 현상은 동네 속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도시가 뒷받침하는 문화 인프라는 어느새 카페가 대신 한몫 거뜬히 해내고 있다. 책 읽기, 음식 나누기, 이웃과 끈끈해지기 등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다. 세 번째 현상은 카페 공간의 메시지에 집중한다.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고 이끌고 전달하는지 브랜드를 통해 소통한다. 건축가는 물론 아트 디렉터, 디자인 스튜디오, 사회학자 등 다양한 배경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카페 현상’을 주목한다.
우리의 이목을 끌며 급부상한 카페는 사실 건축계에서 낯선 유형은 아니다. 다분히 상업적이고 피상적인 소비의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좋은 공간에 대한 욕망은 제체시온의 시대나 인스타그램의 시대나 똑같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심은 일면 한국에서의 실험적인 건축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적 실험을 시도할 수 있는 소규모 건축보다 아파트 단지 같은 대규모 건설이 훨씬 자주 목격되고, 건축을 부동산으로만 바라보며 평준화된 건물의 시장성이 더 좋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SNS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질 좋은 공간을 만들 기회는 어떻게 생길까? 만약 건축에 대한 개인의 수요과 관심이 당연히 건축계의 활기를 띠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카페 현상’을 그저 유행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카페 현상’이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사람, 만드는 사람들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을까? 이번 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나름의 단상이 남으리라 생각한다. 각자의 마감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근교 드라이브는 가지 못하더라도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자. 그리고 서로가 생각하는 ‘카페 현상’을 꺼내어 보자. 참, 그러고 보니 대화를 나누는 바로 그곳이 카페일 수도 있겠다.
사회적 공간이자 건축적 가능성으로 작동하는 카페 건축
글 강원희(충북대학교 건축학과)
우리는 '카페 건축'에 대해 사회적 의의와 건축적 의의를 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페는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할 수 있도록 느슨하면서도 자유로운 장을 형성하고, 일상에 활기를 부여해 산업환경 속 촉매제와 같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발생했다. 그러다 점차 다분히 상업적 공간으로 확대되다가 오늘날에 역설적으로 상업·소비 공간을 넘어 공공성까지 지니게 되었다. 카페에서 느슨한 교류를 형성할 적부터 공적 성향을 드러내긴 하였으나, 현대에 들어서 한국 사회 내 질 좋은 공공공간 부재로 인해 카페가 이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이다.
과연 공공공간 부재라는 사회적 결핍의 현상뿐일까. 생활 속도가 빠르고 기술 발전이 빠른 한국 특성상 점차 그룹보다는 개인화 성향이 강해지고, 여러 디지털 플랫폼에 접속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온라인상 교류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공간적 욕구는 과거와 달리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교류를 추구한다.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언제든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 거리감을 여전히 요구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영역을 보장받고자 하고, 언제든 자신의 선택에 의해 관계를 설정할 수도 해제할 수도 있는 환경을 원한다. 이러한 공간적 욕구를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실질적 공간이 바로 카페다. 카페 공간을 오롯이 향유하는 개인들과 실질적 공간을 점유하면서도 동시에 SNS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가상 공간에 접속하는, 다양한 차원의 도시 공간 점유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카페다. 이렇게 카페 건축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다양한 공간의 발생 그리고 현대인의 욕구에 발맞춰가는 사회적 공간으로서 작동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담기 위한 건축적 태도가 요구되는데 덕분에 카페는 다양한 건축적 표현과 디자인을 할 수 있게 한다. 본문에서도 “건축적 역량을 이토록 존중한 사례가 있는가”라고 표현하며 건축가가 행할 수 있는 자유를 담는다고 말한다. 마음 챙김, 감성, 핫플레이스 순례 등 사람마다 공간을 향유하는 깊이와 행태는 다 다르지만 오히려 그 다양함을 담고 또 다른 공간감을 제공하기 위해 ‘카페 건축’을 한다. 비록 일시적일 수 있고 좋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축가의 사명에 비해서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건축가가 대중과 건축을 통해 이렇게 편하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일반인이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공간감을 카페 건축을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비일상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공간감을 체험한다. 소비 형태로 전환되는 이 체험은 그들의 요구 사항과 공간 점유 현상을 직접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고 이에 건축가는 또 다른 공간을 선보인다. 카페가 담을 수 있는 건축의 다양성은 심지어 허물어져 가고 잊혀가던 옛 공간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대중에게 추억과 기억이라는 감성으로 치환된다. 카페 건축으로 두려워하던 건축의 본질 실종, 그러나 오히려 건축이 내포하고 건축가가 표현하는, 공간이 담은 시간들. 즉, 카페 건축은 건축이 본질적으로 내포한 가상성을 실현하고 작동하며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지니게 된 것이 아닐까.
카페 건축의 일시성 또한 가능성으로 바라볼 수 있다. 카페 공간은 더 이상 카페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공간적으로 풍부한 건축물은 여전히 살아남아 다른 프로그램을 담고 재사용된다. 때문에 오히려 가변적 쓰임과 불변적 공간감을 담은 건축으로서 사회에 적절히 스며들고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은가.
카페 개성의 시대
글 라해린(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SPACE(공간)」을 지면으로 만나보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권호를 보고 놀랐을지 모른다. 표지에 익숙한 프레임 안의 건물 사진이 아닌 '카페 현상'이라는 제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목과 표지에 놀라는 사람 있을지라도, 카페가 건축 잡지에서 다룰만한 주제인지 의구심을 가질 사람은 없다.
국내 카페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사람들은 커피 맛만큼이나 커피를 파는 공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거리 위 표지이자, 커피 향이 나지 않는 화면에서 카페의 성격을 드러내는 썸네일로써, 건축은 카페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 좋은 카페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교외로 나가는 상황이 건축 답사를 다니는 학생이나 전문 건축인이 아닌 일반인에게 퍼진 문화라는 점을 보면 한국은 '카페 건축 현상'의 중심에 있다.
조성익(홍익대학교 교수)은 카페 건축을 경험과 위치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유형화된 카페 건축은 건축가들의 모호한 분류나 이론상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것이 아닌, 사용자의 행위와 접근에 따른 직관적인 분류 체계다. 책이 아닌 SNS에서 보는 분류라고 해도 어색하거나 어려울 부분이 없다. 그만큼 국내 카페 건축의 표본이 다수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증가하는 수요에 따라 카페를 사용자 또한 다층화되었음을 보여준다.
국내 카페가 가진 가능성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하나의 카페 브랜드로서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적시해야 한다. 몇몇 곳에서는 지극히 건축적인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한다. 카페 어니언은 기존 공간의 장소성과 부합성을 판단해 좌식 구조의 천장 높이를 느끼도록 바닥을 낮추거나 노포와의 연계성을 키우기 위해 외벽을 철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들의 태도를 설명하는 것은 오롯이 커피 맛뿐만이 아니다.
현 상황을 '현상'으로 조명하는 데는 선풍적인 현대의 상황을 나타내는 한편, 이 현상이 지나고 난 '그 이후'에 대한 질문도 내포한다. 카페가 어떤 방식으로 더 성행하고, 쇠퇴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카페의 공적 혹은 사적 역할과는 별개로 근원적인 속성은 상업 공간이자 유행의 영향을 받는 소비 공간이기 때문이다. 고영성(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은 시간이나 패러다임에 따른 변화를 맞게 되는 건축의 주기성에 관해 이야기하며, 넉넉하고 단순한 구획의 카페가 가진 변화 잠재성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의견으로 담론을 마무리했다.
카페 흥행과 공공공간의 부재
글 신효근(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잡지 마지막 장에 실린 서울대학교 교수 전상인의 칼럼 ‘사회학자의 카페 읽기’를 보면, 레이 울든버그의 ‘제 3의 장소’ 개념이 나온다. 1은 집이고 2는 학교와 직장이며, 3은 비공식적 화합 공간인 지역 공동체 장이다. 인간이 교류하고자 하는 욕구의 즐거움에 대한 본성을 충족시켜 줄 공간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집을 나와 어디로 향하든 몇 개씩 마주하게 되는 카페는 새로운 인프라로 여겨도 될 정도다. 쉽게 방문하여 다른 이들과 관계 맺기 좋으며 때론 내 집처럼 편안하게 공간을 향유할 수도 있어, 전상인은 제 3의 장소로 카페가 적격이라 말한다.
카페가 제 3의 장소로 대표될 때마다 떠오르는 건, 공공공간의 부재다. 상업을 기반으로 하는 카페는 이윤을 추구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자본의 벽이 생긴다. 전상인이 “키페는 지불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정 시간 공간을 사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존재 이유를 드러낸다”라고 했는데, 이는 잡지에서 소개된 물볕, 스페이스 미조처럼 공공성을 띠는 카페라도 카페의 뾰족한 특징 때문에 공공공간을 완전히 대처하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파리를 14일간 여행한 적이 있다. 서울의 1/6정도 밖에 안되는 크기지만, 크기에 비해 많은 공공장소가 있었다. 조금만 걸으면 마주하는 건물 사이사이 작은 공원부터, 센강까지 이어지는 넓은 선형공원, 규모에 상관없이 접근하기 좋은 수 많은 공공시설물은 서로 얽히고설켜 사람들을 모으고 도시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파리가 활기참과 동시에 편안하고 그래서 낭만적인 이유를 그때 깨달았다.
서울, 그리고 우리나라는 힙한 카페가 속속 등장하면서 도시는 개성 넘치고 활기차졌다. 그럼에도 편안하지는 않다. 좋은 날을 만끽하며, 굳은 날씨는 피할 수 있는 공공장소가 적기 때문이다. 건축이 모여 도시를 만들기에, 제 3의 장소가 카페보다는 공공공간이 되도록, 도시는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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