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7월호 (통권 692호)

Photo by Choi Yongjoon / ©Korean Pavilion 2025

Photo by Choi Yongjoon / ©Korean Pavilion 2025
<지성: 자연적. 인공적. 집단적.>: 2025 베니스비엔날레 | 한국관
한국관 예술감독 CAC의 전시 구성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프랑코 만쿠조 한국관 공동 설계자
디렉터들은 한국관 건물이 가진 건축적, 환경적 특성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에 대한 하나의 응답으로 고려되고 기획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 듯하다. 설치 방식은 통상적으로만 이야기되는 환경과 관련된 주제를 한국관 건축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 명확히 전달한다. 이는 강력한 환경적 제약이 어떻게 좋은 건축의 조건이 될 수 있었는지, 좋은 건축이 극복 불가능해 보이는 제약들을 어떻게 창의적인 과정 속에 통합하고 흡수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해법으로 전환해내는지를 보여준다. 매우 제한적인 대지 조건과 까다로운 설계 범위, 손댈 수 없었던 식재들, 그리고 1930년대에 지어진, 이제는 보존 대상이 된 기존 건축물의 존재 등은 모두 제약인 동시에 가능성이다. 또한 한국관의 외부 풍경이 실내 공간의 구성 요소로 간주되며, 파빌리온 내부에 흥미로운 시각적 여정을 형성하는 방식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관은 다른 많은 국가관들 중에서도, 환경적 제약이 오히려 설계의 동력이자 창의를 위한 자극제로 작용한 유일한 사례다.
김종성 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명예회장
한국관 30주년의 의의를 표현하려는 대전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좋은 전시로, 퍼포먼스와 연극적 장치(theater)를 통해 장차 한국관의 재탄생을 은유하고 있다.
제렌 에르뎀, 빌게 칼파 튀르키예관 공동 큐레이터
국가관들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자체적으로 하나의 문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여받게 됐고, 과거에 개최됐던 전시뿐 아니라, 자르디니 안에서의 물리적 존재로서도 점차 다층적인 역사를 담게 됐다. 한국관은 이러한 현실을 절묘하게, 그리고 비평적 깊이를 갖고 포용한다. CAC의 기획은 파빌리온을 단순히 중성적인 매개체로 다루기보다는, 이 국가관이 가진 제도적 유산, 공간적 정체성, 그리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정치적 맥락을 사려 깊게 추적한다. 이러한 접근은 내적인 탐구인 동시에 외부를 향한 질문으로, 국가적 대표성, 제도적 기억, 건축의 작가성에 대한 질문들에 응답하고자 한다. 한국관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이러한 복잡한 주제들을 교훈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고찰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한국관 내 가장 흥미로웠던 작업은 무엇이었나?

Photo by Choi Yongjoon / ©Korean Pavilion 2025
이동욱 IVAAIU 시티 디렉터
박희찬, ‘나무의 시간’
감정, 기억, 기술이 어떻게 교차할 수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절제된 설치였다. 소리와 영상, 그리고 시간을 포함한 공간적 구성은 관람자의 내면에 조용한 공명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작업을 감상하는 눈, 귀, 손 등의 감각 기관들이 이전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을 과도하지 않게 차분한 속도로 오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특히, 데이터와 정서가 만나는 지점에서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감각적 언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점이 좋았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한국관에 머물러 있던 것 같은, 작업의 유기적 연결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웬 홉킨스 영국관 공동 큐레이터
박희찬, ‘나무의 시간’
다양한 것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작품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는 방식이 좋았다. (이 또한 국가관 자체의 공간적 특성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특히 박희찬의 ‘나무의 시간’이 가진 간결한 우아함과, 비엔날레에서 흔히 수동적인 관찰자가 되기 쉬운 방문객을 적극적인 역할로 초대하는 특성이 특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자연적이면서도 동시에 고도로 통제되고 계획된 공간인 자르디니에 주목함으로써, 건축이 (자연) 세계의 리듬과 시간적 흐름에 더 온전히 자리 잡아야 한다는 긴박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Photo by Choi Yongjoon / ©Korean Pavilion 2025
토신 오시노워 오시노워 스튜디오 대표
양예나, ‘파빌리온 아래 삼천만 년’
한국관에서 가장 매혹적인 작업이었다. 제목만으로도, 우리가 기후와 건축을 이야기할 때 종종 드러내는 성급함과 대조되는 깊은 시간의 관점을 상기시킨다. 이 작업은 몇 십 년이 아닌 수천 년에 걸쳐 전개되는 이야기들, 건조 환경 아래 침묵하며 퇴적물처럼 변한 역사들을 탐구한다. 느림, 변화, 축적을 전면에 내세우며, 근대성의 빠른 속도와 순환에 대한 미묘한 비판을 제시한다. 이러한 태도는 숙성과 시간의 정보를 중심에 두는 한국관의 더 넓은 주제와 아름답게 조응하며, 자연의 더 긴 호흡에 맞춰 설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성적인 경험을 전달한다.
프랑코 만쿠조 한국관 공동 설계자
양예나, ‘파빌리온 아래 삼천만 년’
김현종, ‘새로운 항해’
이번 한국관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설치물의 근본적인 특성으로 ‘투명성’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관람자는 너머에 있는 것들을 인지하고 관찰할 수 있기에 그것들은 투명한 다이어프램(얇은 막)들의 연속처럼 인식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국가관 건축물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관이 세워지기 이전의 환경적 상황을 묘사하는 사진들은 관람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환경이 항상 고려되어왔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이제는 방문객에게 개방된 옥상 위에 설치된 ‘돛’들은 바람과 함께 움직이는데, 이 또한 이 장소의 특별한 환경적 특성을 드러낸다. 또한 한국관이 지면으로부터 들어 올려져 있음을 인식하게 만드는 전시 구성은 자연의 ‘땅’ 아래에도 무언가가 존재하고 점유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살려준다. 땅이 더 이상 전시의 범위에서 배제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올해 한국관의 가장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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