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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중소도시: 동질성의 균열 |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7

글
이장환
자료제공
중소도시포럼
진행
윤예림 기자
데이터
이상현(별도표기 외)

「SPACE(공간)」 2025년 2월호 (통권 687호)

 

급격한 인구 감소로 중소도시의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건축계는 충분히 알고 있나? 중소도시의 재건을 위해서는 이제껏 답습해온 재생과 활성화의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시각이 필요하다. 중소도시포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공적 연구 대상에서 쉬이 배제되어온 수도권 밖의 현상을 주시하고, 위기를 대신할 도시·건축적 대안을 찾는다. 

 

[Series]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1 수도권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02 도시 농도

03 도시 천공

04 소거 계획

05 덧대기 건축 1

06 덧대기 건축 2

07 세계적 중소도시​

08 탄력적 중소도시​

09 환상적 중소도시​

10 중소도시의 밖​​​

 

세계적 중소도시(제작: 윤희원)

 

 

2023년 경상남도 거창군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첫 공공 기숙사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이제는 충주, 당진, 군산 등 열 곳 넘는 지방에서 같은 사업이 추진 중이다. 외국인 농업 근로자가 7년 사이에 44배 증가했다는 통계를 굳이 들추지 않아도 중소도시의 이질적 거리 풍경부터 정책까지 먹고 사는 것에 관련한 모든 것이 그들의 존재를 가리키고 있다. 어느 신기한 동네의 진풍경이라 이야기하기엔 이미 늦었다. 중소도시포럼이 그 변화의 최전선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전복된 질문을 던진다. 

 

 

경상남도 김해 구도심 중심 거리의 변화한 간판 풍경과 내국인 및 외국인 관련 프로그램 바닥면적 비교(제작: 윤희원). 김해 동상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는 거주자 중 약 18%가 외국인이다. 거리의 상점들은 점차 외국인을 타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인구 감소는 중소도시의 고령인구 비중과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을 나란히 증가시켰다. 이러한 변화에서 우리는 텃밭과 같은 비공식 도시농업부터 수목장 같은 자연 회귀적 시설에 이르기까지, 성장과 발전 중심의 전통적 도시 개념과는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러나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젊은 노동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중소도시와 인접한 산업단지와 농어촌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젊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경제 규모마저 축소되는 상황에서 젊은 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이곳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많은 중소도시가 인구 감소의 해결책으로 지역축제를 앞세운 관광산업을 육성하면서, 특정 시기에만 관광객이 집중되는 경제 및 산업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농어촌의 일자리 수요 역시 대부분 농번기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일자리의 계절적 변동성과 인력 수급의 불균형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기존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킨다. 그 결과 이러한 빈틈을 메우는 새로운 종류의 이방인이 지방 중소도시에 등장하고 있다. 

 

중소도시의 주변: 산업단지와 농어촌 지역

정부는 1980년대부터 농촌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농외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중소도시 인근에 중소 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현재 전국의 중소도시에는 624개의 일반산업단지와 468개의 농공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중 수도권 이외 지역에 위치한 농공단지 수만 467개에 달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지방 중소도시는 최소 한 개 이상의 농공단지와 일반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충청남도 논산에는 농공단지 열 개와 일반산업단지 세 개가 있으며, 경상북도 경주는 농공단지 21개와 일반산업단지 다섯 개, 전라북도 정읍은 농공단지 여덟 개와 일반산업단지 네 개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도시의 산업단지, 특히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산업단지일수록 토지 매입 비용이 저렴해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들의 입주가 용이하다. 중소도시 산업단지는 단지 규모가 작고, 대도시 소비 시장으로부터 멀기 때문에 큰 기업의 입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세한 자본을 가진 소규모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주로 모기업의 3, 4차 하청업체이거나 농수산물 가공업체, 식품 가공업체, 비숙련 노동력을 활용하는 소규모 제조업체들이다. 이러한 업체들은 수도권 일자리와 비교했을 때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임금 수준도 낮은 편에 속한다. 그 결과 중소도시 산업단지는 자연스레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대상이 된다. 내국인의 취업 기피는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내국인 취업 기피로 발생하는 고용 공백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고용의 기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용 정책은 기본적으로 내국인 우선 고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정 기간 내국인 인력 충원을 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영세하며 저임금 구조의 일자리가 많은 중소도시 산업단지에는 자연스럽게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 2023년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K -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은 충청북도 음성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 중소도시 제조업체가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을 조명한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 업체는 내국인 근로자 채용이 어려워 공장 생산직의 90%, 전체 근로자의 약 80%를 외국인 근로자로 충원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들 없이는 공장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방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토로했다. 또 다른 매체에서는 경상남도 김해의 공장단지를 다룬다. 이곳에서는 외국인을 고용한 제조업체 비율이 전체의 87.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김해에 위치한 제조업체 100곳 중 87곳에서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1 인력 부족 현상은 중소도시의 산업단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도시 인근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3월부터 11월, 인력 수요가 집중되는 농번기에 이를 감당할 인력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번기 농촌의 인력난은 오래된 문제지만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심각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 이제 농촌의 인력 부족은 변수가 아닌 상수이며, 그 공백을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메우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농어촌 인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정부에서 단기로 입국을 허가한 외국인을 말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농번기 일손을 돕기 위해 배정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17년 1,547명에 불과했지만, 2024년 상반기에는 그 수가 6만 7,711명까지 늘어났다. 단 7년 사이에 농촌 지역에서 약 44배의 외국인이 증가한 것이다. 이렇듯 변동성이 큰 농촌의 인력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계절성 인력 수요가 큰 농산물을 중심으로 매년 필요 인력 수를 추산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력 수요가 가장 높은 5월과 6월에는 전국적으로 211만 명과 223만 명의 일손이 필요한 것으로 산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요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농번기 때 어김없이 농촌 일손 부족 현상을 보도하는 수많은 기사들을 보면 그 현실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다.

 

불안정성 

통계를 살펴보면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할수록 미등록 외국인의 수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는 체류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출국하지 않거나, 지정된 사업장을 일정 기간 무단 이탈한 외국인을 말한다. 1992년 전국의 미등록 외국인은 3만 889명에 불과했으나, 2010년 16만 8,515명, 2015년 21만 4,168명, 2020년 39만 2,196명으로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42만 3,675명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수도권이나 대도시권보다 지방 중소도시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과 2023년의 통계를 비교해보면 수도권과 지방 간 미등록 외국인 수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의 경우 15년간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40.7%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충청남도는 1641.5%, 경상북도 1480.7%, 전라북도 1402.7%, 충청북도 1301.7%, 전라남도 1103.9%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는 기존 공동체에 변화를 가져온다. 한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내리며 살아온 공동체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이방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은 단속과 추방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어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 사설 인력소개소를 통해 취업한다. 「농촌경제」의 조사 논문에 따르면 미등록 외국인의 41%가 사설 인력소개소를 통해 취업하며, 20.7%는 지인 소개, 7.9%는 지역 내 농작업팀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다.▼2 즉 일자리가 있을 때는 빠르게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일자리가 없어지면 쉽게 떠나가는 구조가 형성된다. 비공식적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뿐 아니라 제도권 내의 외국인 근로자들도 일시적 체류자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제도적으로 장기 체류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가령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최대 10개월까지만 체류가 허용되며, 그 기간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도 최대 10년이라는 체류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도시의 내국인 비중이 감소하고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지역 구성원의 유동성이 크게 증가함을 의미한다. 지역 공동체는 언제든 새로운 외국인들로 교체될 수 있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로 변화하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도시에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중소도시의 거주 형태를 여전히 안정성에 기반한 정주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한가? 오히려 일시적인 캠프와 같은 임시 체류 형태로 변화한 건 아닐까? 또한 전통적인 가족 단위의 거주 방식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개인 단위 거주 방식이 뉴노멀이 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일시적 체류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이를 쇠퇴하는 중소도시를 새롭게 구성하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이방인과 기존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특정 시기에만 활성화되었다 사그라드는 중소도시 산업 및 노동 구조의 현실은 이러한 변화의 잠재력을 더욱 높게 만든다. 

 

지역 정체성?

우리나라의 외국인 근로자 수는 1992년까지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당시 외국인 근로자는 산업단지와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해 2024년 기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약 135만 명에 이르렀다. 이는 공식적인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만을 포함한 숫자로, 귀화자, 이민자 자녀, 미등록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약 24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구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통계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19년까지 외국인 근로자의 다수는 수도권과 대도시권에 거주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부터는 그 외 지역 거주 비중이 급격히 증가해, 2024년 기준 전체 국내 거주 외국인의 약 32%가 수도권 및 대도시권 밖에 거주하고 있다. 이제는 농촌 지역과 읍면 단위 지방 중소도시 어디서나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같은 중소도시라 하더라도 지방 중소도시와 수도권 및 대도시권의 중소도시는 뚜렷한 인구구조적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이나 대도시권의 중소도시는 외국인 수가 늘어날 때 내국인 수도 함께 증가하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외국인 수가 증가해도 내국인 수는 오히려 크게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위치한 경기도 이천은 최근 10년간 내국인 수와 외국인 수가 모두 증가한 반면 전라남도 보성군, 신안군, 고흥군의 경우 내국인 수는 감소했지만 외국인 수는 증가하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양상은 (...) 

 

등록 외국인의 체류 자격별 분포 변화 및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 그래프(1990~2023년, 자료 출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 1990~2023). 체류 자격을 기준으로, 계절근로(E8),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을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로 정의할 수 있다. 중소도시에서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와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는 기존 공동체에 변화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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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민주·최종권, ‘한국 미래? ‘김해 이태원’ 보라… 전통시장엔 동남아 가게 140곳 [외노자 52만 명, 공존의 시대]’, 「중앙일보」, 2024년 5월 1일. 

2 엄진영, ‘농업부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과제’, 「농촌경제」 44(2021. 6.), 79~104쪽. 

월간 「SPACE(공간)」 687호(2025년 0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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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환, 이상현
이장환과 이상현이 결성한 중소도시포럼은 대도시권역 밖의 변화를 관찰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 그룹이다. 이장환은 어반오퍼레이션즈 대표로 도시, 문화, 건축 전반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건축학교(sa)를 졸업했고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우수 졸업했다. OMA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카타르 국립중앙도서관 설계와 더불어 다수의 아시아, 유럽, 중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상현은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과 주무관이자 독립 도시연구가이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와 델프트 공과대학교 도시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후 팜보트 어반 랜드스케이프에서 도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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