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오늘의 건축가] 시선과 시선이 만나: 최수희, 권보준

사진
김산(별도표기 외)
진행
김지아 기자

「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74호)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최수희, 권보준 콜라브웍스 공동대표 × 김지아 기자​

 

일상과 변화, 그 사이에서


김지아(김): 사무소가 근사해요. 사옥으로 사용하는 건물인가요?

최수희(최): 저희 건물은 아니고요. (웃음) 1층을 사무실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어요. 이 일대의 건물을 찾다가 눈에 띄어 들어왔는데 건축주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해요.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건축 공부를 하고 디자인하는 분이라고 들었어요.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지만요. 

 

김: 1층에 위치한 데다 통창이라 바깥이 훤히 내다보여요. 

최: 뉴욕에서 첫 회사가 1층에 있었어요. 일상과 가깝게 교류하는 느낌이 좋아 회사를 차리면 1층에 사무실을 둬야지 생각하곤 했어요. 동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지나다니는 모습이 내다보여요. 매일 개를 산책시키는 이웃은 오며가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죠. 

 

김: 이태원에 자리 잡은 건 뉴욕에서의 생활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까요?

최: 맞아요. 뉴욕 브루클린에서 오래 살았는데 서울에서 이태원이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동네라고 생각했어요. 변화와 다양성 측면에서 그렇죠. 예전 것이 남아 있으면서 새로운 것이 계속 유입되어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아 특유의 에너지가 있어요.

 

 

 

건축과 사진이 만나면

 

김: 미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줄곧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돌아와서는 정초이웍스의 공동대표로 활동했어요. 그러다 올해 사진작가인 권보준 실장과 콜라브웍스를 개소했죠.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최: 정초이웍스의 공동대표로 활동한 정대건(대건웍스건축사사무소 소장)과는 한국에서 같은 학부를 졸업했어요. 시기가 달라 학교 다닐 때는 얼굴만 아는 사이였는데, 적극적으로 교류하게 된 건 미국에서였죠. 석사를 마치고 뉴욕의 한 건축사무소에 취직했을 무렵 정 소장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공부 중이었어요. 2016년경부터 각자 회사에 다니며 공동 작업을 하고, 뉴욕에서 사진 작업을 하던 권 실장과도 그 무렵 만나 건축과 사진에 대한 관심을 나눴어요. 건축 작업할 때 사진을 찍게 되니 자연스레 협업할 일이 많았고, 그러한 관계를 발전시켜 준공사진 외에도 건축과 사진이라는 두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해나갔죠. 한국에서는 소나건축사사무소(대표 손주휘)와 협업한 영주 공유 플랫폼 설계공모 당선을 계기로 2020년도부터 정초이웍스라는 이름으로 정 소장과 둘이 활동했는데, 적당한 시기에 서로 독립을 결정했어요. 그러면서 제 색깔을 좀 더 고민하게 됐고, 건축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초기 작업들에 흥미를 느껴 사진하는 권 실장과 함께 사무소를 개소했어요.

 

김: 어떤 작업들이 흥미로웠나요?

최: 정 소장과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 회사에 다니면서 내 작업을 하고 싶은데, 건축주가 있지는 않고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축 작업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실제 건물을 짓는 게 불가능하니 공모전을 통해서든, 전시를 통해서든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해나가자는 마음이 컸죠. 그중 하나가 소다미술관에서 했던 전시 <인공자연: 콘크리트에 자연을 담다>(2018)였어요. 소다미술관에서 1년에 한 번씩 건축가를 선정해 전시를 개최하는데, 인공자연을 주제로 루프리스 갤러리의 동선을 따라 하늘, 땅, 바람을 표현한 설치 작업을 진행했어요. 이외에도 뉴욕의 오마이 갤러리에서 죽음을 주제로 건축가들의 작업을 큐레이팅한 전시 (2019)과 UIA 서울세계건축대회에서 미래 도시를 주제로 한 <자율진화도시>(2017) 등에 참여해 설치, 조각, 출판 등 다양한 작업을 시도했죠.

 

김: 공모에 도전하는 일 외에도,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며 발판을 다져왔네요. 

최: 초반에는 스스로를 테스트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독립적으로 일을 꾸릴 수 없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스케일을 키워보자는 생각이었죠. 지어지지 않는 공모전에서 시작해, 이미지보다는 좀 더 실질적이고 무언가 만질 수 있는 전시나 설치 작업으로 확장하고, 그러한 시도들이 이어져 공모에 당선, 실제 작업을 구현하게 됐죠. 

 

김: 건축과 사진의 협업을 지속해왔어요. 사진가와 건축가가 함께하는 사무소라는 점이 콜라브웍스의 성격이기도 하죠.

최: 일반적인 사무소처럼 건축과 사진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는 프로젝트에서 협업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아요. 그럴 때는 서로 의견을 나누는 정도죠. 건축사진에 제가 의견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사진하는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다른 시선에서 봐 줄 수 있으니 그 정도 의견 교류는 하는 편이에요. 현재 지속 중인 협업 프로젝트는 세 가지가 있어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낯섬’은 브루클린과 퀸즈 등 뉴욕의 후기 산업지역의 변화를 기록하는 건축사진 프로젝트예요. 권 실장이 도시를 기록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건축가로서 도시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때 어떤 건축물을 찍는 게 흥미로울지 의견을 주고 리서치를 진행하며 건축물에 관한 글을 적는 것까지 도맡아 협업하고 있어요. ‘로컬 아티스트’는 권 실장이 지내던 뉴욕 레지던시의 작가들을 촬영하는 작업인데,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이 되는 공간을 모형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사진과 모형을 한데 모아 브루클린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죠. 정 소장과 제가 먼저 제안해 진행한 프로젝트는 유럽의 현대건축물들을 드론으로 찍는 ‘드론 아카이브’라는 작업인데요. 권 실장이 어느날 드론을 구입해 저희끼리 가지고 놀다가 이걸로 건축사진을 찍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어요.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미시건대학교에서 여행 장학금을 받아 유럽 현대건축물을 촬영했죠. 

 

김: 전시라는 창구 외에 작업물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궁금해요. 

최: 실물 전시나 책을 통해 작업을 보여주는 게 가장 1차원적인 방식이라면 낯섬과 드론 아카이브는 별도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온라인 전시를 하고 있어요. 이 전시를 본 사람들이 종종 연락을 해오기도 해요. 터키의 한 건축가가 드론으로 촬영한 아인슈타인 타워를 출판물에 활용하고자 의뢰해 제공한 적도 있어요. 로컬 아티스트는 실제 전시장에서 전시를 했는데, 작업이 일회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아카이브할지 구상 중에 있어요. 나아가 이 작업들을 건축적으로 발전시킬 방법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죠.

 

 

익숙한 듯 새로운 경험을 지나

 

김: 설계를 위주로 하는 사무소와는 사뭇 결이 다르고, 작업의 스펙트럼도 넓어요. 정초이웍스 시절부터 작업해온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민간과 공공, 건축과 인테리어를 아우르며 다양한 작업을 이어온 가운데 인테리어 작업이 눈에 띄어요.

최: 정초이웍스 개소 초반에 어반플레이(대표 홍주석)와 협업을 시작으로 상공간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몇 차례 진행했어요. 어반플레이가 기획한 부산 영도의 대형 카페 피아크(2021), 그 인근의 아트 라운지 겸 갤러리 스크랩(2021) 등 내부 공간을 디자인했죠. 뉴욕에서의 실무 경험을 살려 다양한 인테리어 작업을 즐겁게 했어요. 뉴욕의 경우 도시에 보존해야 하는 건물도 많고, 대형 회사에서 빌딩을 짓지 않는 이상 새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실무 기간 동안 리노베이션이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했어요. 동시에 한국에서는 실무를 한 적이 없는 터라, 인테리어 개념이 미국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죠. 

 

김: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최: 미국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할 때는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허가 과정이 필요해요. 그 과정에는 건축가가 반드시 있어야 하죠. 그래서 인테리어를 건축가가 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그 경계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인테리어도 건축이라 생각하며 작업했는데, 건축가와 공간 디자이너의 업역이 나뉘더라고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건물이 대지에 얹혀지면 그 대지의 조건들에 의해 설계를 하는 것처럼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건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그 조건 안에서 공간적으로 풀어나가는 일이니까요. 

 

김: 영주 공유 플랫폼은 한국에서 진행한 첫 공공 프로젝트예요. 

최: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최근에야 완공됐는데, 한국에서 경험한 첫 공공 프로젝트라 일련의 과정이 배움의 연속이었어요. 미국에도 공모 제도가 있고,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니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굉장히 달랐어요. (웃음) 행정적인 어려움을 비롯해 건축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프로세스가 많았죠. 영주 공유 플랫폼은 규모는 크지 않은데 각 층마다 담당하는 부서가 달라 각 부서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와, 리노베이션 특성상 공사비가 낮게 책정돼 조율하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뉴욕에서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관련 사항을 협의하는 디자인 부서가 따로 있기도 했는데, 한국에도 건축 부서가 있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느꼈죠. 영주는 공공건축가와 설계공모 제도가 굉장히 잘 돼 있는 도시로 꼽히는데도 공공 프로젝트를 처음 경험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잘해내는 건축가들이 많은 점을 생각하면, 그 또한 건축가의 능력일까 싶어요. 

 

김: 한국에서 민간과 공공 프로젝트를 두루 경험해 보니 어떤가요? 

최: 공공 프로젝트는 좋든 싫든 계속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건축에 있어 가장 큰 딜레마가 자본을 가진 건축주를 만나야만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미국에서 동료 직원과 농담 삼아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어느 다큐멘터리를 보니 돌고래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부자의 돌을 고르기 위해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있다고요. 물론 그게 의미 없는 건 아니지만, 건축가가 공공에 좋은 공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로컬 아티스트(권재나 스튜디오) ⓒCollab Works

 

낯섬 프로젝트 이미지 ⓒCollab Works

 

협업을 일구어가는

 

김: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최: 정초이웍스에서 독립하기는 했지만, 정 소장과 협업이라는 틀 안에서 여전히 함께하는 작업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타운하우스 마스터플랜 휴아림이 있고, 콜라브웍스 단독으로는 세 개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가산디지털단지 내 250평 규모의 사무실을 리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와 신당동에 새롭게 오픈하는 갤러리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캐나다의 카페 인테리어 작업이에요. 앞서 말한 건축과 사진의 세 가지 협업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고요. 

 

김: 콜라브웍스가 지향하고자 하는 협업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협업을 이루어나가고자 하나요?

최: 협업은 건축이라는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죠. 작은 범위에서는 건축주와의 협업일 수도 있고, 시공자, 기술자 등 여러 컨설턴트와의 협업이 될 수도 있어요. 콜라브웍스에서는 그 영역을 좀 더 확장하고자 해요. 현재 협업하고 있는 영역으로 기획, 사진, 그래픽 디자인 등이 있는데 다른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봐요. 가령 음악이 될 수도 있죠. 우리가 지향하는 협업은 단순히 갑과 을의 관계나 클라이언트로 만나 무언가를 요구하고 조율하며 이루어나가는 게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차점을 찾아가는 방식에 가까워요.

 

김: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앞으로 어떤 건축 작업을 이어갈 계획인가요?

최: 콜라브웍스의 주안점은 협업을 통한 건축 작업에 있어요. 비슷한 체계를 가진 사무소가 많지는 않아,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어떤 작업을 벌이는지 종종 찾아보곤 하는데 최근 인상 깊게 본 프로젝트는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가 기획한 <더 마일 롱 오페라, 일곱 시의 전기>(2018)예요. 뉴욕 하이라인을 설계한 건축가가 작곡가와 협업해 그 장소를 무대로 오페라를 기획했죠. 하이라인의 철길이 굉장히 긴데, 뉴욕의 각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합창단을 모집해 그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 오페라 공연을 상영했어요. 건축가가 본인이 설계한 건물에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더해 새로운 움직임을 제시한 사례죠. 우리가 지속하고 있는 협업 프로젝트도 그런 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편적으로는 사진이나 모형이라는 매체에 국한될지라도, 장기적으로 우리의 관찰과 시각이 건축에 녹아들어 콜라브웍스의 색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 거라 믿어요. 

 

최수희, 권보준은 2024년 2월호에서 전재우(하이퍼스팬드럴 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월간 「SPACE(공간)」 674호(2024년 0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수희
최수희는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와 미시건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뉴욕의 텐 투 원, 앤드류 버만 아키텍트에서 건축, 인테리어, 전시 등의 다양한 실무 경력을 쌓았다. 정초이웍스의 공동대표로서 기존 도시, 건축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다양한 건축 작업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콜라브웍스를 공동으로 이끌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협업 기반의 건축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권보준
권보준은 뉴욕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다. 경일대학교와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뉴욕 핫 우즈 아트 레지던시 소속 예술가로 활동하며 뉴욕의 도시와 건축, 예술가들을 주제로 다양한 사진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건축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사진과 드론을 이용해 건축과 도시를 기록하는 건축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