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9월호 (통권 706호)

2존 ‘한양의 우물’ 전경. 뒤로는 ‘마을 안 큰 집’의 집터가 있다. ©Kim Jeyeon
인사도시유적전시관
상설 전시
인사동 골목 어귀 오피스 건물 옆, 지하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눈을 아래로 돌리면 도심 속 이질적인 풍경이 들어온다. 늘어서 있는 육면체의 석재들과 비균질한 흙바닥. 올해 7월 개관한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이하 인사전시관)이다. 매장 문화유산이 있던 곳에 조성한 현장 박물관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유적전시관인 이곳은 시간의 더께 틈으로 16세기의 도시를 다시 드러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유리 바닥면 아래로 조선 전기 공동 우물이 보인다. 지름 1.6m, 깊이 4.9m의 원통형 우물 위에 옹기종기 모인 관람객들을 보며 옛사람들이 삶을 공유했던 공공 공간을 상상해보게 된다. 우물터부터 골목길처럼 이어진 관람데크도 유적 위를 거니는 느낌을 주기 위해 투시성이 있는 그레이팅으로 마감됐다. 데크를 따라 걸으면 종로 뒷골목의 건물지들과 배수로, 옛길이 차례로 나타난다. 완만한 경사 지형까지 살려 분절된 공간이 아닌, 하나의 도시 조직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전시는 크게 여섯 개 주제의 영역(존)으로 구분된다. 1존부터 3존까지는 인사동 유적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시작으로 공동 우물, 종로 뒷골목을 산책하며 도시를 훑어본다면 완충 공간의 역할을 하는 3.5존을 기점으로 4존과 5존은 한글 금속활자와 천문시계 일성정시의 등 개별 출토 유구에 더 집중한다. 라운지인 6존은 체험 공간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전시관의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3존부터 4존까지 이어지는 여섯 개 집터다. 각 건물지는 여러 시대의 지도와 고문헌, 주변 유구와의 연속성을 검토하여 필지와 평면, 입·단면을 추정하고 가장 높은 공간적 정합성을 확보한 가설을 선택해 복원했다. 전시는 3D 복원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여 기초와 바닥만 남아 있는 유구를 관람객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523점의 유물을 출토 건물지와 함께 설명하여 도시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유통되었는지 그 생활사도 함께 조명했다.
인사전시관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에 따른 발굴조사 착수 과정에서 발견된 인사동 유적은 조선 전기의 과학문화를 보여주는 주요 유물이 공개되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2022년 5월부터는 서울대학교 전봉희 교수 연구팀이 전시관 조성을 위한 학술연구를 시작했고, 이어 전시 내용의 고증과 건축계획, 전시 구성 등을 전담하여 인사전시관의 틀을 만들었다. 전시디자인 기본계획에는 최춘웅(서울대학교 교수)이 참여했고, 전시장 건축설계∙감리는 건축사사사무소 협동원(대표 이민아)이 맡았다. 2024년 12월 본격적으로 착수한 조성 공사는 지엘어소시에이츠(대표 이용렬)가 전시물 설치 및 시공을 담당해 2026년 4월 마무리 후 7월 정식으로 개관했다.

이곳은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하 공평전시관)에 이어 두 번째로 ‘공평룰’을 적용한 곳이다. 공평룰은 도심정비 사업에서 발굴되는 매장 문화유산을 원위치 전면 보존하고, 이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번 사업의 용적률은 당초 803%에서 인센티브 249%를 받아 총 1,052%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건물 높이도 70m에서 104m로 높아졌다. 전시관은 지하 1층에 조성되었으며, 서울시에 기부채납되어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으로 운영 중이다.
동일한 조례에 의해 탄생한 만큼 외연은 공평전시관과 유사하지만, 도시적 맥락과 발견된 유물의 차이로 전시의 성격은 일부 달라졌다. 공평전시관이 이문안길과 전동 골목길을 중심으로 한양의 보편적인 생활상을 다루었다면, 인사전시관은 피맛길 인근의 상업지역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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