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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 INTERVIEW] 프로젝트의 시작: 군산에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보자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Kim Jeoung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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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진 공유인 유한회사 대표 × 방유경 기자

 


방유경(방): 서울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고향인 군산으로 내려오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송성진(송): 예술의전당 앞에서 10년간 더바도포를 운영하며 ‘레스토랑에서 재즈 공연을 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친구들을 만나러 고향에 내려왔다가 은파호수 근처의 장소를 보고 ‘여기다!’라는 확신이 들어 바로 계약했죠. 원래 즉흥적인 성향이거든요. (웃음) 그렇게 2010년에 파라디소 페르두또(이하 파라디소)를 오픈하고 봄, 가을마다 야외 콘서트도 진행하게 됐습니다.

 

방: 15년 가까이 파라디소를 운영하면서 군산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나요?

송: 2010년 당시 군산은 인구가 28만 명이었는데 문화적 갈증이 크다는 걸 체감했어요. 제 사촌 형인 이손건축의 손진 소장님이 파라디소 공간을 설계해주셨는데, 그때도 형이랑 “(군산 사람들이) 즐길 줄 몰라서 없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 즐기는 것”이라고 얘기했었죠. 군산은 역사적으로 문화 수용성이 높은 동네예요. 일제강점기 개항장으로서 근대화된 문화가 유입되었던 곳이고, 이후 미군이 주둔하며 이태원처럼 아메리칸 푸드가 소개되고 빌보드차트 음악이 거리에서 흘러나왔죠. 한편으로 이방인들의 도시이기도 하고요. 중국, 북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일제 때부터 이주하고 눌러앉아 고향처럼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외지인에게 배타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도시의 것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똘똘 뭉치는 성향은 덜한 측면도 있어요. 이 또한 군산의 근대역사에서 기인한 문화적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도시가 아닌 군산 같은 지역사회는 매체나 SNS보다 사람을 통해 소식이 더 빠르게 전달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파라디소를 운영하면서 경험했어요.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이하 리터닝 군산)도 홍보보다는 다녀간 손님들의 경험을 통해 소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재즈클럽 입구가 있는 기존 부지. ©ISON Architects 

재즈클럽 머디에서의 공연. ©ISON Architects 

 

 

방: 쇠락한 원도심인 영화동에서 리터닝 군산을 시작하셨어요. 개인이 아니라 ‘공유인 유한회사’(이하 공유인)라는 법인을 통해 추진했는데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나요?

송: 제 오랜 꿈이 ‘번화하지 않은 조용한 동네에서 매일 공연이 열리는 재즈클럽을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군산에 내려온 지 10년 만에 점집들이 몰려 있는 영화동 한 모퉁이에서 클럽 위치로 제격인 필지 하나를 발견하고 2019년 2월에 매입했어요. ‘군산에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보자’ 하고 강원대학교 교수 친구, 변호사 후배와 함께 셋이 의기투합해 ‘공유(share)인’이라는 법인을 만들었죠. 그런데 리터닝 군산을 의미 있게 바라본 군산 공공의사인 친구와 알루미늄 제조 기업의 회장님, 제주 출신의 아트디렉터 정유미씨가 곧이어 합류하게 됐어요.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게 큰 차이였죠. 리터닝 군산은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거든요. 지인들 눈에는 재미있고 가치 있게 느껴졌나 봐요. (웃음) 몇 년 전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 근무했던 지인과, 네 아이를 둔 사업하는 후배까지 동참하면서 호텔 오픈도 앞두고 있어요. 투자보다 가치와 공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군산을 아끼고 리터닝 군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팀이 만들어져 감사하고 있습니다.

 

방: 재즈클럽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호텔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확장됐어요. 이곳을 채운 다양한 프로그램은 어떻게 꾸려졌나요?

송: 마치 한 아이가 자라난 느낌이에요. 재즈클럽 외에는, 저의 주도로 진행됐다기보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순응하는 마음으로 따라가면서 점차 커졌다고 할 수 있어요. 2년여 동안 사이트는 250평짜리 1개 필지에서 9개 필지가 추가되어 총 600평이 됐어요. 초기 계획도 마스터플랜으로 확장되면서, 초기에 조그만 게스트하우스로 생각했던 게 호텔로 커졌고요. 좋은 공간을 매개로 형성된 관계가 가져다주는 외연의 확장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잖아요. 지역에 좋은 놀이터를 만들자고 시작했던 일이, 지역 사람들을 중심으로 여행객들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형태로 발전했어요. 처음부터 재즈클럽을 중심으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재즈클럽의 앞뒤로 다른 프로그램을 넣은 모양새가 되었네요. (웃음) 공연 보기 전에 저녁을 먹으며 와인을 한잔하고, 공연이 끝나면 칵테일과 싱글몰트를 즐기다 잠을 청하는 일상. 관광객들에게 맞춰진 여행지 문화가 아니라 군산과 우리가 만드는 로컬의 놀이문화를 통해 여행자들에게 점차 사라져가는 동네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젤라떼리아 노베오. Image courtesy of ShareWe LC 

 

 

방: 조성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방화지구 해제가 결정적 사건이었죠.

송: 저희 공간의 취지가 기존 적산가옥의 원형을 살리자였어요. 하지만 기초도 부실하고 재사용이 불가능한 목재가 많아 100여 년 된 상부의 골격을 해체한 뒤 고재를 재조립하는 대수선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군산은 근대건축물의 보전을 위해 건축자산 진흥구역을 지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 필지가 속한 블록이 동시에 방화지구로 묶여 있던 탓에 위기가 찾아왔어요. 1987년에 제정된 방화지구 규정은 화재 시 불이 주변으로 번지지 않도록 오래된 목조건물을 콘크리트 건물로 신축하도록 유도하는 법령이에요. 목조로 된 근대건축물을 재사용하려고 손을 대는 순간 내화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신축해야 하는, 법이 상충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거죠. 그 결과 군산 근대건축물의 20%가 사라졌어요. 작년 4월, ‘방화지구에서 대수선 행위를 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시에서는 법 때문에 영업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이를 해결하려 충남대학교 윤주선 교수께 자문을 받고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며 불합리성에 대해 설명했어요. 그렇게 한 분 한 분이 현실을 이해하게 되면서 1년 만에 군산시와 전라북도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방화지구가 해제됐어요. 지난한 과정이었죠.

 

 

젤라떼리아 노베오 내부. Image courtesy of ShareWe LC. 

 

 

방: 현재 리터닝 군산의 운영과 인력 수급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송: 공유인에서 호텔을 포함한 공간 전체를 임대가 아닌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공간을 모두 오픈하면 40명 정도 직원이 일하게 되는데, 그중 절반이 리터닝 군산에 함께하기 위해 서울 등 타지에서 이주한 사람입니다. 각자 F&B 분야에서 오랫동안 자기 사업을 운영하던 지인들이 많고요. 리터닝 공간의 꽃인 칵테일 바는 코블러의 유종영 대표가 직접 내려와 군산에 거주하면서 생명력을 불어넣었어요. 코블러가 바 인그리드의 큰집인 셈이죠. 치아바타와 포카치아 장인인 트레비아 손진아 대표도 군산으로 내려왔어요. 15년 넘게 운영하던 이태원 트레비아가 문을 닫던 날 어린 외국인 단골손님이 더 이상 빵을 먹을 수 없다는 말에 울며 서 있었다는 손 대표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손대표와 함께 군산에서 이탈리아 본토보다 맛있는 피자를 함께 만들어보려 합니다. 젤라또 가게는 카카오봄의 고영주 대표가 몇 달 동안 군산에 머물며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듯 도와줬어요. 10년 넘게 고영주 대표와 함께 일하던 직원이 공유인의 직원으로 합류했고요. 부산의 유명한 로스터리 까사오로의 정승기, 박은수 대표도 리터닝 군산 직원으로 합류해 애초 계획에 없었던 로스터리도 곧 문을 열 예정입니다.

 

방: 인근의 건물도 하나둘 바뀌고 있는데 주변으로의 확장이나 연계도 고려하고 계신가요?

송: 영화동에 다시 피가 돌기 시작한 건 6년 전 영화시장에 좋은 공간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하지만 여전히 빈집과 상점들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2015년경 도시재생 사업의 영향으로 타 지역 사람들이 찾아와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 결과였습니다. 매입 후에는 수리나 재투자 없이 다음 매매자를 기다리며 방치한 거죠. 리터닝 군산을 진행하면서 주변 빈집들을 골라 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프렌즈 그룹으로 옆에서 함께하자고 제안했어요. 친구들은 숙박, 음악 레이블, 패션숍, 사진 작업실, 바버숍, 주택 등 각자의 일과 관련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빈집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년 전 프로파간다 김광철 대표님이 운영하는 그래픽숍이 오픈하면서 군산에 혁명적이고 유의미한 문화적 영향을 주고 계십니다. (웃음) 이제 부동산 투자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건강한 확장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느껴져요.

 

 

월간 「SPACE(공간)」 694호(2025년 0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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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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