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치유의 집 설계 진행 과정
DIALOGUE 김재경 한양대학교 교수 × 김현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양수인 삶것건축사사무소 대표
전통 목조 결구의 과장된 재해석: 치유의 파빌리온
김재경: 치유의 파빌리온은 내가 일관성 있게 이어나가고 있는 트리 시리즈 중 하나다. 세 그루 집(2018, 「SPACE(공간)」 620호 참고), 빛의 루(2022, 「SPACE」 662호 참고) 다음으로 치유의 파빌리온이 이어지고, 그다음으로는 트리 시리즈보다 확장성과 범용성이 좋은 ‘아이소트리’라는 계획안들을 구상 중이다. 이전까지는 합판을 쓰다가 치유의 파빌리온에서 처음으로 CLT를 사용했다. 합판을 구조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께가 30mm 이상이 돼야 하는데, 같은 두께라면 CLT가 합판보다 경제적이고 무게도 가볍다. 그리고 세 그루 집이나 빛의 루의 경우 현장에서 부재를 하나하나 쌓아서 수공예하듯 시공했는데, 치유의 파빌리온은 3일 만에 설치를 끝내야 했기 때문에 공장에서 미리 6피스로 만들어 둔 후 현장에선 간단한 조립만 했다. 기존의 트리 구조는 구조계산이 어렵고 내화에 문제가 있는데 아이소트리에서는 이를 개선하는 중이다.
김현대: 흥미로운 점은 CLT나 합판의 경우 전통건축에서 쓰였던 나무의 고전적 물성을 갖고 있다고 하기 힘들다. 전통 목부재는 대부분 선재인데, 이들은 판재에 가까운 콘크리트화된 나무다. 그렇기 때문에 트리 구조를 위해 꼭 목재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나무를 판재로 가공한 것처럼 얼마든지 다른 재료를 가공해 사용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서구권의 고전 건축이 목조에서 시작되어 석조로 변환되는 과정이 떠오른다. 목재에서 석재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목조 결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약간은 퇴화하고, 진화하면서 구조나 결구의 측면에서 필요 없는 형태적인 표현이 정착됐다. 하지만 처음에 누군가는 왜 석조를 사용하는데 이런 표현이 필요하냐며 논쟁이 일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그것이 규범으로 수천 년간 사용되며 필연적이라고 느껴진 것처럼 김재경은 어떤 구조가 가장 합리적인가보다도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했을 때 필연적이어 보일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것 같다.
김재경: 그게 내가 목재를 사용하며 결구에 집착하는 이유다. 만약 내가 다른 결합 방식을 사용했다면 다른 재료를 쓰는게 더 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재라는 재료의 성질을 잘 이용하려면 결국 공포와 같은 결구부가 필요하다. 결구가 되어야 목재만 가지고도 인장과 압축을 견딜 수 있다.
양수인: 치유의 집과 세 그루 집, 빛의 루, 치유의 파빌리온으로 이어지는 트리 시리즈는 아주 다른 유형의 작업 같다. 김현대의 말처럼 이 시리즈들은 굳이 목구조로 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들이다. 같은 두께의 면재를 뭐든 잘라서 만들면 된다. 사실 플라스틱 사용이 구조적으로 더 좋을 수도 있다. 플라스틱은 연성도 좀 더 있지 않나. 구조적으로만 보자면 목재와 아주 필연적으로 연결된 작업은 아니구나 싶다. 우연치 않게 목재로 만들었을 뿐. 아이소트리가 치유의 파빌리온에서 이어지는 작업이라고 했는데, 이걸 실현하게 된다면 목재라는 부담을 버리고 다른 재료를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치유의 집 모형: (왼쪽부터) 관조의 집, 명상의 집, 회복의 집
김재경: 트리 시리즈의 경우 합리적 구조라고 볼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구조체는 맞다. 구조적으로 꼭 목재일 필요가 없다는 말도 맞다. 내가 목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공포에서 느껴지는 감성도 있었다. 결국 건축이라는 건 사람들이 봤을 때 거기서 뭔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트리 시리즈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이 결구부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구조적으로 필연적이지는 않았지만, 상황적으로 목재를 쓸 수밖에 없었다. 목재를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가 연구실에서도 가공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사실 연구실에서도 다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료였다. 콘크리트는 타설을 해야 하고, 철재는 용접을 해야 하고 제작도 어렵고 가격도 어마어마할 것이고. 그런데 목재는 합판을 주문해 절단하기만 하면 된다.
양수인: 아이소트리 4: 고층처럼 10층짜리 건물을 지어야 할 때는 세 그루 집이나 치유의 파빌리온을 직접 시공한 것과 달리 어차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거다. 그래서 목재와 작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거다.
김재경: 그래도 앞으로 목재를 계속 쓸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축적된 연구나 기술이 있어야 작업을 더 확장할 수 있을텐데, 한국에서는 목재에 관한 아주 다양한 연구나 기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알아서 연구해야 한다. 이제껏 해온 규모까지는 내 능력으로도 가능했지만, 더 큰 규모로 넘어가려면 컨설턴트가 필요하다. 소방이 됐든, 구조가 됐든, 프리패브 제작이 됐든 고민이 많다. 그래서 다른 재료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그중에서도 콘크리트를 눈여겨보고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많고, 협업할 컨설턴트도 많으니, 더 큰 규모로 넘어가려면 콘크리트를 고려해봐야겠다 싶다. 아마 콘크리트를 한다면 프리패브 스타일로 하게 될 것 같다. 단순히 결합하는 게 좋아서라기보다는 최근 산업 경향 자체가 현장에서 들이는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이다.

치유의 집 구조스터디 비적용안
보 없는 한옥 만들기: 치유의 집
김재경: 치유의 집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오랜 시간 설계하다 보니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다. 시작할 당시에는 지금에 비해 목구조의 결구부나 동아시아 목조건축이나 한국 전통건축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했다. 깊은 지식 없이 학생들이 설계하듯 여러 안을 만들었고, 그 이후 공부를 해가며 지금의 안이 나왔다. 2019년 즈음에는 국가유산청 심의, 경주시 경관 심의에 대비하기 위해 이를 잘 안다는 지역 건축사사무소를 만났다. 처음 디자인 과정에서 구상했던 시스테믹한 배치는 심의에서 무조건 문제가 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원안에 전통적인 배치를 절충했다. 그렇게 인공의 경사대지를 만들어 남측에서는 1층, 북측에서는 지하가 노출되어 2층의 입면을 가지는 안을 가지고 심의에 들어갔다. 첫 심의는 떨어졌다. 공사비를 산출해 보니 목표했던 금액보다 50%나 많이 나오기도 해서 심의의 의견대로 규모를 1층으로 줄이고 구성을 단순화했다. 배치의 경우 특히 심의 같은 외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때그때 하고자 한 것이 조금씩 달랐지만, 변하지 않았던 것은 보 없는 한옥을 만들자는 거였다.
찻집으로 사용 중인 관조의 집은 공포, 포작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사선으로 결합되는 하앙식 공포를 응용한 안도 있고, 지금처럼 적층형 공포를 응용하려 한 안도 있다. 초반의 설계를 채택하지 못한 이유는 세장한 구조로는 기와지붕의 하중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재를 더 두껍게 써야 했고 목재가 아닌 부재도 사용해야 했다.
전통 한옥 구조에서 출발할 경우 부재도 많이 들고, 구조 개선도 어렵다. 갤러리인 명상의 집에서는 A형 프레임에 서까래를 적용했다. 보 없이 서까래로만 구조를 만들면 당연하게도 불안정 구조가 된다. 인장을 받쳐줄 수단이 있어야 했다. 우선 A형 프레임에 서까래만을 적용한 것을 보면, 상연 역할을 하는 부재와 하연 역할을 하는 부재가 있는데, 상연 부분이 구조적으로 지붕의 하중을 다 받고, 하연은 옆에 붙어서 지붕 곡을 만든다. 이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휜 보를 대서 트러스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한의원인 회복의 집은 가장 합리적인 구조다. 갤러리인 명상의 집과 마찬가지로 회복의 집은 기둥 위의 A형 프레임 구조에 기반을 둔다. 앞서 말했듯, 이 구조에서 대들보를 없애고 서까래(하연)를 얹으면 매우 불안정한 구조체가 되는데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부재가 명상의 집에서는 휜 보, 회복의 집에서는 인장 케이블이었다.
김현대: 치유의 집은 한옥의 외관이어야 한다는 도시계획 조례의 한계로 인해 더 흥미로워진 것 같다. 전통성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계속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목구조를 사용한 세 채의 건물이 전통성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시리즈처럼 보인다.
첫 번째, 관조의 집의 경우 공포를 과장해 반복한다. 공포가 물론 구조적인 역할도 하겠지만, 구조적 역할보다는 전통에 대한 상징성이 더 강한 것 같다. 요소들이 반복되는 패턴에서는 장식성도 느껴지고. 그런 부분들이야말로 우리가 전통건축 분야와 연계해 계속 탐구할 만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명상의 집은 구조 형식에 대한 실험인 동시에 전통성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전통 목구조에서는 낯선 포인티드 아치라는 요소를 사용했다. 이는 새로운 요소를 하나씩 하나씩 적용해갈 때, 어디까지 전통성을 느낄 수 있을까를 실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회복의 집은 전통 목구조에서 가장 많이 요소를 덜어냈다. 어떻게 보면 필수적으로 보이는 구조들까지도 말이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 요소를 하나씩 덜어내며, 어느 한도에 이를 때까지 전통성을 연상시킬 수 있을까를 실험하는 것 같다. 아방가르드적으로 역전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치유의 집 구조스터디 적용안 (왼쪽부터 명상의 집, 회복의 집, 관조의 집)
김재경: 보 없는 한옥을 만들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했지만, 전통적 구법을 재해석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최대한 합리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양수인: 하지만 구조들이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는 않다. 관조의 집에서 공포의 가장 윗부분을 처리하는 부재를 보면, 두 개로 나뉘어 있다. 굳이 부재를 나누고 철재를 삽입해 두 부재를 연결할 필요가 없지 않나? 또 나머지 공포는 다 선재에 가까운데, 이 부분만 면재로 느껴져 어색하다.
김재경: 천장까지 공포로 마감하면 구조 패턴의 반복이 단조롭게 느껴졌고, 동시에 실내 유효 높이가 저하되는 문제가 뒤따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부 연결부에 CLT 부재를 적용했다. 적용한 CLT 부재는 인장 저항 성능의 한계로 인해 중앙을 기준으로 두 개로 분할하고, 금속 조인트로 연결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양수인: 최상단 부재를 아치로 바꾸면 되지 않나?
김재경: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대한’ 합리적 구조를 만들고자 했지 완벽히 합리적 구조를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떤 재료가 구조의 역할을 한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는 그걸 장식적 구조라고 한다. 또 회복의 집과 명상의 집은 합리적 구조를 만들고자 한 의도에서 시작된 거라면 관조의 집은 그보다는 좀 더 한옥의 공포, 전통성에서 출발했다.
한옥은 칸의 개념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한의원이나 갤러리, 찻집처럼 주어진 프로그램은 연속성 있는 공간이 요구된다. 그래서 좀 더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서양의 단면 활성구조(section-active structure)와 동양의 보 부재 적층식 지붕 구조를 결합하여 새로운 구조적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관조의 집은 심의 전 설계에서는 2층으로 계획됐다. 찻집이라고 하니 한옥 중에서도 아주 상징적인 누각이 생각났고, 그런 은유적이고 시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인공적인 둔덕을 만들고 밑으로 진입해서 위로 올라가는 동선을 계획했다. 남쪽에 위치하는 건물이라 상징적 건물의 정면, 대문 역할을 했으면 했다. 그래서 좀 더 전통 한옥에서 모티브를 따오려고 했고. 적층형으로만 설계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확실히 불합리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현대: 치유의 집에서 세 채의 건물이 모두 구문론적(형식적) 입장에 가까워 보인다. 목구조를 비롯해 선재를 활용하는 텍토닉 건축의 경우 형식에 치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뼈대만으로는 건물을 완성할 수 없으니 결국에는 면을 채워야 하고 그 표면에서 일종의 기호적(커뮤니케이션적) 여러 디자인 요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건축에는 항상 구문론적 부분만이 아니라 의미론적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치유의 집에서는 관조의 집이 구조적, 형식적 측면을 떠나 전통성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를 드러내고 있다. 관조의 집 사례 외에 김재경의 작업에서 의미론적 부분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나?
김재경: 개인적으로 건축을 하면서 외부 맥락에 영향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그래서 밀도 있는 도심에서의 건축에 크게 흥미가 없다. 한양대학교 건축관(2017)을 비롯해 도심의 작업을 꽤 했지만 그런 이유로 출판하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또 다른 의미를 더하기보다는 구조와 재료의 필연적 긴장감이라는 주제 의식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작은 규모의 작업에서는 가능하지만, 큰 규모의 작업으로 갈수록 의미론적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주 치유의 집도 구조라는 굉장히 단순하고 직설적인 주제에서 시작했으나, 한옥지구라는 사이트 특성상 한옥의 외형을 만들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전통성이라는 의미가 따라왔다. 한탄강 전망대에 케이블 구조를 선택한 이유도, 케이블 구조로 했을 때 풍하중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구조체를 더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해당 대지 주변에 그리고 철원에 케이블 구조체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케이블 구조를 사용해 철원의 관광 인더스트리의 상징이 되었으면 했다.

한탄강 전망대 형태 생성 다이어그램
비대칭 쌍곡면 구조 실현하기: 한탄강 전망대
김재경: 전망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징성, 곧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형태의 창출이다. 이러한 형태를 구현하는 방법에는 폼 메이킹(form-making)과 폼 파인딩(form-finding)이 있다. 전자는 구조적 논리보다는 조형성을 우선하며, 반대로 후자는 구조적 원리 속에서 형태를 발견하고 다듬는 과정으로, 가우디의 현수선 모형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탄강 전망대는 이 두 접근법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케이블 쌍곡면 구조를 설정하여 기본적인 형태를 폼 파인딩 방식으로 도출하고, 이후 조형적, 기능적 요구에 따라 이를 변형하는 과정에서 폼 메이킹 방식을 병행했다.
양수인: 건축가로서 더 혁신적이고 재밌는 구조는 한탄강 전망대다. 우리나라에 저런 구조를 가진 건물은 없을 거다. 바깥에 실제로 인장 구조가 보인다. 외국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김재경: 외국에 기본형의 하이퍼볼로이드 케이블 구조 혹은 기본형 쌍곡면 구조는 있을 텐데, 한탄강 전망대처럼 위상 기하학적으로 변하는 구조는 없다. 대부분 좌우 대칭에 단면이 같다.
양수인: 구조 자체가 굉장히 경이롭다. 경이로우면서도 ‘왜 굳이 이렇게 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고. 그런 차원에서 아주 독보적이다. 또 한탄강 전망대의 경우 발주처가 관이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자유도가 훨씬 높았을 것 같다. 관 발주 작업은 고위 공무원 등 이해관계자가 많을 경우 정치적 이유로 이런저런 의견을 많이 듣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예산에 맞고 용도만 맞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다.
김재경: 맞다. 일반적으로 관은 디자인 부분에 잘 관여하지 않지만 예산에는 크게 신경을 쓴다. 한탄강 전망대의 경우 이례적으로 예산이 크게 늘었다. 철원시 시장이 바뀌며 가능해진 것 같다. 철원시 측에서는 이 전망대 자체가 철원 지역의 상징이 되길 바랐기에 증액이 더 쉬웠다.
양수인: 전망대라는, 실용적인 건물이 아니라는 특수성에 외피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의지가 훨씬 더 많이 반영된, 건축가로서의 태도를 제일 잘 보여주는 작업인 것 같다. 애써 어려운 문제를 만들고 그걸 잘 풀어내는 태도가 있다. 이러한 태도의 가치가 특히 경이로움을 창출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 아닐까?
김재경: 문제를 애써 만들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었다는 데 동의한다. 이런 형태적 변화를 제안하는 바람에 내가 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생겼다. 구조 엔지니어와 계속 협의하면서 형태를 다듬어야 했는데, 일반적인 걸 했으면 그런 과정 자체가 필요 없었을 거다. 위상기하학적으로 변하는 구조를 만들다 보니 조인트들의 각도도 모두 다 달랐고, 이를 제작하기 위해서 하나하나 도면을 그려가며 디테일을 풀어줘야 했다. 사서 고생한 면이 없진 않다. 그래도 뭔가 다른 걸 한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큰 의미를 두며 했다.
김현대: 나는 한탄강 전망대가 다른 작업들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다른 작업들의 경우 구조 표현을 뒤흔드는 측면이 있다. 양수인이 말한 것처럼 굳이 아니어도 되는데, 풀어야 할 문제를 던지고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지고. 반대로 한탄강 전망대는 상당히 기능적이다. 구조적으로도 합리적이다.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상에서 시작해서, 전망대의 방향, 주변 사이트의 맥락과 각각 필요한 그리고 계단으로 오를 수 있는 정도의 층고를 고려해 높이나 비례를 조절했다. 이 과정이 상당히 합리적이라 느껴진다. 한탄강 전망대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 혹은 모뉴멘털리티는 합리성에 의한 결과물 같다.

에일리언 테이블의 디자인 프로세스
유기적 건축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단초: 에일리언 테이블
김재경: 에일리언 테이블은 2015년 텍토닉을 주제로 나무와 콘크리트를 연구할 때 그중 콘크리트를 가지고 한 작업이다. 나무는 자체적으로 가공이 가능하다 보니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빨랐는데 반해, 콘크리트는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이 테이블을 하나 만드는 데 1년이 걸렸다. 구조 최적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인간은 완전히 미적인 것에만 개입하는 설계 방식을 시험했다. 그래스호퍼의 갈라파고스, 카람바(Karamba3D)를 활용해서 높이와 위아래의 지점 개수만을 변수로 주고 형태를 생성했다. 그러면 갈라파고스 프로그램이 수도 없이 많은 형태를 만들고, 카람바가 이에 대한 구조 해석을 해서 그중 가장 안정적인 형태 몇 가지를 추천해준다. 변수를 추가하기도 하며 이 과정을 반복해서 최종 형태를 선택했다. 그렇게 선택된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3D 프린팅을 고려했으나, 3D 프린팅을 한 콘크리트는 구조체가 될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3D 프린팅은 적층 방식이기 때문에 수평 하중과 인장에 아주 취약하다. 이 정도 규모의 테이블은 그렇게 만들 수야 있겠지만 나는 장기적으로 건물 스케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구조체를 만들 수 있는 시공 프로세스를 실험하고자 했다. 그래서 반대로 3D 프린팅으로 거푸집을 만들어 그 안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에는 3D 프린팅 몰드가 10년 정도 지나면 저렴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3D 프린팅 거푸집은 실리카로 만들어 양생 후 망치로 깨서 제거했다.
김현대: 미적 측면에서만 판단해 형태를 선택했다고 했는데, 미학적 측면에서 한 가지 형태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었나?
김재경: 실질적으로 타설이 가능한 형태를 선택하는 게 중요했다. 콘크리트는 기본적으로 점성이 있고, 점성이 약해질수록 강도가 약해진다. 그러다 보니 유기적이고 복잡한 형태의 타설이 어려웠다. 그래서 콘크리트 재료를 연구하는 배성철(한양대학교 교수)과 UHPC(초고성능콘크리트)를 사용해 물의 점성에 가까운, 하지만 최대한 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배합을 찾았다. 그리고 얼마나 복잡한 형태까지 타설할 수 있는지 확인한 후 형태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하지만 확실히 타설이 가능한 형태를 선택했다. 목재의 경우 목업을 여러 개 만들어볼 수 있지만, 콘크리트의 경우 3D 프린팅 거푸집을 만드는 데만 해도 700만~800만 원이 들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한 가지 형태를 고르는 것이 중요했다.
김현대: 내가 형태미학적 측면에서 선택의 기준을 물어본 이유는 에일리언 테이블이 다른 작업들과는 미학적 측면에서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작업들은 굉장히 복잡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구조적 명료성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에일리언 테이블의 경우 모호성을 추구하는 듯 보인다. 구조가 만나는 위치도 높아지면서 계속 바뀌고. 굳이 양식에 빗대 설명하자면 다른 작업들은 고딕에 가까운 질서를 잡아나가는 느낌이라면, 에일리언 테이블은 바로크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실제로 둘 다 뼈대 어휘라는 건 유사하지만 질서 감각이 다르지 않나. 어느 쪽이 김재경의 관심사에 가까운지 궁금하다.
김재경: 내게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미’다. 그 미는 재료와 구조가 만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재료는 단순히 물성을 넘어 구조 속에서 질서를 얻고, 그 질서가 공간을 형성한다. 건축은 항상 일정한 질서를 필요로 한다. 구조적 안정성과 공간적 울림은 이 질서를 통해서 가능해진다. 결국 재료, 구조, 질서가 어우러질 때 건축은 단순한 구축을 넘어 조형적, 공간적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왼쪽부터) 아이소트리 1: 수평 확장, 아이소트리 2: 파빌리온, 아이소트리 3: 중층 랜더링 이미지
경이로움, 경외와 의문이 교차하는 순간
김현대: 김재경은 기본적으로 텍토닉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루이스 칸도 텍토닉, 특히 철골구조에 관심이 많지 않았나. 현실적 이유로 콘크리트를 다루게 됐지만 리처드 의학 연구소(1961)에서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거의 텍토닉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용했다. 결구에 가까운 방식을 사용한다든지. 이와 유사하게 김재경도 텍토닉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마다의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나름의 해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양수인: 김재경의 구조가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지붕이나 수직적 구조에 특히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외피는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김재경: 그렇다. 이 설계에서 기능적인 이유로 외피를 두껍게 만들면, 설계의 의도가 흐려질 수 있다. 목구조에서는 목재 자체만으로도 단열 성능이 나오기 때문에 구조를 그냥 외부에 드러낼 수 있었다. 구조를 외부에 그냥 드러내고, 외피를 목구조 사이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면 외피의 중요성이 크게 없어지고 구조 자체가 입면을 형성할 수 있다. 한탄강 전망대도 상부층에만 기능상의 이유로 외피가 있다. 구조를 가리지 않도록 그리고 구조체가 되지 않도록 기둥 안쪽에 커튼월을 달아 처리했다. 그런데 서울 시내에 건물을 지을 경우 기능적인 외피가 필요해지긴 할 거다. 그런 경우 지금의 설계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양수인: 최근 환경적 이유로 대부분의 건물에서 외피가 점점 더 큰 역할을 하는 추세다.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기둥을 세워 구조체를 만들어놓고 외피가 나머지 역할을 다 하는 거다. 단열도 하고, 방수도 하고, 때로는 그게 움직이기도 하고, LED를 넣어서 미디어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반면 김재경의 구조는 오늘날 건축의 맥락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인다. 여기서 목구조의 친환경적 측면이나 효율을 논하기는 힘들 것 같다. 김재경의 목구조는 그보다는 비효율적이고 표현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의 구조가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기여를 하는가?
김재경: 그런 측면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다. 그저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온 결과물이다. 다만, 그런 것은 있다. 자극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양수인: 내가 김재경이라고 생각하고 가상의 답을 해보자면 ‘모어 이즈 모어(More is more)’ 같다. 개인적으로 ‘원더’를 주는 건축을 좋아한다. 원더에는 ‘저게 어떻게 서 있지?’ 하는 궁금증과 경외감이 동시에 포함된다. 내가 용산의 공원관리사무소(2017)를 할 때도 그런 걸 고려했고. 김재경 건축의 가치 중 하나가 경이로움이 라고 생각한다. 트리 시리즈나 한탄강 전망대에서 그런 경이로움이 느껴지지 않나. 거기에 ‘굳이 이런 짓을 왜하지?’라는 감정도 포함해서. (웃음) 수치적 가치보다도 그런 감정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김재경: 맞다. 심사에서 “왜 굳이 이런 구조로 지어야 하냐, 굳이 가운데에 이런 나무를 세워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기 어렵다. 그 질문을 하는 사람과 나는 아예 다른 관점에서 건축을 하는 거다.
양수인: 건축가의 일 중에는 건물을 짓는 것도 있지만, 건축을 하는 부분도 있다. 궁극적으로 건축을 하려면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그런 질문을 맞닥뜨린다.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그 답을 잘 이해하고 건축을 해야 건축 역사의 긴 흐름의 중앙이 든 변두리든 스스로를 어딘가에 잘 위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스스로 하기도 하고, 남이 해주기도 한다. 어쩔 땐 사후에 일어나기도 하고. 그러니 지금 그걸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더 많은 작업을 한 후에 그걸 모아보면서 위치를 찾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도 ‘왜 이걸 하냐’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니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김재경: 필연적 긴장감. 그게 건축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목표인 것 같다. 루이스 칸의 에세이 ‘모뉴멘탈리티’(1944)를 보면 안전 계수와 표준화로 인해 구조가 혁신성을 잃어가고 그에 따라 건축가들도 혁신적 감각이나 도전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건축가들이 구조,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모뉴멘탈리티가 이런 태도를 담고 있다고 이해했다. 오늘날 건축의 양상을 보면 구조와 표피가 별개가 되어가고 있다. 표피로 단열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건물의 형태를 표피를 통해서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은 이와 다르다. 구조와 재료가 필연적 관계 속에서 결합됐을 때 만들어지는 형태, 공간이 주는 경이로움이 좋은 건축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게 ‘필연적 긴장감’의 건축이다. 동아시아 고전 건축을 공부하게 된 것도 동아시아 목조건축이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소트리 4: 고층 랜더링 이미지
양수인: 김재경 건축이 추구하는 것은 모뉴멘탈리티와는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피라미드는 모뉴멘탈하지만 거기에 김재경의 건축이 가진 구조적 놀라움이 있진 않다. 누가 봐도 너무 안정적이지 않나. 조형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모뉴멘탈할 수도 있겠지만, 김재경의 건축에서 느껴지는 것은 다르다. 김재경의 건축에 눈이 가는 이유는 단순히 조형적으로 아름다워서, 모뉴멘탈해서가 아니다. 독특한 구조적 기교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경외감과 궁금증, 의문이 함께 작동할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김재경: 그런 감정을 한 단어로 정의하지 못해 여전히 루이스 칸의 모뉴멘탈리티를 차용해온 것 같다. 생각해보면, 모뉴멘탈리티는 좀 더 국가적 상징에 가까운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내가 지향하는 바와는 결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건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 신기하네!’ 같은 순간적인 감정인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미’가 건축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학교에서는 특이하고 예쁜 건축을 보면 형태에만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 형태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내가 원하는 형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조나 재료를 연구해야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논리도 필요할 거고, 시공 단계까지 가면 시공에 대한 순서나 프로세스를 위해 또 다른 질서가 필요해진다. 건축은 단순히 멋있는 걸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지 않나. 미를 객관화 시키는 게 어렵다 보니, 그와 별개인 프로세스 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면도 없지 않다.
양수인: 김재경을 보면 건축가로서의 의지, 근성이 강하다. 아직 건축주의 매운맛을 덜 봐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웃음) 본인의 작업을 ‘디지털 장인정신’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했다.
김재경: 맞다. 내가 만든 용어다. 다른 곳에서도 디지털 장인정신을 나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더라. 디지털 목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전통 도편수의 장인정신을 디지털 기반의 정밀 가공기술을 통해 계승하고, 목재가 가진 재료 본연의 잠재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로 사용한 거다. 나에게 장인정신의 본질은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는 태도보다는 구조적 완결성, 기술적 엄밀함의 추구에 가까운 것 같다. 물론 둘 다 공존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어떤 건축적 이상향을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스스로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뻔하지 않고 다른 미학을 추구할 수 있다.
양수인: 지금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김재경의 건축 생애의 어느 한순간을 목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건축가를 조명하는 「SPACE」의 모든 프레임이 그렇겠지만, 특히 더 긴 과정 속의 한 찰나를 포착하고 있구나 싶다. 아마 김재경이 학계에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지는 강한 개인적 의지와 엔지니어링 실험이 만나 독특한 건축 언어를 만들어왔다. 앞으로 이 방식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까?
김재경: 연구자이자 디자이너로서 트리 시리즈를 아이소트리와 같이 수직적으로, 그리고 수평적으로 확장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리 시리즈가 소방이나 지진, 구조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디자이너로서 과도기인 것 같다. 목재로 이를 실현하려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고, 결국 표피나 외피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 콘크리트 연구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 얼마전 저탄소 콘크리트에 관해 연구하는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됐다. 어찌 보면 목조가 유행하기 시작한 큰 이유 중 하나가 환경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저탄소 콘크리트가 가능해진다면 목재의 장점 중 하나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리패브 콘크리트로 환경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장식적 구조를 해보고 싶다. 언제나와 같이 연구한 것을 현실에 적용하고, 그것에 관해 또 연구하고 계속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뭐든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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