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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의 흔적, 풍경의 조율 : 아유 스페이스 | 건축의 새로운 생을 향한 여정: BCHO 파트너스

사진
강경희(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BCHO 파트너스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근교의 흔적, 풍경의 조율 : 아유 스페이스

 

① 인터뷰 조병수 BCHO 파트너스 대표 × 김정은 편집장​

② 인터뷰 장미영 아유 스페이스 대표 × 김정은 편집장​

③ 인터뷰 전용성 조경가 × 방유경 기자

④ 인터뷰 홍경진 BCHO 파트너스 파트너 × 방유경 기자​

 

아유 스페이스의 정원과 한옥 모습. 옛 모습을 보존한 한옥 뒤로 신축된 카페가 보인다. 사진 우측에 보이는 별장으로 쓰이던 조적조 건물을 재생했다.​ ©Sergio Pirrone

 

신축된 카페의 중정 ©Sergio Pirr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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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터뷰 조병수 BCHO 파트너스 대표 × 김정은 편집장​

 

김: 파란곳간의 옛 창고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농촌 건축을 보여준다면, 남양주의 아유 스페이스 부지는 맥락 없는 건축물과 구조물들이 산재한 도시 근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북한강을 바로 접한 이 부지에는 오래된 한옥과 양옥, 그리고 몇십 년 동안 가꾼 정원이 있었죠. 복합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기 위해 한옥과 오랫동안 개인 별장으로 쓰이던 양옥은 흔적을 최대한 남기면서 리모델링하고, 중정을 감싸안은 카페를 신축하면서 하나의 풍경으로 엮어주고 있어요. 양옥 건물은 저택이네요. 각도도 특이하게 꺾여 있는 데다가 팔각지붕이 두 개나 달린 특이한 모습이에요.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셨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조: 처음 부지를 보고 큰일 났다 싶었죠. 매우 육중한 콘크리트에 돌이 붙어 있는 주택에, 정원의 나무들도 1970~1980년대 유행하던 스타일로 이발이 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고속도로가 놓이면서 보기 싫은 교각이 코앞에 드러났죠. 고속도로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무지막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시골 풍경을 망가뜨리는 거죠. 그래서 카페는 교량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앉히고, 오래된 은행나무로 시선이 향하도록 중정을 만들고 바닥의 경사를 조율했어요. 그런데 양옥 건물에서는 교각을 피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삼각형 유리구조물을 삽입해 시선을 분산시켜서 보기 불편한 풍경을 상쇄해보려 했던 거죠. 

 

김: (양옥 건물을) 사진으로 먼저 보았을 때 정원 쪽으로 유리 구조물이 내밀어져 있고, 구불구불한 나무들이 거울(미러 스테인리스 스틸)에 반사되어 마치 만화경 속 세상 같았어요. 사진을 다시 보니 그 풍경 안에 교각이 있네요. (웃음)

조: 처음에는 기존 창을 뜯어내고, 일반적인 창을 끼워 넣을까도 고민했죠. 그런데 비례도 좋지 않고, 창을 대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 건폐율에도 여유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공간도 확장할 겸 자연에 더 가깝게 나가보자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 거죠. 

 

양옥에서 테라스쪽으로 증축된 부분의 모습. 주변 풍경을 반사해 바깥으로 보이는 고속도로 교각의 과도한 인상을 중화한다. ©Kang Kyeo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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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프레임. 주변 풍경을 반사해 바깥으로 보이는 고속도로 교각의 과도한 인상을 중화한다. ©BCHO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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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HO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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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 모습. 내부 마감을 털어내고 골조가 드러나 있다. 강이 보이는 테라스쪽 벽체를 제거했다. ©BCHO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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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편집부에서 이 프로젝트를 검토할 때 모두들 이 유리 구조물의 접합 방식을 궁금해했어요. 

조: 이게 굉장히 정교한 디테일이에요. 유리판도 삼각형으로 만나고,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된 부재들도 삼각형이고요. 삼각형을 쓴 이유는, 돌출된 구조물이 기형적이니까 거기에 어울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유리를 잡는 부재의 수직 면은 멀리 강을 반사하고, 또 윗면은 하늘을 반사하니까, 하늘 속에 하늘이 있는 거죠. 이건 꼭 해보고 싶어서 연구를 많이 했어요. 


김: 그래서 분명 내부 공간이고, 유리를 가르는 프레임이 있지만, 마치 외부의 정원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유희적 공간이 되었어요. 주택 바깥에서 볼 때도 정원의 일부처럼 보이고요.

조: 넉넉하지 않은 전체 예산을 감안했을 때 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북한강 쪽 입면에만 돌출된 구조물을 새로 만들어 힘을 주고, 나머지 공간은 마감재를 뜯어낸 거친 상태로 마무리했어요. 여기에 기능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합판 구조물로 만들어 가구처럼 삽입한 거죠. 

 

변경 후 양옥(컬처 하우스)의 테라스 모습 ©Kang Kyeo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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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바라본 증축부 모습 ©Kang Kyeo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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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인터뷰 장미영 아유 스페이스 대표 × 김정은

 

김정은: 교외에 문화 공간을 열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장미영: 미술사와 예술경영학을 전공하고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30년 넘게 유럽에서 생활했어요. 자연스레 극소수만 향유하는 문화와 예술보다는 오픈하우스 같은 행사를 열어 대중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을 경험하게 됐고요. 유럽은 유서 깊은 건축물이 많다 보니 오래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잖아요. 한국에 돌아와서 그런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됐죠. 아유 스페이스를 만들기 전에 내추럴 스킨케어 제품을 론칭했어요. 시내에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했는데, 천연재료로 만든 브랜드의 체험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런던의 첼시 피직 가든에서 영감을 받아 원료를 체험할 수 있는 정원도 만들고요. 그래서 레스토랑 인근에 식재료를 직접 재배할 수 있는 밭도 마련했어요.

 

조병수 ©Bang Yukyung 

 

아유 스페이스 정원을 지나는 모습 ©Bang Yukyung 

 

김정은: 일상에서 건강한 식문화도 누리고 예술도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을 만드셨군요. 외지인으로서 지역과 상생하는 길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장미영: 아무래도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마을 행사 때마다 찾아가 인사 드리고, 관리인도 마을 주민들로 구성했어요. 저만을 위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거든요. 방문 차량이 늘어나 통행이나 소음 등 불편을 끼칠까봐 일부러 큰 도로변에 주차장도 마련하고 셔틀버스도 운행했어요. 그런 노력을 알아주셨는지, 이제는 저희 고객들이 마을로 들어오면 먼저 길도 알려주고 하세요. 

 

갤러리로 사용 중인 한옥, 왼쪽이 장미영 ©Bang Yukyung 

 

③ 인터뷰 전용성 조경가 × 방유경

 

방유경: 조병수 대표님과 오래 협업하셨다고 들었어요. 파란곳간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전용성: 처음 갔을 때 논두렁만 덩그러니 있고 땅이 워낙 작아서 조경할 게 없었어요. 대지 뒤편의 논길로 연결해야 폭도 넓어지고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길이랑 언덕을 만들자고 제안을 드렸죠. 마침 조병수 대표님이 콘크리트 깨진 걸 재활용하라고 하셔서 그걸로 길을 만들 수 있었어요. 스테이 뒤에 언덕을 두는 게 내심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어요. 조병수 대표님은 대지가 끝나고 수평적으로 논이 펼쳐지길 바라셨거든요. 저는 직접적으로 노출된 관계가 좀 애매하다고 생각해서 시선을 살짝 가리는 정도의 낮은 언덕을 만들었어요. 언덕 너머로 논이 보이도록 했고요. 마당의 배롱나무는 좁은 마당이 넓어 보였으면 해서 심었어요. 작은 마당은 한계가 보이면 좁아 보이거든요. 꽉 심으면 넓어 보이고요. 그 뒤에 공간이 있다는 암시를 주려 한 거죠.

 

파란곳간, 아유 스페이스, 유스퀘이크 조경을 맡은 전용성.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파란곳간 스케치다. ©Bang Yukyung 

 

방유경: 아유 스페이스를 작업할 때는 어떤 점이 중요했나요?

전용성: 카페 중정에 돌을 사용해보자고 하셔서 그렇게 작업했어요. 대표님은 원래 있던 키 큰 소나무들이 너무 인위적이라 은행나무만 놔두고 자르길 원하셨는데, 건축주는 가급적 다 살려 달라고 하셨거든요. 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그라스를 전체적으로 심어서 영역을 분리했어요. 그라스 너머로 강물이 보이면, 물과 풀이 흔들리는 운동감이 느껴져서 산책할 때도 보기가 좋아요.


그라스가 심긴 아유 스페이스 입구 ©Kang Kyeonghee 

 

방유경: 통의동 유스퀘이크 조경도 맡으셨다고요.

전용성: C동의 마당을 비우고 정리하는 일을 했어요. 마당이 작은 갤러리이기 때문에 비워진 느낌이 필요했어요. 건물의 벽이 떠 있고 지형이 아래로 내려가니까, 빛이 들어오는 공간에 식물까지 같이 따라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안쪽까지 이끼를 심고 그 앞으로 작은 물길을 냈어요. 개울이 있으면 겨울에 물빛이 반사돼서 빛이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요.

 

아유 스페이스 전경. 위쪽이 철근콘크리트로 신축된 카페다. 카페 아래쪽 왼편에는 한옥이, 오른편에는 별장으로 쓰이던 양옥이 위치한다. ©Sergio Pirrone 

 

 

④ 인터뷰 홍경진 BCHO 파트너스 파트너 × 방유경

 

방유경: 박태준기념관 건물이 들어서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홍경진: 기장군이 지역의 관광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원형 기념관을 조성하는 계획을 먼저 세웠어요. 유족과 논의해 생가 인근 부지를 기증받으면서 공공 프로젝트가 만들어졌고요. 설계공모도 진행됐어요. 개인을 기념하는 공간보다는 공간 자체를 좋은 곳으로 만들어 지역에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자는 것이 중요한 취지였죠. 원래 외진 동네였는데 최근에는 기념관 건너편에 스타벅스도 생겨서 기념관을 찾는 방문객도 많이 늘었어요.

 

신축된 기념관동의 중정. 기념관에서 박태준 생가를 볼 수 있게 벽을 낮췄다. ©Sergio Pirrone 

 

방유경: 신축과 재생 작업이 함께 진행됐다고 들었어요.

홍경진: 신축한 전시동은 기존에 있던 나무 두 그루(마을의 할아버지 나무와 고 박태준 국무총리가 좋아하던 나무)를 보존하면서 주변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계했어요. 기념관 내부에서 건물 너머로 생가를 볼 수 있게 벽 높이를 살짝 낮췄고요. 기념관 부지를 정리하고 도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주택을 수용해 철거해야 했는데, 저희가 세 채 정도는 남겨보자고 제안했어요. 현재 사무동과 교육동, 세미나동이 재생한 부분이에요. 세미나동은 단층 건물을 철골조로 올려 2층으로 증축했고요. 1~2층의 외부가 한 건물로 읽히도록 코르텐스틸 루버로 감쌌어요. 기존 건물이 벽돌 건물이었는데, 외피의 루버도 코르텐스틸 박스를 적층시켜 나가는 형태로 작업했어요. 해놓고 나니 벽돌의 조적 방식과도 닮은 듯하더라고요. 사무동과 교육동으로 쓰는 옛 건물은 외벽에 있던 기존 마감을 걷어내고 다시 시멘트 미장을 했어요. 기존 외벽 재료의 물성을 살리고 싶었는데, 기념관 신축 과정에서 인접 토사가 흘러내리는 바람에 크랙이 생겨 어쩔 수 없이 구조도 보강하고 외벽은 위장하듯 가리게 됐어요. 너무 아쉬웠지만 옛 타일 마감의 일부라도 기념관 내부에서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내부 목재보를 원래 상태 그대로 유지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정원에는 보존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Kim Jeoungeun 

 

벽돌 쌓인 모습을 닮은 세미나동 외벽의 코르텐스틸 마감을 설명하는 홍경진 ©Bang Yukyung 

 

박태준기념관의 세미나동. 1층 단층주택을 2층으로 증축한 뒤 외부를 코르텐스틸로 감쌌다. 왼편으로 신축 부분의 주 재료인 알루미늄 압출패널이 보인다. ©Sergio Pirrone 

 

기존 주택의 지붕을 살린 사무동 내부 ©Sergio Pirrone 

 

박태준기념관 사무동의 내부 ©Sergio Pirrone 

 

신축한 기념관동이 옛 주택을 재생한 사무동을 감싸고 있다. 건물 사이를 이격해 다양한 틈으로 기존 건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Sergio Pirrone

 

 

월간 「SPACE(공간)」 684호(2024년 1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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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조병수는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와 도시설계학 석사를 받았다. 1994년 건축연구소를 개소한 이후, ‘경험과 인식’, ‘존재하는 것, 존재했던 것’, ‘ㅡ자집과 ㄱ자집’, ‘현대적 버내큘라’, ‘유기성과 추상성’ 등의 테마를 가지고 활발히 활동해왔다. 하버드대학교, 독일국립대학교(카이저스라우테른)와 연세대학교, 몬태나 주립대학교 등을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설계와 이론을 가르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덴마크 오르후스 건축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조병수는 김수근 문화상과 다수의 한국건축가협회상, 미국건축가협회상, 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서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란 주제를 화두로 내세우며 도시와 건축에서의 땅에 대한 고려의 중요성과 방법 등을 실험, 제시했다. 2019년을 전후로 합류한 윤자윤, 이지현, 홍경진 파트너 소장들은 BCHO 파트너스에 좀 더 유연하고, 생태적이고, 부드러운 건축에 기여하며 새로운 건축의 방향 탐색에 기여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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