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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키모노 아키텍츠

사진
이키모노 아키텍츠
자료제공
이키모노 아키텍츠
일한번역
민성휘

「SPACE(공간)」 2025년 11월호 (통권 696호) 

 

도쿄에서 약 100km 떨어진 다카사키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키모노 아키텍츠(대표 후지노 다카시)는 자연과 인공,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탐구하며 그 경계가 만들어내는 형태의 가능성을 실험해왔다. 식생과 지형, 일상의 풍경 속에서 구축된 일련의 주택들은 공간의 흐름을 세밀히 다듬으며, 외부 세계와 거주자의 감각이 교차하는 열린 공간을 형성한다. 편집자 

 

 

꽃과 뿌리(2024) 

 

 

인터뷰 후지노 다카시 이키모노 아키텍츠 대표 × 이소운 기자 

 

 

이소운(이): 사무소명인 ‘이키모노(生き物)’는 ‘생명체’를 뜻한다. 이름에 어떤 생각을 담았나?

후지노 다카시(후지노): 자연과 인공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인간을 위한 환경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다루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아직 살아 있는 나무든, 이미 베어져 목재로 가공된 나무든, 차별 없이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이: 2006년 독립하며 다카사키를 거점으로 삼았다. 대도시와는 다른 이 지역의 환경이 건축적 접근에 어떤 특징을 만들어냈나?

후지노: 다카사키는 건폐율이나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이 적다 보니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 계획이 가능하다. 건축물뿐 아니라 외부 공간까지 함께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건물의 ‘안과 밖’을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곳에 지금의 사무실을 열게 된 이유도 건물 내부의 정원에서 바깥 환경을 바라보며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안과 밖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인공과 자연, 내부 공간과 외부 환경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꽃과 뿌리(2024), 숲을 조각하다(진행중)는 인공과 자연의 관계성이 두드러지는 작업이다. 꽃과 뿌리에서는 꼭짓점이 올라간 L자형 매스가 정원을 감싸안으며, 숲을 조각하다에서는 숲속에 초소형 주택 10개를 배치하되 나무를 피하면서도 서로 얽히도록 흩어놓고 있다. 두 작업에서 형태와 배치를 결정할 때 건축가로서 어떤 태도로 자연을 다루고자 했나?

후지노: 꽃과 뿌리에서는 거대한 자연의 흐름 속에 마치 ‘고인 물’처럼 정제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인 L자형 벽을 세웠다. 그리고 그곳에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동식물들의 작은 생태계 한 켠에, 인간이 머물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자연 자체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반면 숲을 조각하다는 이미 울창한 숲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이 경우에는 거주자들이 스스로 자연의 형태를 다듬어가며, 자신의 삶에 맞는 크기와 형태의 보이드를 유지해나간다. 물론 설계자로서 ‘이렇게 하면 더 살기 좋을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제안했다. 큰 틀에서 보면, 식물 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형태와 인간이 건축을 통해 만들어내는 인공적 형태를 굳이 나누고 싶지는 않다. 이 둘을 구분하기보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 속에 함께 존재하는 하나의 물리적 볼륨을 만들어가고 싶다.​ 

 

 

꽃과 뿌리(2024) 

꽃과 뿌리 내부 모습 

 

이: 특히 숲을 조각하다의 경우, 가지와 잎 사이에 옥상층을 두는 독특한 구성이 적용됐다. 숲이라는 환경을 어떻게 인식했고, 그 속에서 집의 형태를 어떻게 구상했나?

후지노: 단면에 나타나는 유기적 형태는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 아닌 처음부터 존재한 울창한 숲이다. 그리고 사람이 가지와 잎을 다듬는 모습을 그 밑에 추가한 것이다. 숲속에 위치한 이 사이트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머리 위로 펼쳐진 울창한 나뭇가지와 잎들이 마치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2017)의 거대한 지붕처럼 느껴졌다. 이미 존재하는 이 쾌적한 지붕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가능한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건축을 계획하고자 했다. 기존의 나뭇가지와 잎이 만들어내던 ‘자연의 지붕’ 아래에 새로운 건축물의 지붕이 더해지면서 실외이면서도 실내 같은 독특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 공간의 매력을 한층 더 살리기 위해 나무를 직접 손질하며 함께 공간을 가꿀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 내부 공간과 외부 환경의 관계성과 관련해, 케이블카(2020)와 꽃과 뿌리는 모두 경사 지형으로 내부 공간 또한 경사를 따라 계획됐다. 이로써 공간을 오르내려도 지면에 있는 듯한 감각을 전달하는데 여기서 의도한 바는 무엇이었나?

후지노: 케이블카는 경사진 사이트의 지형에 일부러 흙을 더하거나 깎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작업이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경사면을 인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촉각을 뛰어넘는 더욱 섬세한 신체감각, 눈과 피부, 온몸으로 땅의 기울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어느 계절에나 맨발로 지낼 수 있을 정도의 단열 성능을 확보했다. 집 내부의 형태를 만들 때는 경사진 외부 지형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그것을 추상화한 기하학적 곡선의 일부를 사용했다. 만약 외부 환경의 지형적 특징을 지나치게 실내로 끌어들일 경우, 창문을 통해 내부와 외부의 연속성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오히려 공간에 대한 인식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완전한 원의 일부분을 잘라낸 원호라는 불완전한 형태를 사용함으로써, 경사면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해 그 연장선에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보조선’을 상상할 수 있다. 단순히 경사면에 거주한다는 차원을 넘어 ‘산 중턱에 산다’는 땅의 본래 의미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람이 강한 산기슭에 지어진 꽃과 뿌리의 경우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세운 L자형 벽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나온 흙을 다시 쌓아서 인공 언덕을 만들었다. 이 언덕은 자연 지형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성되었기에, 자연의 언덕과 혼동되지 않도록 실내 공간을 계단 형태로 연결했다. 

 

이: 케이블카에서 외부 환경을 안방에서 조망하기보다는 복도에서 접하도록 설계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후지노: 폭이 약 3.6m 정도로 좁은 이 건물에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 정원(외부)–복도(중간)–방(내부)으로 이어지는 세 단계의 레이어 구조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침실 문을 열면 마주하는 복도는 일본 전통 주택의 툇마루(縁側)처럼 기능하며, 그 복도를 기점으로 정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케이블카(2020) 내부 모습 

케이블카

 

이: 언급된 작업들이 자연환경과 지형을 다뤘다면, 그리드(2019)는 밀집된 주택가라는 인공적 환경 속에서 외부와의 관계를 다룬 것이다. 길고 큰 창으로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면서도 배치 방향을 틀어 시선을 조정했는데, 이러한 조건 속에서 안팎의 관계를 어떻게 구상했나?

후지노: 그리드가 들어선 지역은 원래 논밭이었던 곳으로, 갑작스러운 주택 개발로 인해 토지가 균등하게 구획되고 비슷한 형태의 건물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줄지어 들어섰다. 북쪽을 향해 정렬된 사각형 부지의 가장자리를 따라 사각형 건물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건물의 볼륨과 그 사이 빈 공간이 바둑판처럼 교차하는, 전형적인 일본 주택가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반복적인 구조 속에서 건물을 45도 회전시켜 배치하면, 건물의 벽면은 주변 건물들의 파사드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배치에서 벽에 창문을 만들면, 그 창문을 통해 보이는 시선은 마치 바둑판 무늬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듯 주택가의 빈 공간을 끝없이 통과하며 멀리까지 확장된다. 반복되는 풍경을 비스듬히 읽어냄으로써 시선이 깊고 먼 곳까지 이어지는 공간구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현관에 비교적 큰 면적을 할애해 흙바닥이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내부 공간이지만 외부 공간처럼 연출했는데, 이 ‘경계의 공간’에서는 어떤 행위가 일어나도록 의도했나?

후지노: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올 때 신발을 벗는 행위의 경계선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옛 농가 실내의 흙바닥(土間)과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작업의 주요 테마인 그리드 배치, 즉 건물 내부에서 외부로, 나아가 그 너머의 대지로까지 의식의 보조선이 모눈종이 위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구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념을 전개하기 위해 신발을 벗는 위치의 경계를 이동시켰고,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미묘하고 유기적인 요철을 도입했다. 이는 내부 공간에 동적인 활동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외부 정원으로 이어지는 영역으로서 공간의 질적 연속성을 의도한 것이다.

 

이: 2층에서는 부드러운 레이스 천이 실내 공간의 경계를 유연하게 만들며, 물리적 경계이자 감각적 매개로 작동한다.

후지노: 그리드의 1층은 구체적인 색감과 질감을 지닌 풍경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내에서 실외로 이어지는 그리드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다. 흙, 돌, 자동차, 나무 같은 외부 요소들이 실내와 시각적으로 연결되며, 그 경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반면, 건물 2층 레벨의 외부 공간은 탁 트여 있어 나무나 전봇대 같은 요소가 있더라도 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말하자면, 풍경으로서의 추상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바람과 빛처럼 관찰 가능한 요소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부드러운 레이스 천을 사용했다. 아주 미세한 공기의 흐름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표면이 잔잔히 물결치고,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줄기가 그 위에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1층과 2층 사이의 추상도 차이는 그리드에서 의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숲을 조각하다(진행중) 모형 

숲을 조각하다(진행중) 단면 

 

이: 꽃과 뿌리에서는 건물 표면에 비계를 두르고 외부에 커튼이나 블라인드 대신 천막을 설치해 마치 아직 건설 중인 듯한 인상을 준다. 건축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재료를 택한 이유와 이를 통해 기대한 바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후지노: 거주자가 자신의 손으로 생활환경을 능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결과다. 특별한 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범용 클램프나 단관 파이프 같은 재료들을 활용했다. 이로써 생활공간을 가볍게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일본의 사계절 속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여름에는 푸르게 자라나고 겨울에는 갈색으로 시들어가듯, 자연은 순환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 이처럼 인간 역시 그 리듬에 맞춰 생활의 영역을 여닫으며 숨 쉬듯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의도했다. 꽃과 뿌리에 사용된 천막은 농업용으로 쓰이는 튼튼한 차양 시트를 활용한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직접 고른 것으로, 기본적으로 여름에만 설치된다. 이 천막은 주변 논밭의 농업 도구들과 잘 어우러지는 질감을 지니고 있으며, 나 또한 매우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소재다.

이: 가변성이 있는 범용적 소재를 활용해, 거주자가 직접 참여하기 쉬운 건축을 지향해왔다. 이러한 접근을 이어가며 지금 건축 행위 자체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후지노: 거주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려면 원리가 단순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여야 한다. ‘건축가 없는 건축’에서 재료가 지역에서 조달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지역성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공간적인 맥락은 물론 시간적인 흐름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하지만 그런 구조만으로 건축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사용자를 위한 편리한 접근성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 중요한 것은 외부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다. 건축이 과연 그 관심을 북돋우고 있는지, 건축가는 스스로 끊임없이 자문하고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쾌적하게 설계된 인공 환경은 때로는 너무 쉽게 외부 세계를 향한 관심을 차단해버리는 일종의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건축 안에 외부 세계로 통하는 ‘보조선’을 반드시 남겨두고자 한다.

이: 오늘날 사람들은 집에서는 프라이버시를 확실히 확보하고, 필요할 때만 공공 공간으로 나간다. 이렇게 ‘안과 밖의 관계’를 굳이 요구하지 않는 시대에, 일본에서 그 관계성을 탐구하는 건축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가?
후지노: 인간은 오랫동안 주택과 도시 공간을 하나로 이어지는 삶의 무대로 인식하며 일상을 살아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가 시작되었을 때, 집 안에 갇혀 있다는 데서 오는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제야 비로소 밝혀진 것은, 주택과 도시 공간이 실제로는 삶 속에서 연속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주택은 개인의 사생활을 손쉽게 밀폐시키는 동시에, 도시 공간의 쾌적함을 당연하게 여긴 채 그것을 지속적으로 착취해왔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주택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면적이나 생활권의 문제가 아니라, ‘주택은 사람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은둔형 외톨이, 가정 내 폭력,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건축가는 외부에서 관찰하는 입장이 아니라,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드(2019) 

그리드(2019) 

그리드(2019) 

 

 

 

월간 「SPACE(공간)」 696호(2025년 1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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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노 다카시
후지노 다카시는 1975년 일본 군마현에서 태어났다. 도호쿠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시미즈건설과 하류 우드 스튜디오에서 근무한 후, 2006년 이키모노 아키텍츠를 설립했다. 2022년부터 도호쿠대학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2023년에는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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