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9월호 (통권 706호)
오늘의 건축가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또 다양한 지역의 건축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보스케 건축사사무소

효신초등학교 리모델링(2025) 입면 ©Yoon Donggyu
인터뷰 정지영 보스케 건축사사무소 대표 × 이소운 기자
밖에서 안을 보는 관점
이소운(이):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이하 건원)에서 실무를 경험한 뒤에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했어요. 유학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떤 관점의 변화가 있었나요?
정지영(정): 사회 초년생까지는 내가 앞으로 어떤 건축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아주 분명하지는 않았어요. 분위기에 휩쓸리기도 했고요. 그래도 이야기하자면 건축에 좀 더 몰입돼 있었던 것 같아요. 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향은 어떤지 같은 공간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죠. 유학을 가서는 관점이 확장됐어요. 이전에는 안에서 밖을 봤다면, 밖에서 안을 보는 관점으로요. 역사 속에서 건축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도시경관 안에서 건축이 어떤 질서를 이루는지, 오래된 도시 질서와 구조, 건축물을 어떻게 보존할지를 고민했어요. 파리에서는 대다수의 프로젝트가 리모델링이나 증축이었고, 오래된 도시에서 그 질서에 반하는 설계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관점도 좀 더 도시적인 쪽으로 확장됐어요.
이: 유학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니 유럽에서 리노베이션 담론이 한창 활발하던 시기였네요. 프랑스에서 리노베이션 실무도 경험했나요?
정: 리노베이션만 하는 사무소에 1년 있었어요. 유학 직전까지 있었던 건원에서는 거의 대부분 신축이었고, 설계공모를 했어요. 당시에는 혁신도시나 행정복합도시 공모가 많던 시기라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돋보이게 하느냐가 주안점이었죠.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이 건물이 언제부터 어떻게 있었고, 주변 경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건물은 어떻게 배치돼야 하고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를 함께 생각해야 했어요.
이: 귀국 후 2020년에 독립해 보스케 건축사사무소(이하 보스케)를 개소했어요. 사무소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정: 파리에서 자주 보이는 인공 숲을 보스케(bosquet)라고 하거든요. 제가 그 이름을 가진 거리에 살기도 해서 그 익숙함이 좋기도 했고, 인공적인 숲이 가진 의미가 제가 생각하는 도시 건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건축물이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각각의 형태와 성격을 가진 나무들이 서로 질서를 만들어 숲이라는 환경을 이루는 것처럼, 건축도 도시와 자연, 사람과 시간, 여러 흔적과 계속 관계를 맺는 인공의 숲과 같다고 생각해요.

정지영

보스케 건축사사무소 내부

보스케 건축사사무소 내부
이: 처음에는 서울에서 사무소를 열었다가 대구로 이전했어요. 이 지역이 고향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공부하거나 실무한 경험은 없었고요. 대구로 이전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정: 귀국한 뒤에도 서울에서 사무소를 다니다가 서초동에서 사무실을 열었죠. 그러다 대구·경북 지역의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생겼고, 수성구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면서 계속 인연이 만들어졌어요.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와 사무소 주소를 대구로 이전한 시기가 비슷해요. 제가 지역건축가라는 소속감을 갖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지역이 여전히 낯설거든요. (웃음) 그런데 오히려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여요. 평범한 풍경이 저에게는 가치 있고 아름답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요. 단순히 이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지역건축가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공공 건축 공모를 하고 이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도시가 가진 현안이나 건축계의 고민을 가까이에서 듣고 경험하다 보니 이곳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건축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지금까지 보스케의 포트폴리오는 모두 공공 건축이에요. 공모가 독립 초기의 진입 경로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공공 건축을 주요 작업으로 삼으려 했는지 궁금해요.
정: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많이 접하는 건축이기 때문에 공공 건축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공공 건축을 해야겠다는 계획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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