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인
취향을 담은 살아있는 건축
루프트 민락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의류 및 리빙 브랜드, 루프트의 사옥 겸 매장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 가운데 루프트가 지향하는 취향에 맞는 것들을 선별해 판매하며, 단순한 소비를 넘어 취향을 공유하고 전달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취향과 맞는 셀렉션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매장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효과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이처럼 무엇을 파느냐 보다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루프트는 러닝 행사로 운동 관련 제품을 소개하거나, 브랜드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재즈 공연을 열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루프트 민락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닌, 콘텐츠가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만든다.



두 개의 1층
일반적인 상가 건물은 접근성이 높은 1층 공간에 가장 큰 가치를 둔다. 하지만 루프트 민락은 두 개의 1층을 가진다. 루프트 민락이 위치한 곳은 골목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주거 밀집 지역이다. 설계과정에서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주변 건물처럼 대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워내는 것이었다.
매장이 자리한 1층은 골목과 바로 맞닿아 있지만, 2층부터는 볼륨을 뒤로 물려 넓은 야외 테라스를 만들었다. 2층 높이에 비워진 낯선 이 공간은 외부계단으로 골목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거부감 없는 호기심으로 사람을 이끈다.
그렇게 도착한 2층은 매장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2층 역시 또 하나의 1층처럼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이 야외 공간에서는 요가 수업이나 야외 가구 브랜드의 팝업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열린다. 비워낸 면적보다 더 큰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는 구성이다



재료와 비례
루프트 민락은 단순한 매스가 반복되는 듯하지만 대지의 조건과 기능에 따라 섬세하게 조정되어 있다. 향후 인접 대지에 들어설 건물을 고려해서 정북방향으로의 발코니 난간 벽의 높이를 정했고 이는 많은 상업 건물이 유리의 비중이 높은 것과 대비되는 루프트만의 첫인상을 만드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3층의 사무실로 향하는 외부 계단은 직원의 사용 빈도를 고려해서 비를 피할 수 있도록 4층의 볼륨을 앞으로 내어 처마를 만들었다. 이러한 볼륨의 드나듦은 시간에 따라 자연스러운 그림자를 만들고, 그 그림자는 노출 콘크리트 표면 특유의 매트한 질감과 어우러져 단순한 한 입면에 깊이를 더한다.
건축을 구축하는 필수적인 구조로서의 콘크리트는 무심한 듯한 첫인상을 주지만, 잘 다듬어진 조각과 같은 외부 계단과 민트색의 철제 난간이 더해져 그 안에 섬세한 감각을 심었다. 이러한 조형은 과장되지는 않지만 분명한 취향을 드러내는 루프트 만의 셀렉션과 맞닿아 있기를 바란다.



소음 없는 존재감
루프트 민락은 단순한 조형에 섬세한 디테일과 과장되지 않은 비움을 더해서 주변의 복잡한 풍경 속에서도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천천히 기회를 만들어 가는 태도를 닮은 건축으로 바라봐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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