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프로젝트 서울로7017
건축가 MVRDV
위치 서울시 중구 청파로, 만리재로 등 일대
길이 1,024m
공모연도 2015. 1.
시공기간 2015. 12. ~ 2017. 5.
개장 2017. 5.
발주처 서울시
2012 2000년, 2006년에 이어 서울역 고가도로 안전등급 D등급 판정
2013 서울역 고가도로 2015년까지 철거 계획 발표
2014. 9.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발표
2014. 10. 서울역 고가도로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 실시
2015. 1.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사업 계획 발표, 국제설계공모 실시
2015. 3. 시민위원회 구성
2015. 5. MVRDV의 ‘서울 수목원’ 당선
2015. 12. 서울로7017 착공
2016. 5.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계획’ 발표
2017. 5. 서울로7017 개장
2018. 9. ‘서울로 2단계 연결길’(이하 연결길) 사업 발표, 민관 거버넌스 구축
2018. 9. 연결길 국제 워크숍 추진, 비니 마스 및 기획설계에 참여하는 ‘골목건축가’ 7팀 참여
2018. 11. 연결길 조성 시민 아이디어 공모 실시
2019. 11.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거점시설 8곳 개관
2020. 3. 서울로7017-메트로타워 공중보행길 연결
2020. 10. 서울로7017-서울역사 공중보행길 연결
2020. 12. 연결길 사업 골목건축가의 기본계획 완료, 이름을 ‘서울로공공길’로 정하고 2022년까지 100억 원 투입해 시범사업 실시 계획 발표
2021. 6. 서울로공공길로 조성한 ‘서울로사잇길’ 정비 완료
2023. 8. 서울역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 계획 발표
2024. 6. 서울역 공간구상 시민 아이디어 공모 실시
2024. 6. ‘서울역 일대 공간개선을 위한 마스터플랜’ 용역 입찰 공고
2024. 7. 서울역 일대 공간기획 국제공모 실시
인터뷰 양근보 도시건축연구소 숨 대표 × 윤예림 기자
윤예림(윤): 지난해 서울시가 국가상징공간 중 한 곳으로 서울역을 거론하고 서울역 일대 공간 개선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하면서 서울로7017이 철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서울로7017이 개장한 지 6~7년 만이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양근보(양): 서울로7017 계획안이 발표되었을 때, 그 상징성과 기대감은 상당했다. 일각에서는 교통 혼잡과 향후 유지관리비 증가를 우려하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고, 정치인의 치적 쌓기식 사업이라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개장 당시 결과물은 겉모양만 기본계획에 부합할 뿐 세밀한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태였다. 기존 공공건축물 공사비를 기준으로 예산이 수립되는 국내 공공건축물 건립 여건상 재정적인 뒷받침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로7017은 차량 위주의 도시 개발에서 친환경 녹색 보행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새로운 보행 환경 조성 사례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그러나 실제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초기 계획안에서 구현하고자 한 바와 달리 풍성한 녹음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학문적으로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지만 서울의 전체 시민들에게는 큰 잔향이 없는 사업으로 잊혀지고, 가까운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재생함으로써 단절된 동-서 지역을 연결하고 재활성화하겠다는 방향성과 사업의 의도는 적절했지만, 하나의 사업으로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의 어젠다가 아니었다. 서울로7017을 시발점으로 더 많은 후속 사업과 노력이 이어졌어야 했다. 전임 시장의 역점 사업이 연속적으로 수행되기 어렵다는 국내 정치 여건도 아쉬운 결과의 한 원인이다. 사업의 방향 자체는 재평가가 필요하다. 만약 고가도로를 모두 철거했다면 경의중앙선 철도와 40m 너비의 통일로, 30m 너비의 청파로로 단절된 서울역 동-서 지역을 연결하는 보행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했다. 지역 활성화를 담보할 만큼 새로운 보행전략을 제시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현시점 서울로7017은 녹화가 풍성하지는 않더라도 고층의 도심지 내 숨골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동식물들의 이동통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 식생의 빈약함이 애처롭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고가도로라는 태생적인 한계일 것이고, 그 빈자리가 사람으로 채워지는 모습이 궁극적인 서울로7017의 이상향일지 모르겠다. 유동인구가 충분히 늘어나면 지금의 조경 밀도가 적절해 보일 수 있다. 결국 사람이 모이고 흐름이 발생해야 서울로7017이 완성될 것이다. 서울역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서울로7017의 존폐도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보행 및 교통 체계를 개편하면서 동-서의 연계와 지역 활성화에 적합한 보행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면 서울로7017을 일부 철거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면 철거를 전제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의 과정에 역사자원으로서의 서울로7017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있어야 할 것이다. 기존 서울로7017의 조각들이 새로운 서울역 개발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된 상황에 맞춰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윤: 서울로7017은 완공 이후 원안에서 실현되지 않은 보행로 중 실현 가능한 일곱 개 보행로를 선정, 공공 건축가 7인이 포함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2단계 계획을 추진했다. 주목할 점은 건축가들이 물리적 결과를 도출한 것이 아닌 1단계 사업과 연계된 보행로 조성을 위한 다양한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기존 설계자, 행정가, 건축가, 시민이 긴밀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진행 과정은 어떤 결과로 이어졌나?
양: ‘서울로 2단계 연결길’(이하 연결길)에 대한 비니 마스(MVRDV 공동대표)의 제안은 로테르담에서 MVRDV가 제안한 『루프톱 카탈로그』의 초기 버전이었다. 도로의 폭이 좁아 녹지 조성이 어렵고 인접한 국공유지가 거의 없는 연결길의 현황에서 개발 가능한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 했다. 따라서 연결길에서 공간적 범위를 더 확장해 인접한 대지의 옥상녹화, 입면녹화, 옥상 주거 등을 건물의 규모, 용도 등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해 프로토타입으로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을 토대로 서울시는 인센티브, 공공 지원, 주민 참여 등의 방법으로 국내 법 아래에서 실행이 가능한지 검토했다. 주민 참여를 유도한다면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안이었지만, 네덜란드와 국내의 공공 건축 조건은 아주 달랐다. 연결길 지역 중 하나인 서계동을 예로 살펴보면, 자가거주자는 30% 정도에 그치고 70%는 소유자가 지방 등 타 지역에 거주하는 사적 임대다. 그리고 지역 주민의 40%는 아파트로의 재개발을 원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주민협의에 참여하는 소유자는 전체 지역의 15%를 대변하는 수준이었고, 이들은 대부분 연결길과 인접한 대지가 아닌 구역 안쪽의 주택을 소유한 주민들이었다. 사업 설명과 요구 사항 수렴 등 크고 작은 주민회의를 거치며 서계동 연결길 사업계획이 완성됐다. 하지만 사업에 실제로 참여한 대지의 소유자는 5명 내외로 적었다. 결과적으로 사업 추진을 위해 반드시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사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으려 노력했으나 타 지역 거주, 도시재생 반대 등의 사유로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초기 시설비 지원을 공공에서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조성된 시설의 유지관리를 누가 해야 하는지, 관리하지 않는 경우 어떠한 제재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논의도 오갔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강구하지 못했다. 결국, 연결길 사업은 기본계획안에서는 매력적인 사업이었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 몇 개 필지 소유자들만이 사업에 참여하고 동의서를 거의 받지 못하면서 애초의 계획이 무색하게 도로 포장 사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민간 사업 대상지에 대한 동의 및 사업 참여를 구하기 위한 공공의 노력과 지원이 부족했던 것인지, 참여하는 소유자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문제였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도리는 없다. 다만 연결길의 도로 너비가 4~6m로 협소해서 개선의 여지가 미약했고, 연결길에 면한 사유지를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공공에서 매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더 비싸게 매수 청구를 해서 공유재산 취득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해관계자 및 사업 참여자가 다수이면서 지역에 거주하지도 않는 경우 어떻게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윤: 이해관계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공공 사업 속에서 문화 공간의 탄생과 소멸이 소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양: 서울로7017을 돌아보면, 고가도로를 공원화하기 전 2015년 5월 일시적으로 고가도로를 폐쇄하고 시민들이 인조잔디가 깔린 고가도로를 거닐며 각종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로7017의 개장 후 모습을 기대하게 한 것이다. 본 시설의 개장 전에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고, 반대 의견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국내에서 공공이 시행하는 이벤트성 행사는 여론 조성 측면에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연속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이 바뀌는 경우 기존 사업의 연속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대규모 사업일수록 더 그렇다. 민간 주도 사업의 경우에도 상당수가 공공의 지원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사업이 해당 시장의 임기 내에 가시적 단계에 돌입해서 진행되어야 하고, 반대로 전임 시장의 사업에 대한 검토도 시민들의 재신임 여부로 가능한 상황 아닌가. 전임 시장 시기에 정해진 사업이라고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는 않고, 재논의하는 정당한 절차와 기준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 이미 설계용역이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사업 변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주시청사 사례와 같이 시장의 의지로 계획안을 전면 변경하려는 시도는 시민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 도시, 건축, 시민 단체들의 감시와 의견 개진이 중요하다. 서울로7017의 경우, 그 연결 지점들과 인근 동네가 함께 활성화되고 유동 인구가 많아질 수 있도록, 인접 부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2단계 사업을 재추진하면 어떨까? 저층 주거지에 대해서는 공공 매입형 임대주택, 공공 개발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국공유지 비율을 70% 이상 확보하는 식의 장기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확보한 공공 부지를 가로 보행 환경 개선 및 새로운 건축 어젠다, 친환경 건축 기법에 대한 실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로7017이 서울 강북지역의 대표적 명소로 변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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