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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의 밖: 비인간의 건축 |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10

글
이장환
자료제공
중소도시포럼(별도표기 외)
진행
윤예림 기자
데이터
이상현

「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급격한 인구 감소로 중소도시의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건축계는 충분히 알고 있나? 중소도시의 재건을 위해서는 이제껏 답습해온 재생과 활성화의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시각이 필요하다. 중소도시포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공적 연구 대상에서 쉬이 배제되어온 수도권 밖의 현상을 주시하고, 위기를 대신할 도시·건축적 대안을 찾는다.  

 

​[Series]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1 수도권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02 도시 농도

03 도시 천공

04 소거 계획

05 덧대기 건축1

06 덧대기 건축2

07 세계적 중소도시

08 일시적 중소도시

09 시설의 변이1

10 중소도시의 밖

11 시설의 변이2​ 

 

이번에는 수도권–지방의 구도를 벗어나 지방 중소도시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보자. 소멸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운 농촌 지역이 있다. 인간이란 존재가 희박해진 그곳에서 건축은 더 이상 사람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사라진 집과 학교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축사, 정미소, 태양광발전소와 같은 ‘비인간의 건축’이다. 이들은 철저히 기능과 효율에 기반해 지어지며 점점 더 커지고, 기계화되어간다. 이를 말하는 중소도시포럼의 묘사가 지금의 현실인지 근미래 공상과학물의 한 장면인지 혼란스럽다. 조용히 그러나 급격하게 낯선 시대에 접어든 농촌의 풍경을 전망해본다. 

 

 

대형화·기계화되는 ‘비인간의 건축’—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의 대형 축사

 

 

중소도시는 동·읍(洞·邑) 단위의 도시 지역과 면(面) 단위의 농촌 지역으로 구분된다. 이번 호는 도시 지역 밖, 농촌 지역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다룬다.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는 중소도시 내 도시 지역보다 훨씬 빠르고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 현재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풍경은 무엇일까? 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농촌 지역의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중소도시 밖 농촌 지역의 해체 과정. 급격한 인구 감소로 소수의 고령자만 남게 된 마을 공동체는 점차 분해되고, 25년 후에는 상당수 가구가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마을에 빈집이 무작위적으로 발생하고 이들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면서 여러 건물의 집합으로 구성되었던 마을 형태의 집합성이 해체된다.

 

 

농촌, 급속한 소멸의 현장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는 도시 지역보다 농촌 지역에서 훨씬 더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소도시 내 도시 지역의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1970년부터 1990년대 전후까지는 인구가 증가하다가, 이후부터 감소세로 전환한다. 반면 농촌 지역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급격하게 감소 중이다. 그 결과 두 지역 간 인구 감소 격차가 발생한다. 남원, 정읍, 김제, 상주, 밀양, 공주의 경우 도시 지역의 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시점인 1990년대 전후로부터 22.4%, 30%, 18.9%, 25.5%, 19.1%, 8.8% 감소하지만, 이들 도시의 농촌 지역 인구는 1970년 대비 81.4%, 84%, 83.1%, 79.5%, 77.4% 감소한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 인구 감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2024년 기준 전국 농가 인구는 약 200만 명으로, 1980년 약 1,082만 7천 명에 비해 약 81.5% 감소했다. 경상북도 문경시 서북면의 경우 1980년에 인구가 7,277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766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데, 전라남도 함평군 나산면, 경상남도 거창군 가북면, 전라북도 진안군 상전면, 충청남도 청양군 사양면 인구는 1980년대에 비해 각각 75.5%, 72.7%, 86.1%, 7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농가 인구의 고령화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농가 중 65세 이상 비중이 4.3%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55.8%까지 증가했다. 경상북도 상주시 은척면, 문경시 산북면, 전라북도 남원시 산동면, 전라남도 순천시 황전면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각각 54.2%, 49.6%, 49.7%, 54.7%로, 이는 1970년대 고령인구 비율 4.4%, 4.6%, 4.7%, 4.8%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 속도도 중소도시 내 도시 지역인 동·읍 단위보다 농촌 지역인 면 단위에서 훨씬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원시의 경우 동·읍 단위의 고령인구 비중이 25.5%인 반면 농촌 지역인 면 단위에서는 46%로 나타나 그 차이가 21.5%에 달한다. 충청북도 제천시, 전라남도 고흥군, 경상남도 합천군, 거창군에서도 농촌 지역이 도시 지역보다 각각 23.2%, 22%, 24.1%, 28.4% 높게 나타난다. 이처럼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 모두 중소도시의 도시 지역보다 농촌 지역에서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인구 유입이 없는 한 20년 후 농촌 지역 거주 인구밀도는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1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 추이(1970~2024)

 

 

읍・면・리의 위기

중소도시의 행정구역은 도시 지역인 동·읍 단위, 농촌 지역인 면 단위로 구성되며 그 아래에 행정구역상 가장 작은 단위인 리(里)가 존재한다. 리는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작은 촌락들로 구성되어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여러 리가 모여 하나의 면을 형성하며, 그 중심에 면소재지가 위치한다. 면소재지에는 면사무소(행정복지센터), 학교, 파출소, 우체국, 보건소, 농협, 복지관과 같은 공공시설들이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위계적 구조를 갖는 행정구역 체계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2 행정구역 체계는 국토를 세분화하는 공간적 틀로서 국토 전반에 질서를 부여하고, 공공시설을 분배하는 기준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농촌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이러한 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행정구역 체계상 가장 말단인 리 단위의 마을 공동체가 와해되고, 면소재지에 위치한 학교는 학생 수 급감으로 존폐 위기에 처하며, 기초적 생활 편의시설들마저 문을 닫으면서 일상생활 서비스의 거점 공간으로 기능하던 면소재지의 역할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이보경이 전국을 1km 단위 격자로 나누어 장래 예측 인구를 공간적으로 분석한 결과, “2050년에는 2020년에 비해 수도권, 충남 북부-세종-대전 및 일부 광역시 외곽지역에서는 인구가 증가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국토공간에서는 인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3 즉 수도권 및 대도시 권역 일부에서만 인구가 증가하고, 그 밖의 지역에서는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다. 그 결과 2050년이 되면 대도시권·수도권과 그 외 지역 간 인구밀도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 농촌 지역의 인구 증감률을 보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가 최소5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전라북도 임실군, 진안군, 경상남도 함안군을 확대 분석한 자료에서는 농촌 지역 대부분에서 1km2당 인구가 50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같은 보고서에서 이보경은 2050년에 아무도 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무거주화 위험 지역’이 전체 국토 면적의 3.9%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4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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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와 농가 인구, 고령인구 비중의 통계는 다음 자료를 참고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1970~2024);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e-지방지표’; 한석호・김명환・이정민・반현정, 「농촌·농가인구 모형 개발연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0. 

2 임석회, ‘한국 행정구역체계의 문제점과 개편의 방향’, 「대한지리학회지」 29(1994. 3.), 65~83쪽.

3 이보경・장요한・정예진・홍사흠・김동근,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한 소지역단위 장래인구 예측 방법론 개발 기초 연구」, 국토연구원, 2022, 22~24쪽.

4 이보경・장요한・정예진・홍사흠・김동근, 앞의 보고서.​ 

 

 

 

월간 「SPACE(공간)」 694호(2025년 0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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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환, 이상현
이장환과 이상현이 결성한 중소도시포럼은 대도시권역 밖의 변화를 관찰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 그룹이다. 이장환은 어반오퍼레이션즈 대표로 도시, 문화, 건축 전반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건축학교(sa)를 졸업했고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우수 졸업했다. OMA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카타르 국립중앙도서관 설계와 더불어 다수의 아시아, 유럽, 중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상현은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과 주무관이자 독립 도시연구가이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와 델프트 공과대학교 도시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후 팜보트 어반 랜드스케이프에서 도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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