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2월호 (통권 699호)


가운데 봄(2016), 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 사무실
오늘의 건축가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또 다양한 지역의 건축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 박경미, 장정우 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 공동대표 × 김혜린 기자

장정우

박경미
삶의 태도를 공유하는
김혜린(김): 2020년 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이하 사무소아홉칸)을 강원도에 개소했어요.
박경미(박): 사무소아홉칸의 시작은 2013년도였는데, 그때는 건축사사무소가 아니라 조그마한 손가락 인형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수공예적이거나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일을 해보려고 했어요. 건축이 아닌 다른 업무들도 해보고 싶었죠. 시작은 그랬는데, 결국에는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설계를 하게 됐어요.(웃음)
장정우(장): 둘 다 이전에는 서울에 있는 대형 건축사사무소에 다녔었거든요. 현장에 관여하기보다는, 기획에 가까운 일들을 했죠.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구축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상태였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정도 휴식 시간을 가지며 정말 작은 일들을 해보려고 사무소 아홉칸을 만들었죠.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김: 강원도, 그중에서도 춘천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 장소장님은 대구 사람이고, 저는 춘천 사람이지만, 공부도 일도 서울에서 해왔기 때문에 둘 다 기반은 서울이었죠. 그러다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며, 일과 생활을 양립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에 내려와 함께 일하자고 결정했어요. 사실 어느 지역에 있어도 전국에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사무소 위치는 문제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장: 그때는 SNS가 한창 유행하던 초기였어요. 저 또한 SNS를 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과 장소와 무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었죠. 사실 예전 같았으면 터전을 옮기면 연결이 끊어질 걱정이 있었을 텐데, SNS가 있다 보니 큰 부담이 없었어요.
김: 강원도 이외의 지역에서도 의뢰가 많이 들어오나요?
박: 첫 프로젝트가 김포였고, 그다음이 용인이었어요. 또 요즘에 하는 작업은 여주에 있어요. 더 먼 곳에서도 연락이 온 적이 있긴 한데, 성사가 되진 않았죠. 공공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의외로 춘천에서 한 작업이 타 지역에서의 작업보다 적은 것 같기도 해요. 멀어도 상담이 가능하니, 해외에 있는 건축주와 귀국 전 온라인 줌 미팅을 통해 상담을 한 적도 있고요. (웃음)


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 사무실
김: 직접 설계한 단독주택이자 사무실인 ‘가운데 봄’(2016)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어요.
장: 직영으로 지었던 집이라 저한테는 일종의 실험주택 같아요. 설계는 주로 박소장님이 하고, 제가 현장소장 역할을 했죠. 처음에는 임대가 가능한 작은 공간이 있는 다가구주택으로 구상했어요. 그런데 막상 지으려고 보니 예산이 부족하더라고요. 건축가로서, 건축주로서도 욕심이 많았던 거죠. 다 덜어내며 최후에 남아야 하는 것이 무엇이어야 할지 생각해야 했죠. 최종적으로는 1층은 작은 단독주택이면서 그 위에 더 작은 사무실 겸 작업실 하나를 올린 형태가 됐어요. 개인적으로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주택(1975)을 좋아했는데, 외부 환경을 경험하며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시퀀스를 만들고 싶었죠. 집의 외부로 완전히 나가서 완만한 경사의 지붕을 오르고 나서야 사무실로 갈 수 있게 만들었어요. 또 거실 양편에 창을 냈는데, 한쪽으로는 뒷산이, 반대쪽으로는 마당이 보이도록 했어요. 뒷산의 자연과 마당을 연결하자는 의도가 있었었죠. 덜어낸다고 덜어냈지만, 건축가로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집이에요.
박: 그때 덜어내면서 많이 배우고, 성숙해졌어요. 건축주들한테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함께해드리죠. 또 큰 사무실에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 건축물의 완공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본 경험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걸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지었어요. 첫 번째 프로젝트와 비슷한 시기에 이 작업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생기는 잘못들을 클라이언트의 작업에서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있었죠. (웃음)
김: 사무소와 집이 함께 있을 때 장점이 있다면요?
장: 삶의 일부분을 공간으로 보여주며 작업한다는 점이죠. 건축주와 건조하게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만 할 수도 있겠지만, 특히 주택 프로젝트에서는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삶의 태도가 공유될수록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렇게 의견을 주고받아야 건축물이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제가 일하고, 살고 있는 공간으로 건축주가 와서, 본인이 앞으로 살아갈 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한 공간에서 일과 생활이 가능하려면 철저하게 루틴을 만들어서 시간 관리를 해야 해요. 저희는 야근은 거의 안 하고, 정해진 시간에 사무소 공간이 있는 2층으로 올라오고, 정해진 시간에 내려가요. 개인적으로는 자녀들이 저희가 일하는 공간을 그대로 경험하고 자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박: 아이를 키우며, 같이 일을 하자고 결정해 강원도로 내려왔어요. 사무실과 집을 같이 만든 것도 사실 제가 일을 하려고 이런 형태의 생활 방식을 택한 거죠. 또 출퇴근에 40분씩 걸리던 서울에 있다가 이렇게 생활하니까 많이 편해요. (웃음)
김: 건축주와 삶의 태도를 공유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장: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있잖아요. 집을 지을 때는 그 삶의 기준을 정립하게 되는데, 자신의 집을 짓는다는 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생각의 과정 같기도 해요. 물론 그렇게 진지한 마음으로 오시지도 않고, 저희가 그렇게 진지하게만 대화를 하는 건 아니지만요. 어떤 분과는 현실적인 비용에 대해서, 또 어떤 분과는 원하는 공간에 대한 꿈을 말하며 이야기를 나누죠.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태도와 삶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가운데 봄(2016), 주거 공간 내부
관계와 흐름 속에 유영하는 건축
김: 사무소아홉칸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박: 아홉 칸이니, 동서양의 공간이 다 담긴 것 같고, 공간의 시스템도 보이고, 한자리 숫자 중 가장 큰 수이니 숫자가 가지는 완결성도 좋았어요. 또 ‘칸’이 들어가니 루이스 칸도 떠오르고요. (웃음) 다양한 의미를 다 담았는데, 지금에 와서 누군가 의미를 물었을 때 답하기 쉽지 않아 3 × 3의 아홉 칸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형태나 양식적인 부분을 말하는 건 아니고,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작은 공간 하나에 다양한 생각을 담고, 사람과 사람, 건축과 건축, 건축과 도시 간에 경계 짓고 관계 맺는 어떤 무형의 도형이라고 생각했어요.
장: 농담으로 아홉 칸까지 사무소를 키워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해요. 지금은 반 칸밖에 안되니까요. (웃음)
김: 사무소아홉칸에는 주로 어떤 작업들에 관한 의뢰가 많이 들어오나요?
박, 장: 규모가 크지 않은 다양한 작업들이 들어와요. 주거, 근린생활시설, 스테이, 공공 건축 프로젝트 등 다양하지만, 생각해보면 새로 일을 시작하거나, 인생의 전환점에서 집을 짓고 싶어 하거나 하는 ‘다시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셨던 것 같아요. 저희도 사무소를 시작하던 시기에 함께 응원하며 인연을 맺게 됐죠. 원래 살던 지역이 서울이었는데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이주하는 분도 있었고요. 도심에서 운영하던 스테이를 정리하고 숲에서 새로 시작하는 분도 있었죠. 또 공공 건축에서도 소규모 프로젝트를 주로 맡았는데, 그중 꿈꾸는예술터(2024)나 보람일터(2021) 같은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기존의 용도를 바꾸는 재생 작업이었어요. 공공에서도 주로 새롭게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마 저희가 그렇게 이해를 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같이 시작한다고 생각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김: 공공 건축도 많이 하셨죠. 공공 건축 프로젝트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박: 공공 건축 프로젝트의 경우 시공자들이 특정되지 않아요. 때문에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공간을 설계했을 때는 원하는 만큼의 완성도를 만들어가기가 쉽지 않죠. 경험이 쌓이다 보니, 누가 와서 시공을 하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솔루션을 고민하게 됐죠. 또 저희한테 주어진 프로젝트들이 사용자나 용도가 바뀌거나, 기획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경우들도 있었거든요. 어쨌건 공공 건축은 지어지면 기획대로 한동안 쭉 써야 하니, 기획의 의도를 되묻는 질문을 자주 하게 돼요. 지금은 어떨지, 이후에는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질문하죠.
장: 왜 이런 시설이 필요하고, 왜 이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할까 계속 생각하게 돼요. ‘다시 질문하는 건축’이라는 태도는 공공 건축의 정체성을 계속 되묻는 건데, 결국 그 질문들이 지역 공공 건축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무소아홉칸에서 만든 수공예 인형
김: 개인적으로는 춘천(후평) 일반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 공간 후 WHO(2025)에서 선보인 기하학적인 ‘건축적 가구’가 인상 깊었어요.
장: 이 프로젝트도 소규모 공공 건축이었는데, 소규모 공공 프로젝트에는 대체로 예산이나 시간 등의 제약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제약 안에서도 저희 같은 건축가들은 항상 장소성을 만들어가고 싶어 하죠. 건축적 가구의 경우 특정되지 않은 사용자들과 유연하게 작동해야 하는 프로그램 사이에서, 사용자들의 흐름을 드러내거나 규정하는 건축적 방식에 대해 고민했죠. 저희가 건축적 가구라고 일컫는 대부분은 제작 가구이면서 한번 만들면 때로는 고정되어 한동안 건물의 일부분처럼 사용하는 가구들이에요. 그렇다보니, 그 자체가 공간의 경계를 구축하는 요소가 되거나 때로는 오브제가 되기도 해요. 그 경계와 질서를 세우며 장소를 만든다는 생각 아래 디자인을 하고 배치를 했어요.
박: 규모는 작지만 가구로 공간에 흐름을 만들어주는 작업이에요.
김: 비정형 가구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 장: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가구 도면도 하나의 매뉴얼처럼 만들어요. 누가 만들지 모르니 만드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거죠. 그리고 공장에서 미리 만들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사전제작해서 현장조립 하려고 해요. 현장작업이 덜 들어가야 작업의 완성도가 높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원하는 만큼 구현이 될지 아닐지는 신의 영역인 것 같아요. (웃음) 또 실제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저희가 계획한 가구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운영을 해야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때로는 이 가구는 이렇게 쓰고, 이런 것은 좀 지양해 달라는 내용들을 보고서로 만들어 발주처에 전달하기도 해요.
김: 특히 애정이 가는 작업을 소개해주세요.
박, 장: 공교롭게 모두 스테이 작업이에요. 숲(2020)과 토성당(2023)은 둘 다 대지에 나지막히 들어앉아 있는데, 안팎의 흐름을 만들어주고, 낮은 풍경들을 만들어가는 작업들이에요. 여기서 ‘낮은 풍경’은 멀리 있는 원경이 아니라 가까이 시선 닿는 곳에 만든 근경이죠. 그중에서도 숲은 초기 작업인데, 자연의 ‘숲’과 ‘스테이 숲’이 어떻게 어우러질지를 고민했어요. 앞에는 천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있는 대지였는데, 원래 건축주분이 구상했던 건 일렬로 쭉 늘어서 풍경이 좋을 곳을 바라보는 건축물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과연 자연과 건축물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일까 생각했을 때 더 좋은 관계 맺기 방식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건물이 어느 한 방향만 바라보게 하지 않고, 각자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게 만들었어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재미있는 건 스테이는 어떻게 보면 마을이 될 수 없는 프로그램 중 하나예요. 투숙객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하는 프로젝트이니까요. 그런데 건축주가 투숙객과의 소통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커뮤니티를 드러내는 공간을 운영하며 굉장히 만족해하고 계세요. 건축적으로 대단히 완성도가 높다고 내세우는 건물은 아니지만, 마을처럼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숲에 각자의 이유로 찾아온 사람들이 라운지에 모여 서로를 응원하는 게 좋았어요.

춘천(후평) 일반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 공간 후 WHO(2025)에 배치된 건축적 가구 ©Lee Sungwon

스테이 숲(2020). Image courtesy of In The Forest
아홉칸 일상다반사
김: 사무소를 개소한 지 햇수로 7년이 됐어요. 그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박: 처음에도 무척 어려웠는데, 지금도 사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을 대하거나, 건축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요. 그때는 “경험치가 더 쌓이면 일을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더 알게 되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장: 개소 후 달라진 점 중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제가 그만큼 늙었다는 거예요. (웃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요.
김: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장: 요즘 러닝이 대세잖아요. 춘천마라톤에 한번 나가보고 싶어요. 춘천을 걸어서든 뛰어서든 천천히 한번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또 이 집처럼 또 다른 저희의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돈이 있어야 하니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요. 꿈꾸고는 있는데, 안 될 수도 있고요.
박: 여태까지 설계한 공간들은 용도와 의도가 있는 공간들이었어요. 아주 정적인 공간들을 설계해보진 않았어요. 정신적인 울림을 주는 미술관이나 종교 공간, 도서관 등을 설계해보고 싶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혼자 멀리 떠나보고 싶어요. (웃음) 지금과 다른 환경에 있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요.
김: 요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박: 지속 가능한 것들이요. 건축가에게 중요한 것이 건축물의 재료나 구축 방식일 때도 있고, 요즘 AI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하지만 나한테 마지막으로 남을 유일한 가치는 뭘까 고민해요. 아직 답을 찾진 못했는데, 그 하나의 가치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장: 건축을 배울 때부터 항상 질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하는 건축에 대해서는 더 이상 스스로 질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시 질문하는 건축’을 스스로 되찾을 수 있는가가 지금 관심사예요.

왼쪽 장정우, 오른쪽 박경미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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