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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사소하게: 남해 여여담

박지현, 조성학
사진
홍기웅
자료제공
비유에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진행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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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4년 9월호 (통권 682호) 

 

 

 

구불구불 울렁울렁 자연이 만들어낸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바다로 불쑥 얼굴을 내민 땅을 만나게 된다. 땅 위에는 오랜 세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그야말로 야생의 숲이 자리 잡고 있으며, 언덕의 끝자락에는 땅의 세월과 함께한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바다의 표면이 잔잔해질 때쯤 하늘과 바다는 하나의 파란 바탕이 되고, 소나무는 이를 배경으로 더욱 선명해진다. 설계를 시작하고 가장 처음 한 것은 땅에 있는 소나무들의 위치를 기록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소나무가 자라지 않은 빈 땅 위에 건축물이 들어서도록 했다. 이러한 방식은 옛날 남해 해안가에 집들이 들어설 때 터를 정하는 방식과 닮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남해 마을의 집들은 그 자체로 땅의 모양을 드러내고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대지에는 관리동 및 주택 용도의 건축물 한 동과, 스테이 용도의 건축물 두 동이 있다. 주차를 하고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완만한 경사 꼭대기에 관리동이 보인다. 관리동 1층은 건축주의 집으로, 2층은 방문객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사용된다. 언덕 위의 관리동은 하나의 건물이지만 건물 세 개가 모인 것처럼 보이도록 계획해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관리동을 지나 내리막길을 따라 걸으면 두 동의 스테이가 보인다. 바다 방향으로 긴 띠 모양을 한 슬레이트 지붕은 햇빛의 각도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단층으로 계획한 덕분에 지붕 너머의 소나무와 바다가 건물에 가리지 않고, 지붕과 겹쳐져 하나의 풍경으로 보인다. 스테이 두 동은 등고에 따라 높이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지붕이 서로 엇갈리며 땅의 지형이 건물을 통해 드러난다. 객실 내부는 소나무 숲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객실 외벽은 객실 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그대로 담이 되어 건물 전면으로 뻗어나간다. 길게 뻗은 외벽은 바다를 온전히 집중해 바라보도록 하는 액자가 된다. 

 

 

월간 「SPACE(공간)」 682호(2024년 0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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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조성학
박지현과 조성학은 숭실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각각 매니페스토 아키텍처 & 디자인 랩과 스튜디오 케이웍스에서 실무를 했다. 2014년 비유에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을 탐구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젊은건축가상, 2022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 및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 2023년 경상남도 건축상 특별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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