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Bang Yukyung
정유미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방유경 기자
방유경(방): 패션을 전공하고 디자이너, 기획자, 사업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셨어요.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이하 리터닝 군산)에 어떻게 합류하시게 됐나요?
정유미(정): 처음 함께하게 된 건 2019년 리터닝 군산이 시작되며 그해 11월에 열린 〈DEAR PARADISO(디어 파라디소)〉 전시였어요. 당시 제주에서 조그마한 아트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송성진 대표님께 전시기획을 맡아 달라는 연락을 받았죠. 이 블록에 점집들이 밀집해 있었잖아요. 철거하기 직전, 점집들이 빠져나간 폐허의 공간이 새로운 파라다이스가 되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전시했어요. 참여작가였던 이손건축 손진 소장님이 ‘Re\Turning’이란 제목으로 전시 서문도 써주셨고요. 군산에서 3주가량 작업한 뒤 바로 사업차 핀란드로 떠났는데, 이후 송 대표님이 프로젝트에 합류를 제안하면서 오게 됐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군산에서 함께 했던 분들의 좋은 에너지와 공간의 기억, 전시의 여운이 컸습니다.

호텔 외벽 스터디 과정 ©ISON Architects

바 인그리드. Image courtesy of ShareWe LC.
방: 당시 리터닝 군산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합류 후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정: 제가 2021년 4월 핀란드에서 들어왔을 때는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어요. 당시 계획으로는 2년 뒤 오픈 예정이라 ‘세팅, 운영 초기까지 길면 3년 정도 참여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고요. 2022년 호텔 골조 공사 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공사 진행에 어려움이 생겼고 힘든 고비를 함께 넘기며 자연스레 공유인 유한회사의 등기이사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프로젝트 안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트 디렉터, 브랜드 디렉터 역할을 포함해 인테리어, 마감 등 시각적 결과물을 전반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손진 소장님, 송 대표님과 함께 작업을 하며 많은 경험을 하고 있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바 인그리드의 바 테이블. Image courtesy of ShareWe LC.
방: 결과물 중에 중요한 부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려요.
정: 1922년에 지어진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십 수년 전에 군산근대건축관으로 리노베이션할 때 철거했던 목수님이 그때 나온 보를 보관해왔다고 해요. 인테리어에 쓸 자재를 수소문하다가 지인을 통해 알게 됐는데, 프로젝트의 취지를 듣고 적은 비용에 흔쾌히 건네주셨어요. 손상된 부분을 잘라내고 남은 길이 8.6m 두께 40cm의 대형보는 바 인그리드의 상판으로 재탄생됐습니다. 유서 깊은 재료인만큼 코팅하는 데도 공을 들였고요. 바의 대들보에 달려 있는 옛 상량판을 보면 1922년이라고 써 있어요. 같은 해에 만들어진 두 대들보가 마주하고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이야깃거리죠. 내부에 노출된 목조의 경우 새 목재가 100년 넘은 고재와 어울리도록 스테인 처리를 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거치면서, 한달 이상을 꼬박 그 작업만 하던 시기도 있었고요. 식초와 철을 배합하는 농도에 따라 일정 온도에서 산화시켰을 때 시간별로 색감이 어떻게 다른지 매뉴얼을 만들어 실제 공간의 고재와 가장 흡사한 톤을 적용시켰습니다. 또 중요한 재료가 그라운드의 외벽 타일이에요. 원래 설계안에는 정사각형 모자이크 타일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이 주변과 어울리는 타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럽에서 보고 인상 깊었던 타일을 찾아 제안했어요. 저에게는 이 타일 색이 군산의 색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알아보니 일본 이낙스 사의 제품이어서 본사에 문의했는데 이미 3년 전에 단종된 모델이라고 하더라고요. 살짝 곡면으로 되어 있어서 빛과 만났을 때 반사광이 근사한데, 이 무드를 대체할 타일을 못 찾았습니다. 여러 방편으로 알아보다 손진 소장님의 지인인 일본 건축가 데시마 다모츠를 통해, 이낙스 사에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설득했어요. 결국 이낙스 사에서 딱 한번만 특별 생산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아 진행했는데 그 과정만 6개월이 걸렸죠. 지금은 국내에 비슷한 타일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낙스 오리지널 제품은 한국에 여기밖에 없을 거예요.

바 테이블 제작 모습 ©ISON Architects
방: 호텔 인그리드도 곧 오픈 예정인데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셨나요?
정: 호텔은 객실이 24개지만 9가지 타입으로 구성되어 관리에 손이 많이 가는 편이에요. 대개 숙박시설은 5~10년 주기로 정비하고 손을 보게 되는데 오래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도록 물성을 살린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세월의 멋이 근사하게 스며들 소재를 찾다가 돌, 나무, 금속을 내부 주 마감재로 결정했죠. 리터닝 군산 안에서 각 공간들과 연속성을 가질 수 있게 컬러, 소재, 패턴 결정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라운드의 주 출입구부터 광장은 바닥에 붉은 벽돌을 헤링본 패턴으로 일괄 적용한 반면, 호텔 바닥재는 테라조를 시공하면서 붉은 컬러로 작업해 자연스레 연결성을 가지도록 했어요. 레미콘 차에 직접 조색한 색소를 넣어 타설하기도 하고, 그 밖에 공간 곳곳에 여러 디테일을 더하고자 했습니다.
(왼쪽) 바 인그리드의 지붕 공사, (오른쪽) 벽돌 헤링본 패턴을 적용한 그라운드의 바닥 공사 ©ISON Architects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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