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청파동 주택에 들어서다
이 집은 무엇인가. 이 집은 일본의 것인가, 한국의 것인가, 일본도 한국도 아닌 서구 문명의 편린인가. 서구화가 곧 근대화라고 여긴 동아시아 3국의 근대화 사상을 동시대 건축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한반도 건축의 근대성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온전히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질문해본다. 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집은 우리에게 그 끝없는 공상적 탐험의 질문들을 하나의 실천적 과제로 전환해준 선물이자 장소다.
- 정이삭,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15쪽
건축을 기록하다
청파동 주택을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이라고 정의했다. 주택의 준공 당시 원형은 193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화양절충의 건축양식이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의 풍토에 순화되어 지어진 건축물이다. 한반도 주택임을 강조하며 정의한 태도는 건축이 행위자 중심이 아닌 지어진 장소를 중심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특정 지역성이 국가의 경계로만 형성된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한국’이 아닌 ‘한반도’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따라서 이 주택은 일본인이 한반도 지역에서 전통 일식 건축에 서구의 주택 문화를 더해 한반도 지역의 풍토를 반영해 설계 및 시공한 주택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전통 일식 목조 가옥에 서구 주택 양식을 일부 반영한 문화주택의 일종이면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듯 여러 시기 주거문화의 혼종성이 두드러지는 주택이다.
- 정이삭, ‘미완의 동로, 소멸과 지속의 균형’, 31쪽
구축을 기록하다
예전부터 주민들은 이 집을 노란 집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보수 당시 철거한 외벽 주변이나 목구조재를 바로잡은 이후 외벽 크랙이 발견됐다. 벽체가 누락된 부분을 통해 외벽의 재료 구성이 목재와 자연 미장인 점을 알게 됐다. 같은 재료로 재현해 시공할 수 없는 여건으로 인해 와이어메시를 기존 목재에 고정시키고 자연 미장으로 메꾼 후, 기존 색상과 가장 유사한 색을 결정하고, 남측 외벽 일부에 색상 점검을 위해 도색을 했다. 예상과 달리 기존 벽과 다른 색상으로 표현돼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다시 2회 테스트한 후 시공할 범위와 색상을 결정했다. 외벽 전체를 새로운 색상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했으나, 비용 부담과 기존 건물의 독특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으로 결론 짓고, 기존의 노란색을 적용했다.
- 지연순, ‘열 세 달의 기록을 시작하며’, 91쪽
청파동 주택은 특별하게도 1, 2층 복도와 천장의 마감재로 정목 제재한 무절 판재를 사용했다. 판재는 무늬목 제재라는 일반적인 등식을 뒤집고 곧은결로 제재한 판재를 사용했는데 이로써 실내에서조차 무늬목을 이용한 곡선의 부드러움보다는 직선이 강조되면서 절제되고 정돈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용된 판재는 2푼(6mm) 두께로 제재한 뒤 노출되는 한 면만을 대패질하여 사용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곧은결 판재는 목재의 중심부에서 소량만 생산되는데 여기서 다시 옹이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나면 비교적 작은 폭의 판재만이 남게 된다. 청파동 주택에서 천장 마감재로 사용된 판재의 폭은 도코노마가 있는 안방 천장이 폭이 1자(300mm)이고 복도 천장 마감재는 폭이 평균 5치(150mm) 정도다. 나무의 수심과 어릴 때 자란 옹이를 포함하고 있는 심재 부분을 제거하고 나서 폭 300mm가 되는 곧은결 무절 판재를 얻으려면 원목의 지름은 최소 80~90cm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목수들이 ‘애살’이라고 부르는, 나무의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수심과 가까운 생장부는 무절이더라도 나이테 간격이 상대적으로 넓어 이 부분을 다시 켜 내어야 한다. 따라서 나이테가 촘촘하면서도 일정한 곧은결 무늬 패턴을 유지하는 너비 300mm 판재를 얻으려면 원목의 직경이 최소 90cm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까다롭게 목재를 사용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조재량, ‘청파동 주택에 사용된 목재, 그리고 건축주’, 99쪽
삶을 기록하다
지연순: 추위를 이겨내기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아요. 더구나 창문들도 많은 편인 집에 속하잖아요.
신은주: 단열 창들이 아니다 보니 열 손실이 너무 많고,더군다나 천장이 너무 높아서 항상 추웠어요. 나중에는 공간의 높이를 낮추면 집안 내부의 열효율이 높아질까 해서 천장 아래 합판을 덧대어서 도배를 했지요.
- 신은주×지연순 인터뷰, ‘함께 나이 드는 집’, 112쪽
지연순: 1990년대 초라면, 굉장히 오랫동안 원래의 유리문을 쓰셨네요. 예전의 유리문들은 얇아서 겨울에는 한기가 심하게 느껴졌을 텐데요.
신은주: 겨울이 되기 전에는 할 일들이 무척 많았어요. 연못물을 퍼내고, 화분도 안으로 들이고, 연탄 들이고, 김장하고, 창문에는 비닐을 치고요. 보통 11월쯤 되면 월동 준비를 시작해서, 그때쯤에 마음이 무거웠어요. 문이 너무 많아서 얼마나 바빴던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웃음)
- 신은주×지연순 인터뷰, ‘함께 나이 드는 집’, 113쪽
포럼과 전시로 남기다
두 번째로 도미이는 ‘목구조의 근대화: 킷테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도미이는 먼저 지붕 마룻대에 고정되어 있던 판재에 적힌 상량문을 바탕으로 이 집이 세워진 시기는 1930년이며, 건축주는 야마자키 가츠사부로(山崎勝三郞)라고 설명했다. 그가 함께 공개한 당시 전화번호부에는 그 지역 내 살던 일본인의 이름, 전화번호, 직업과 같은 정보가 기재되어 있어 이러한 자료들을 교차 분석하면 그 지역 일대의 개발 배후에 대해 더 촘촘한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도미이는 청파동 주택의 특이점을 짚어나갔다. 그에 의하면 중복도 등의 내부 구성은 일식 가옥의 특징을, 지붕의 각도가 90도에 육박하고 지붕에 브레이스를 추가한 트러스 구조를 적용한 점은 서구의 방식을 따른 것이며, 처마가 없는 디자인은 일본에 비해 비가 적게 오는 기후의 한반도이기에 가능했다. 특히 지붕에 브레이스를 더한 구조는 동시대 일식 가옥에서도 드물게 발견되는 경향으로, 당대 일본 건축가와 건설업자들은 서구 건축 기술과 재료에 큰 관심을 보이며 벽돌과 돌, 시멘트 건축 기술을 습득하고자 했는데 목조건축 지붕의 트러스 구조 또한 이러한 흐름 중 하나다.
- 박지윤, ‘일본과 서구 건축을 절충한 한반도 집: ‘청파동 주택, 1930~2024’ 포럼’, 167쪽
차례
청파동 주택에 들어서다
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정이삭
건축을 기록하다
미완의 통로, 소멸과 지속의 균형 - 정이삭
구축을 기록하다
열 세 달의 기록을 시작하며 - 지연순
청파동 주택에 사용된 목재, 그리고 건축주 – 조재량
삶을 기록하다
함께 나이 드는 집 - 지연순×신은주
포럼과 전시로 남기다
일본과 서구 건축을 절충한 한반도 집: ‘청파동 주택, 1930~2024’ 포럼 - 박지윤
저자 소개
정이삭은 동양대학교 교수며,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다. 주요 건축 작업으로 철원 선전마을 예술가 창작소, DMZ 평화공원 마스터플랜, 연평도 도서관, 서울시 전통시장 공간개선 연구, 연남동 적벽돌 집, 노란 평상, 씨타델 카&페, 청파동 아흔살 집(킷테), 있기에 앞서, N작가 주택 등이 있다. 다양한 건축 작업과 연구를 하며, 건축 및 현대 미술 전시에 기획자나 작가로 참여했다.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한국관 큐레이터 및 작가), ‘2016 베이징디자인위크’(한국관 큐레이터), ‘캠프2020’(총감독), ‘서울은미술관’(작가), ‘한강예술공원’(작가), ‘MMCA 예술버스쉼터’(작가)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의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두산아트센터 등에 전시되었다. 저서로는 『예술이 말하는 도시미시사』, 『하이퍼폴리스』, 『동시대 예술과 변이하는 계획들』, 『할 수 있을 때까지, 원인동』 등이 있다. @a.co.lab @isakchung
지연순은 공간디자이너, 전시기획자, 변역가이며 공간모색연구소 대표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잡지 「플러스」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자로 일했다. 전통 건축에 기반을 둔 미학의 순수성을 현대에 적용하는 디자인 해법을 추구한다. 주요 공간 작업으로는 제주도 차농부집, 광주 갤러리 혜윰, 광주 DM홀 등이 있으며, 서울 청파동 주택(현 킷테)의 공사 관리 및 설계 협조를 했다. 건축과 예술의 연결과 다양한 확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가정방문 전시프로젝트, 송씨할아버지댁>(2016), <셋방살이 내집마련>(2023), <나이층>(2023)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번역서로는 『근대건축론집』(공역, 1986), 『세계도시사』(공역, 1998), 『색채-명화이야기 시리즈』(2002), 편저로는 『미술공예운동과 건축』(1995), 『구성주의 건축』(1995) 등이 있다. @longlife_design_lab
조재량은 국가무형유산 대목장 이수자이며, 현재 송련재 대표다. 1996년 경복궁 동궁 복원공사를 시작으로 경회루, 근정전 중수, 광화문 복원 등 20년 남짓한 시간을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복원 및 보수공사 현장에서 보냈다. 2002년부터는 부편수로 일했고, 2016년 시작된 경복궁 흥복전 권역 복원공사에서 도편수를 맡았다. 2011년, 구룡포에 있는 근대문화역사관을 시작으로 옛 서울시장 공관(2015),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2021) 등을 수리하면서 근대건축물의 구조적인 합리성과 목조 구법의 변화, 재료와 디자인의 시대성에 주목해 왔다. 전통 목구조 외에 조적조, 철골조와 목조의 결합 등 서로 다른 재료와 구조를 조합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jaeryang.jo
노경은 서울 출생으로 사진을 전공했다. 도시 속 변화하고 멈춰 있는 것들과 동시대 건축가들의 작업을 기록한다. 로스페이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SPACE(공간)」의 전속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rohspace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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