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11월호 (통권 672호)
창간 57주년 기념호를 펴내며
「SPACE(공간)」 창간 57주년 기념호에서는 출발선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하나는 공공건축 설계공모 이야기다. 해묵은 주제 같지만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를 막론하고 건축계에서 설계공모만큼 자주 회자되는 이슈가 있을까? 특히 심사의 공정성이나 투명성, 전문성에 대한 불신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편으로는 기계적인 공정성에 사로잡혀 전문성에 대한 가치평가가 도외시되고, 당선하더라도 실제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가에게는 적합한 권한과 대가 없이 과도한 책임만 지운다는 문제의식도 크다. 되풀이되는 논란에 피로감과 ‘말한다고 변화가 있겠느냐’는 절망감도 팽배하다. 불공정한 심사가 예상되는 블랙리스트를 피하는 건 물론, 아예 공모 자체를 외면하는 건축가들도 다수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수록 많은 건축가는 설계공모를 통해 작업의 기회를 얻는다. 특히 최근 젊은 건축가들은 공공건축으로 실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2013년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개정으로 공모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설계비 기준이 점차 낮아지면서, 지난 10년간 공고된 설계공모의 총합은 6,000여 건에 달하고, 2020년 이후에는 연간 1,000건 이상의 공공건축의 설계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범위가 늘어난 만큼 공모에 응하는 설계사무소의 수나 이들이 들이는 인력과 비용도 많아진다. 당선작 외 설계안들은 폐기되는 설계공모 시스템에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설계공모를 확대하려는 제도의 취지는 우리의 일상과 좀 더 밀접한 중소 규모 공공건축물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높아진 사회적 비용만큼 과거에 비해 좋은 공공건축물을 누리고 있을까? 이제 그간의 대차대조표를 뽑아볼 때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때문에 현 제도가 미흡하게 느껴지지만, 2013년 이후 설계공모 제도는 그 이전 20년에 비해 몇 배나 촘촘히 나름의 보완을 거쳐왔다. 이번 특집 ‘설계공모, 10년의 경험’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공공건축의 발주제도로서 설계공모의 궤적을 되짚어보았다. 지난 10년 동안 설계공모로 완성된 공공건축물 가운데 우수성을 인정받은 30 작업을 꼽았다. 선정된 작업의 건축가들에게는 공모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던 요인과 현 제도에 대한 제언을 물었다. 덧붙여 김정임(서로아키텍츠 대표), 윤승현(중앙대학교 교수), 임유경(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조윤희(구보건축 대표)와 함께 설계공모의 개선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는 좌담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의 가장 큰 성과는 건축가들이 사회와 함께 6,000건의 선례와 많은 논의를 생산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 선례들을 바탕으로 좋은 공공건축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본질적으로 숙고하며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또 다른 특집은 민성진(에스케이엠 건축사사무소)의 아난티 프로젝트다. 민성진은 2017년 부산 기장에 완공된 아난티 코브(「SPACE」 597호 참고)를 통해 대규모 리조트 단지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아난티 코브보다 두 배 넓은 대지에 계획된 빌라쥬 드 아난티와 도심형 호텔인 아난티 앳 강남을 통해 도시 설계에서 건축, 인테리어를 관통하는 민성진의 진화된 건축적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존홍(서울대학교 교수)은 누적된 경험으로 도출된 재료와 건축적 형태가 사람들과 직감적으로 소통하면서도 굉장한 효율성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이번 기획은 인위적인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인간적 경험에서 출발해 총체적인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민성진의 설계과정을 존홍과의 대화를 통해 포착하고자 했다.
이번 호에 준비한 두 가지 기획은 공공과 민간 건축물로 일견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와 도시의 복잡성을 생각해보면 각자의 영역은 중첩되고 서로에게 참조점을 제공한다. 「SPACE」 11월호가 그런 발견과 영감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3년 11월호 (통권 672호) 목차
008 EDITORIAL
010 NEWS
028 FEATURE 01
직관과 경험으로 직조된 또 다른 낙원: 아난티와 에스케이엠 건축사사무소
Elsewhere, Woven with Intuition and Experience: Ananti and SKM Architects
032 FEATURE 01: PROJECT
빌라쥬 드 아난티
Village de Ananti
054 FEATURE 01: PROJECT
아난티 앳 강남
Ananti at Gangnam
066 FEATURE 01: ESSAY
건축과 도시, 살아있는 생명체_ 민성진
Architecture and the City: A Living Organism_ Ken Sungjin Min
072 FEATURE 01: DIALOGUE
발화: 건축가 민성진의 건축적 직관과 아난티 프로젝트_ 존홍 × 민성진
Utterance: Architectural Intuition in Ken Sungjin Min’s Ananti Projects_ John Hong × Ken Sungjin Min
080 FEATURE 01: REVIEW
당신을 위한, 또는 우리를 위한_ 김정은
For You, or for Us_ Kim Jeoungeun
082 FEATURE 02
설계공모, 10년의 경험
Design Competitions: Tracing a Decade-Long Trajectory
084 FEATURE 02: REPORT
설계공모 제도 10년의 변화_ 임유경
A Decade of Change to Design Competition Systems_ Lim Yookyoung
092 FEATURE 02: PROJECT
설계공모 10년: 공공건축 30선에 다시 묻다
: 도담어린이집 · 영주시노인복지관 · 구산동도서관마을 · 문화비축기지 ·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 보라매공원 현장근로자 근로환경 개선시설 · 평화문화진지 · 매곡도서관 · 박영석 베이스캠프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 다산면 행정복합타운 · 영주실내수영장 · 부천아트벙커 B39 · 순천부읍성남문터광장 · 산마루 놀이터 · 체부동 생활문화센터 · 여성가족복합시설 스페이스살림 · 노들섬 · 서울공예박물관 · 조치원문화정원 · 클라우드 · 서울서진학교 · 마곡 119 안전센터 · 신길중학교 · 김근태기념도서관 · 충남내포 혁신플랫폼 · 종암 스퀘어 · 노원책상 · 문산읍 주민자치센터 어울마당 · 펀그라운드 진접
10 Years of Design Competitions: Revisiting 30 Public Architecture Selections
: Dodam nursery school ∙ Yeongju Senior Center ∙ Gusan-dong Village Library ∙ Oil Tank Culture Park ∙ Seosomun Shrine History Museum ∙ Rock & Branch ∙ Peace Culture Bunker ∙ Maegok Library ∙ Park Youngseok Base Camp ∙ Seoul Hall of Urbanism & Architecture ∙ Dasan-myeon Town Hall Complex ∙ Yeongju Swimming pool ∙ Bucheon Art Bunker B39 ∙ Suncheon Art Platform : The Hidden Cloister ∙ Sanmaroo Playground ∙ Chebu-dong Community Center ∙ Cultural Complex Space Salim ∙ Nodeul Island∙Seoul Craft Museum ∙ Jochiwon Cultural Garden ∙ Cloud ∙ Seoul Seojin School ∙ Magok Fire Station ∙ Singil Middle School ∙ Kim Geuntae Memorial Library ∙ Innovative Office Platform_Chungnam Nai-po ∙ Jong-Am Square ∙ Nowon Table ∙ Munsan-eup Community Center ∙ Funground Jinjeop
126 FEATURE 02: ROUNDTABLE
공공건축 발주제도로서 설계공모는 최선인가?_ 김정임, 윤승현, 임유경, 조윤희
Are Design Competitions Still the Best Way of Commissioning Public Architecture?_ Kim Jeongim, Yoon Seunghyun, Lim Yookyoung, Cho Yoonhee
134 FEATURE 02: APPENDIX
지어지지 못한 청사진
Unbuilt Blueprints
136 REPORT
의미, 기억, 유산을 수호하는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_ 김정은
An Architect Who Protects Meaning, Memory, and Heritage: David Chipperfield_ Kim Jeoungeun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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