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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건축을 향한 재료 탐구: 오디움

사진
이용백(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 오디움
진행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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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4년 8월호 (통권 681호) 

 

로비 전경 

 

패브릭 라운지 전경. 패브릭을 활용해 독특한 형태의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완성했다. 약한 소재로 강한 입체감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구마 겐고의 건축 언어와 연결된다. ©Lee Namsun​

 

인터뷰 구마 겐고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 대표, 원성연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 설계 실장 × 박지윤 기자 

 

음표가 흐르는 듯한 알루미늄, 계곡의 바위를 연상시키는 석재를 따라 내부로 진입하면 편백나무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긴 동선 끝에서 하얀 패브릭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 구마 겐고는 이러한 경험 설계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지난 5월 성수동에 지사를 열며 본격적으로 한국 내 건축 행보에 시동을 건 지금, 구마의 가장 최근 국내작인 오디움을 살펴본다. 

 

박지윤(박): 청계산과 가까운 서초구 대지에 자리한 지상 5층, 지하 5층 규모의 오디오 박물관이다. 이러한 대지와 규모 조건에서 ‘자연스러운 건축’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했나?

구마 겐고(구마): 대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비단 개구부를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 역할을 할 수 있는 알루미늄으로 외장재를 구성해 주변 환경으로 스며드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 

대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대로변과 후면 도로의 레벨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일본에서는 드문 조건의 대지였기 때문에 한국만의 독특한 지형이라고 받아들였다. 이 지형을 계획에 녹이고자 경사면을 이어주는 대계단을 계곡과 같은 랜드스케이프로 연출해 진입 경험을 드라마틱하게 완성했다.

원성연(원): 무리하게 지형의 레벨을 조정하지 않고, 본래의 지형을 최대한 느끼면서 건축물을 체험할 수 있는 랜드스케이프를 만들고자 했다. 구마는 건축물 설계와 동등하게 경관과 조경 디자인을 중요시 여기며, 설계 의도를 방문객들이 감각할 수 있도록 시퀀스를 구성한다.

 

박: 시각적인 미술관에는 없는 특별한 질감, 빛, 바람, 향기 모두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시각적인 미술관’이란 무엇이며, 오디움과는 어떻게 차별화되는가?

구마: 대부분의 미술관, 박물관은 전시품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에 중점을 두고 전시 공간을 계획한다. 반면 오디움은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졌다. 음향을 차분히 체험하기 위해서는 편안함과 안온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자연에서 온 소재를 마감재로 사용해 감각적 경험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로비 공간에는 알래스카산 편백나무를 직접 공수해 설치했다. 방문객들은 오디움에 진입하는 동시에 나무 냄새를 맡으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섬세한 설계는 오디움을 단순한 박물관이 아닌, 모든 감각을 아우르는 특별한 체험의 장이 되게 한다.

 

박: 세계 곳곳에 미술관,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을 70개 이상 설계해왔다. 오디오 실물과 그 역사를 전시하고 청음할 수 있는 박물관을 위한 전시 공간, 음향 공간은 처음인데, 그간의 작업에 비해 특히 고려한 사항은 무엇이었나? 

원: 오디오들이 가진 역사도 놀라웠지만 그 크기에도 압도됐다. 우선적으로는 공조 시스템을 최적화했고, 큰 소장품들을 운반, 반입, 이동 가능하도록 각 공간의 이동 경로 폭을 조정하고, 40인용 승강기를 설치했다. 전시실 내부는 나무를 커튼처럼 마감한 디테일로 입체적인 벽면을 완성해 소리가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디움 전경 

 

입구 전경. 알루미늄 파이프를 무작위로 배치해 자연의 무질서함과 질서를 반영했다. 

 

정문부 외부 전경.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외부 계단 벽면은 혹두기 방식으로 거칠게 마감해 돌의 강하고 육중한 힘이 느껴지도록 했다. ©Lee Namsun​

 

박: 재료의 구축 및 가공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알루미늄 파이프를 불규칙하게 배치한 파사드, 혹두기 방식으로 거칠게 처리한 석재로 마감된 외부 계단 벽면, 우드드레이프로 불규칙하게 나무 폭에 변형을 준 내부 공간 등은 관람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가?

구마: 알루미늄 외장재를 아노다이징으로 마감해 빛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반사하도록 하면서 자연광의 변화를 모방하고, 알루미늄 파이프를 무작위로 배치해 자연의 무질서함과 질서를 반영했다. 날씨, 시간, 계절에 따라 변하는 빛의 아름다움이 강조될 것이다. 대계단의 벽면은 석재를 혹두기 방식으로 마감해 울퉁불퉁한 돌의 강하고 육중한 힘이 느껴지도록 하면서 계곡을 연상시키는 랜드스케이프를 완성했다. 

 

박: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우드드레이프 등의 마감 방식은 일본을 기반으로 구축해온 디테일이다. 한국에서 이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원: 건축가가 모든 디자인을 정하고 그에 맞춰 시공하는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소통 방식은 효율적일지 모르나, 새로운 디테일과 디자인을 만들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디움에서는 현장 소장과 팀원 모두가 구마의 서적까지 읽어가며 디자인 의도를 이해하고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점에서 운이 좋은 경우였다.

알루미늄 마감에는 다양한 공법이 있어 그에 따라 재질의 표현이 달라진다. 일본에서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KKAA)가 주로 사용해온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이라는 마감을 지정했는데 한국 현장은 생소하게 여겨 이 마감이 가능한 한국의 공장을 찾아야 했다. 공장 가공 과정에서 아노다이징 마감으로 생산이 가능한 파이프 길이를 결정할 수 있었다. 구마는 건축물을 악기처럼 표현하고자 현악기의 줄과 같이 가능한 한 얇은 두께의 파이프를 선호했는데 외장재이기 때문에 풍하중을 고려해야 했다. 사전 실험을 통해 두께 30, 50, 70mm를 가진 파이프를 선정했고 무작위로 배치하되 최대한 리듬감을 살릴 수 있도록 표현했다. 대지 주변의 자연이 풍부했기 때문에 알루미늄의 반사량과 내외부의 투사량을 조율해 파이프를 설치하는 밀도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전시실 내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편백나무를 사용했는데, 여러 두께의 나무 루버로 되어 있어 얼핏 커튼의 주름처럼 보이기도 하는 나무 디테일로 완성했다. 이러한 디테일을 KKAA에서는 우드드레이프라고 부르고 있다. 건축물 외부의 알루미늄 루버를 강한 재료라 칭한다면 이와 비교해 내부는 우드루버라는 약한 재료를 사용했는데, 외부에서 내부로 갈수록 약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쿠마의 설계 특징 중 하나다.

 

박: 패브릭으로 한 실험 또한 인상 깊다. 과거 고마츠 세이렌 소재연구실 파-보(Komatsu Seiren Fabric Laboratory fa-bo, 2015)에서는 내진성을 강화하는 파사드 재료로, 리움미술관의 <구름산책자>(2022)에서 선보인 설치물 ‘숨(SU:M)’에서는 패브릭의 부드러움과 역동성을 미학적으로 드러내면서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기능으로 활용됐다. 오디움의 지하 라운지에서 사용된 패브릭은 어떤 미학적, 기능적 역할을 하는가? 

원: 지하 패브릭 라운지는 초기 제안에서부터 존재했던 공간이다. 대지가 좁고 긴 형태를 하고 있었기에 구마는 긴 동굴과 같은 로비의 동선 끝에 반전이 될 수 있는 밝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패브릭은 형태와 무관하게 흡음 역할을 하기에 음향 공간에도 적합하다. 우리는 이 패브릭을 사용해 단순히 커튼과 같은 디자인이 아니라, 독특한 형태의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완성했다. 약한 소재로 강한 입체감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구마의 건축 언어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 패브릭은 유지관리를 위해 매직테이프로 고정되며, 오염된 패브릭은 보수 및 교체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왼쪽) 1층 내부 전경, (오른쪽) 1층 엑시트갤러리 전경 

 

전시홀 전경 

 

박: 최근 아식스와 함께 세 번째 콜라보한 운동화 ‘아키사이트 ORU’를 출시했다. 이 운동화 또한 약한 소재라고 할 수 있는 반투명한 막 재료를 사용했으며, 그 아래로 그간 사용해온 대나무 구조를 형상화한 프레임이 드러난다. 재료를 실험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 건축설계와 산업디자인 간 차이가 있을까?

구마: 아식스 신제품은 시스루 막 소재의 외피와 구조물처럼 보이는 프레임이 결합된, 두 겹으로 된 어퍼를 특징으로 한다. 신을 때에는 어퍼 부분을 접도록 설계되어 모델명이 ‘ORU(오루, 접다)’가 됐다. 건축설계와 산업디자인 간 재료의 차이보다는, 두 업계의 디자인 경향이 연결되는 지점을 언급하고 싶다. 운동화는 두 겹의 어퍼와 함께 고무 끈 부분은 떼어내고 신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슬립온과 끈이 있는 스니커즈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 부분이 최근 일본 내에서 목조와 철골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박: 일련의 작업에서 철, 콘크리트와 같은 강한 재료가 아닌 나무, 종이 등 약한 재료를 구조와 미의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재료의 선택에 있어 얼핏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듯 보이나 지구의 환경보다는 건축디자인을 말하는 쪽에 가깝다. 이러한 ‘약한 건축’의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구마: 우리는 지금까지 콘크리트를 재료로 한 사각형 건물이 대표하는 20세기 건축 모델이 가장 효율적이고 우수한 건축 형태라고 믿어왔다. 공조 시스템이 잘 갖춰진 비자연적 밀폐 공간이 효율적이라 착각하며 이 문법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밀폐된 상자에는 다양한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대표적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일깨워줬다. 나는 건축가로서 ‘현재의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다. 인간은 새로운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이제 밀폐된 상자 건축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박: 『약한건축』(2009), 『자연스러운 건축』(2010), 『작은 건축』(2015) 등의 저술 활동은 본인의 건축 작업과 공명한다. 대표적으로 로버트 벤투리 또한 자신의 건축 언어와 작업을 함께 구축했는데, 이러한 글쓰기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구마: 책을 쓰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고 수십 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그중 많은 책들이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번역됐다. 책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앞으로 어떤 건축을 해야 할지, 도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보인다. 어느 문학 작가는 나에게 “건축은 오래 남아서 좋다. 우리 같은 글쟁이의 글은 금방 잊혀진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물체’의 수명은 제한되어 있고 텍스트가 훨씬 더 오래 남는다고 생각한다.​ 

 

2층 5전시실 전경 ©Lee Namsun​

 

2층 5전시장 일부. 여러 두께의 나무 루버로 되어 있어 얼핏 커튼의 주름처럼 보이기도 하는 나무 디테일로 완성했다. ©Fukao Taiki​

월간 「SPACE(공간)」 681호(2024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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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
구마 겐고는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1990년에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다.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온화하고 인간적인 규모의 건물을 제안하면서 자연적으로 문화 환경과 융합된 건축물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콘크리트와 강철을 대체할 새로운 재료를 끊임없이 찾고 있으며, 후기 산업사회 건축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원성연
원성연은 2013년 치바공업대학교 대학원 건축환경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에서 9년간 근무했으며, 현재 설계 실장이다. 주요 담당 프로젝트는 오디움, CLT 하루미 파크, ‘숨’, 도쿄 MXTV, 와테리나 스위트 등이 있다. 지금은 JR 시부야역 및 하마마츠초 공원 일대의 도쿄 재개발과 한국에서의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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