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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역사도시와 건축 실험

글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역사도시와 건축 실험

 

10월 말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오랜만에 경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몇 달 간 행사를 위해 새로 마련되는 공간뿐만 아니라 경주시 곳곳의 사적지가 공사로 분주했다. 고도 경주에서 국제행사를 치르며 도시를 정비하는 일은 경주가 역사관광도시로 거듭나는 ‘개발’사와 궤를 함께 한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60~1970년대, 국가주도로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1979년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의 워크숍을 경주에서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불국사와 석굴암 발굴 및 복원, 여러 사적지 정화가 시행됐다. 사적지뿐만 아니라 강병기, 김수근, 나상기, 이광로, 박병주 등이 기본계획을 작성한 보문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되면서 외화 획득을 위한 관광산업의 기반시설 역시 조성된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이러한 계획들은 추진력이 사그라들었지만, 1970년대는 경주의 역사와 전통이 국가에 의해 주요 관광 자원으로 재구성되는 시기였다. 지금 인기있는 황리단길도 1970년대 지정된 한식 건축물 지구에서 시작됐다. 이때 관광지에 부여된 역사와 전통은 신라 유적지로서 맥락보다는 조선시대 혹은 일제 식민지기 한옥의 모방에 가까웠다. 이렇게 천년 수도 경주는 재단된 전통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전통에 현대의 기술과 기능을 가미한 결과는 ‘기와지붕과 콘크리트의 조합’이라는 역사관광 시설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어진다. 이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한옥의 외양(특히 기와지붕)과 전통적 배치는 여전히 경주에 세워지고 정비되는 건물들의 풍경을 제어하는 강력한 도시계획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SPACE(공간)」 10월호 프레임에서 소개하는 김재경+JK-AR의 치유의 집(2024) 역시 이러한 도시계획적 틀 안에서 전통적인 외양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건물의 내부는 ‘보 없는 한옥’을 만들기 위한 구조 실험의 결과다. 김현대(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전통 목구조에서는 생경한 포인티드 아치를 더하거나 극단적으로 요소를 배제해가는 구조 실험이 전통성을 아방가르드적으로 역전시킨다고 평한다. 양수인(삶것건축사사무소 대표)은 때로는 비효율적이지만 독특한 구조적 기교를 보여주는 김재경의 건축에서 ‘경이로움’의 가치를 찾아낸다. 그간 김재경은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결구부, 특히 공포를 재해석한 트리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치유의 파빌리온(2023) 역시 이러한 시리즈의 일부로, 이번에는 재료를 합판에서 CLT로 바꾸고 프리패브 방식을 적용했다. 전통 구법에서 출발한 김재경의 작업은, 빛의 루(「SPACE」 662호 참고)처럼 역사적인 사이트에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정작 건축가 본인은 전통의 재해석보다는 구조와 재료에 대한 탐색, 그 필연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구조 실험에 대한 그의 관심은 강재와 인장 케이블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한탄강 전망대(2024), 알고리즘 설계와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콘크리트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 에일리언 테이블(2019) 등으로 확장된다.

 

1960~1970년대 건축계는 강봉진의 종합민족문화센터와 종합박물관(현 민속박물관, 1966), 김수근의 부여박물관 왜색시비(1967) 등 일련의 공공 건축물의 건립과 맞물려 현대건축에서 전통의 계승 혹은 한국성 문제와 대면하게 된다. 열주를 통해 전통을 재해석한 이희태의 신라역사관(1975), 벽돌과 나무로 만든 단순한 외관에 기와를 올린 김수근의 월지관(1982) 등은 당시 건축가들의 한국성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전통이나 한국성에 대한 공공의 정책이나 건축가들의 탐구는 그 시절로부터 얼마나 나아갔는지 묻게 된다. 전통에서 출발하되 기존의 미학이나 논리를 답습하지 않는 김재경의 구조 실험을 보면서, 그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한국성에 관한 유효한 논의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집장 김정은

 

 

바로잡습니다

「SPACE(공간)」 694호(2025년 9월호) NEWS 섹션 15쪽에 게재된 ‘제43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 발표’ 기사의 ‘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대표 전이서)+시아플랜 건축사사무소(공동대표 양희범)의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를 ‘시아플랜 건축사사무소(공동대표 양희범)+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대표 전이서)의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로 바로잡습니다.

 

 

 

 

「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2 FRAME

의지적 구조 실험이 만드는 경이: 김재경+JK-AR

Marvelling at Voluntary Structural Experiments: Kim Jaekyung + JK-AR

 

024 FRAME: PROJECT

치유의 집

The House for Rejuvenation

 

040 FRAME: PROJECT

치유의 파빌리온

The Pavilion of Contemplation

 

044 FRAME: PROJECT

한탄강 전망대

The Torch

 

048 FRAME: PROJECT

에일리언 테이블

The Alien Table

 

052 FRAME: DIALOGUE

무엇을 위한 구조 실험인가?_ 김재경 × 김현대 × 양수인

What are These Structural Experiments for?_ Kim Jaekyung × Hyundai Kim × Yang Soo-in

 

064 CROSS CRITIQUE

도시적 해법으로서 주차장: 중안지구 공영 주차타워 - 코어건축사사무소 vs. 에이덴 사옥 및 주차타워 - 아크로마키 건축사사무소_ 유종수, 김빈 × 임진수 × 이정훈 × 방유경

A Parking Lot as an Urban Solution: Jungan Public Parking Lot – CoRe Architects vs. EIDEN Headquarters & Parking Tower – archromaky_ U Zongxoo, Kim Vin × Yim Jinsoo × Lee Jeonghoon × Bang Yukyung

 

088 PROJECT

F&L 사옥 - 아스크 건축사사무소

F&L Headquarters – ASK Architects

 

098 PROJECT

메종 르쏘메 - 키아즈머스파트너스+이현호

Maison Le Sommet – Chiasmus Partners + Lee Hyunho

 

108 PROJECT

강사유(江思留) - 빛의건축건축사사무소

House of River Thoughts – Architecture of Light Architects

 

116 LIFE

부재로 존재 입증하기: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_ 김혜린

Proving Presence Through Absence: The 13th Seoul Mediacity Biennale ‘Séance: Technology of the Spirit’_ Kim Hyerin

 

122 REPORT

이다미와 박정현, 현재의 건축 비평을 말하다: ‘한국건축비평의 회복’_ 박지윤

Lee Dammy and Park Junghyun Speak Up About Contemporary Architecture Criticism: ‘The Revival of Korean Architecture Criticism’_ Park Jiyoun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멀리 보고, 오래 보는_ 원계연, 이제선 × 김혜린

Far-Sighted and Enduring_ Won Gyeyeon, Lee Jeseon × Kim Hyerin

 

 

 

 

월간 「SPACE(공간)」 695호(2025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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