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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꿈속을 걸으며: 제1회 오를레앙 건축 비엔날레

글
김승덕(르 콩소르시움 아트센터 공동 디렉터)
사진
블레즈 아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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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부의 유서 깊은 도시 오를레앙에서 시작한 오를레앙 건축 비엔날레는, 프락(Frac: Fonds Regionaux d’Art Contemporain) 센터의 건축 컬렉션과 관련 깊다. 이 컬렉션은 시작부터 전후의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건축에 초점을 맞춰 모델과 각종 도면, 특별 커미션 프로젝트의 아카이브를 수집해왔다. 새로 부임한 압델카데르 다마니(Abdelkader Damani)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이자 교수 루카 갈로파로(Luca Galofaro)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도전적인 비엔날레를 조직하고 전시를 구성했다. 

비엔날레를 소개하는 머리말은 다음과 같다. “제1회 오를레앙 건축 비엔날레는 건축에 접근하는 세 가지 선택 경로를 보여준다. 그것은 숙명으로서의 이주(migration), 가상과 현실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것, 재앙을 넘어 서로에게 다가가며 꿈을 꾸는 방식. 오를레앙 건축 비엔날레는 기억들이 모아지는 ‘수집의 비엔날레’로 컬렉션 작품들에 축적된 기억, 참여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미래적 기억으로 이루어진다.”

국제적인 규모의 건축 비엔날레를 지켜보다 보면, 영감을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식상하다. 2년마다 특정 형식과 구도에 따라서 공통 주제의 전시를 보여주는 국가관 중심의 베니스 비엔날레와는 달리, 최근 몇몇 비엔날레는 큰 희망을 가지고 개막하지만 커다란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수없이 많은 표지판, 전 세계 프로젝트의 사진 기록들은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자료다. 별 소용없고 비생산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반면 이번 비엔날레는 다큐멘터리나 전문적인 건축 페어, 살롱과 같은 행사, 혹은 데이터 뱅크 등으로 이루어진 전시회가 아니라, 시각적인 시나리오의 형태로 수집된 작품들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회는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보여준다는 단순한 세팅으로 시각적인 전략을 다룬다. 내용적 측면에서 전시는 강렬한 선언들과 지적인 입장들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건축 비엔날레에서 스케일은 매우 논쟁적인 이슈가 된다. 1대1 스케일의 현실 건물을 옮길 수 없는 데서 비롯된 문제는 재구성된 디테일이나 실제 스케일을 의미 없이 인용한다든가 하는 결과를 낳는다. 실물 크기의 모형도, 현존하는 건물이나 제안된 건물을 재현한 여러 가지 스케일의 모형도 마찬가지다. 홍보용으로 만든 상업적 수치들을 담은 문서들도 문제다. 손으로 그린 도면이나 동경했던 미완성 프로젝트 등과 같이 옛것에 대한 향수 사이의 충돌, 현대 설치미술과 빈티지 표기법 사이의 충돌, 대중에게 선보이는 베일에 싸인 스튜디오와 겉으로 드러내는 거장 사이의 충돌도 발생한다.​

 

2A+2P/A, ‘에토레 소트사스의 그림에 나온 집: 호기심의 캐비닛’, 2017, 발 드 루와 프락 센터​

 

2A+2P/A 파빌리온 내부 전경

 

세계 최초의 건축 컬렉션 중 하나인 오를레앙 건축 비엔날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해 새로운 커미션 프로젝트와 초청 건축가의 제안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여러 장소에서 열리는 그룹전, 두 도시에서 열리는 두 개의 주제전, 여러 개의 옥외 작품과 일련의 토론, 회의 및 교육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시티 미디어테크 앞에 들어선 작고 재미있는 건물은 어떤 면에서 이 전시의 전반적인 개념을 강조하면서 요약하고 있다. 기안프랑코 봄바치(Gianfranco Bombaci)와 마테오 코스탄조(Matteo Constanzo)가 200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설립해서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인 2A+2P/A는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가 2002년에 그린 ‘건축적 기념비’라는 이름의 수채화 작품을 선택했다. 정면에 6개의 창문이 난, 반원통의 형태가​ 올려진 직육면체의 검은 건물로 묘사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그림의 형태에 뒷면과 오른쪽 면을 만들어 붙여서 실제 건물로 바꾼 다음, 실크스크린에 그들이 건축에서 집착하는 36가지 요소들을 단색으로 표현해 3개 층에 걸쳐 전시하였다. 소트사스가 의뢰한 것과 아무 관련이 없는 환상이 섞여 있는 이 대상은 그 내부에 노란색 목조기둥 구조가 실내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오를레앙의 공원에서 열리는 이 전시가 끝나고 나면 이 작품은 상설전시관으로 옮겨져 프락 센터의 옥외 작품 시리즈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비엔날레의 주요 작품들은 프락의 상설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데, 주제에 따라 3개 층의 플랫폼에 걸쳐 전시들이 재배치되어 있다. 세속화된 교회 건물을 선택해 건축가들이 풍부한 상상력으로 선택한 프로젝트들과 작품들을 일렬로 전시해놓았다. 이 두 전시장에서는 약 70명의 건축가들이 교류하며 선보이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작품들이 프락의 컬렉션으로 구성된 기존 작품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의 탈중심적인 장면들에서 볼 수 있는 실험들에 생생하게 맞서면서 서구권 및 비서구권의 모더니즘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러 지역을 목격하고 있는 다른 세대의 건축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리다 에스코베도, ‘역을 위한 연습’, 2017, 발 드 루와 프락 센터​

 

마티스 괴리츠(Mathis Goeritz)는 유럽과 남미의 교차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 및 마리오 파니(Mario Pani)와 함께 작업한 건축과 조각의 야심 찬 협업 프로젝트 ‘위성탑’은 멕시코의 고속도로를 따라 운전하면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1968년에 열린 멕시코 올림픽을 위해 세계 각국의 작가 20명에게 조각품을 특별히 위촉하면서 ‘우정의 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그들 가운데 멕시코에서 수년을​ 지내면서 괴리츠 프로젝트에 참여한 프랑스 작가 올리비에 세긴(Olivier Seguin)의 작품을 재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의 영민한 건축가인 아리스티드 안토나스(Aristide Antonas)는 오늘날의 후기 네트워크 시대의 실내 생활에 적합한 ‘날아다니는 바닥과 확장형 침대’의 1:2 스케일 모델 몇 가지를 선보였다. 튀니지 출신의 니달 차메크(Nidhal Chamekh)는 프랑스의 칼레 정글이라고 불리는 험난한 환경 속의 이민자들 사이에서 일했다. 그녀는  초기 도시의 모습으로 보이는 임시 정착촌의 데이터와 도면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큰 종이 조각에 멋지게 기록한 도면들은 예술 작품 같아 현실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잔다르크 거리에 설치된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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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실험적인 젊은 건축가가 특별히 고안한 20여 개의 깃발이 주요 전시가 열리고 있는 프락 센터의 상설전시장에서 고딕 성당으로 이어지는 가로에 이르기까지 건물 정면을 따라 걸려 있다. 바르셀로나의 Amid.Cero9와 MAIO 등의 회사가 깃발을 제작했다. 티셔츠가 관람객을 위한 것이라면 깃발은 건물을 위한 것이다. 깃발은 거리에서 시각적인 정보를 주는 것으로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건물 정면 크기의 광고와는 달리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 필요는 없다. 로마네스크, 고딕, 네오고딕 양식이 섞여 있는 생트 크로와 성당으로 이어지는 이 거리의 반듯한 풍경은 깃발들이 지닌 시각적인 힘을 증폭시켰다. 공동 그룹 전시와 달리 별도로 두 개의 개인전을 풍부한 아카이브와 연계해서 볼 수 있는 기획전도 있다. 프랑스 건축가 파트릭 부샹(Patrick Bouchain)의 회고전과 수마트라 출신의 기 로티에(Guy Rottier)를 기리는 전시회이다. 파트릭 부샹의 작품에서는 결코 건축가는 되지 않으려는 열망과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소망을 동시에 볼 수 있다. 2016년 파트릭 부샹은 135개의 프로젝트를 위한 65개의 모델, 180권의 연구 노트 및 수천 개의 아카이브를 기증할 곳으로 프락 센터의 컬렉션을 선택했다. 반세기 동안(1967~2017)의 프로젝트와 회의 및 협업을 통해 지어진 건물들을 되돌아보는 자리이다. 그의 동년배이자 선배 건축가로는 수많은 사람들을 공업적인 미학과 기술 문화로 매료시켰던 장 프루베(Jean Prouvé), 이오넬 샤인(Ionel Schein),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 등이 있는데 그가 스승으로 여겼던 사람은 바로 다비드-조르주 에메리히(David-Gerges Emmerich)다. 건축가이자 기술자였던 그는 요나 프리드만(Yona Friedman)이 1958년에 설립했던 모바일 아키텍처 연구회의 회원이었다. 그는 전후 프랑스에서 구조형태학 연구의 주요 대표자이다. 다마니는 이와 같이 말했다. 

“파트릭 부샹 전시는 전통주의자의 권위와는 거리가 먼 건축가의 길을 개방적이고 다중적인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시각적인 형태로 재현하여 ‘부샹’ 정신을 아로새기려고 하였다. 첫 번째, 도입부로 계획된 전시회의 첫 장은 관람객이 부샹의 초창기에 몰입하도록 초대한다. 전시의 두 번째 장에서는 본궤도에 오르고 전문적으로 인정을 받던 시기에 집중하면서 그의 대표 프로젝트 중 12개를 소개하는데 여기에는 전시회 프로젝트들과, 다니엘 뷔렌(Daniel Buren)과 협업했던 1986년 파리의 팔레 로얄의 레되플라토(Les deux plateaux), 연극과 서커스 건축, 예전 공장부지를 문화센터로 변환한 작업 및 공공 임대주택 등이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건축가의 전체 작업을 열도 모양의 지도로 나열해 선보였다. 모델들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마다 밝기와 정밀도, 프로젝트의 일정 및 구조를 보여준다. 또한 그가 각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을 여러 해에 걸쳐서 세심하게 문서화한 노트들을 보여준다. 전시회 마지막 부분은 부샹이 수행한 프로젝트 전체를 열거한 목록으로 끝을 맺는데 여기서​ 새로운 비판적, 역사적, 과학적이면서 예술적인 이야기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적인 분석을 볼 수 있다.” 

 

토마스 레이노드, ‘물저류’, 2017, 타네리 현대미술센터​

 

다른 개인전에서는 프랑스 건축 분야에서도 독특한 기 로티에를 선보이고 있다. 다마니는 이번 전시회를 소개하면서 “로티에는 체계적이지 않고 장난스럽고 관능적이면서 자유로웠다. 그는 흥미 위주보다는 기쁨을 주는 것에, 유치하기보다는 동심에 근접한 건축을 추구했는데 중력법칙뿐 아니라 전통을 포함한 모든 법칙에 저항하면서 역동성과 운동성을 승화하여 이 세상의 아주 단단한 구조로 만들어놓았다”고 말했다. 로티에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도시를, 이웃을, 집을 짓고, 허물고, 다시 짓는 이는 건축가의 기질을 지닌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구의 표면과 사물의 본질 및 인간의 집을 포함한 모든 것은 변하고 또 변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로티에의 건축은 지상과 지하, 수면 위와 바닷속, 다른 행성과 달의 지하 모든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이후로 그의 건축은 하늘에 떠다니는 공기방울이 되고자 모든 상황과 장소를 극복했다. 제1회 오를레앙 건축 비엔날레는 높은 지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반듯한 시각적 전략을 펼친다. 뿐만 아니라, 위탁 작품을 구입하고 아리스티드 안토나스와 같은 개인전을 기획하며, 기 로티에나 파트릭 부생의 작업에 대한 추후 출판 일정을 정하는 등의 수집 전략을 수립했다. 압델카데르 다마니에 의하면 건축가의 드로잉이 오리지널이고 그에 따른 건축물은 카피이자 복사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지점이 그의 접근 방법이 다른 건축 비엔날레에서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듯하다. 

입장료가 무료인 이번 비엔날레에는 프랑스어와 영어로 된 카탈로그가 비치되어 있다. 웹사이트(www.biennale-orleans.fr)에서 전시회 설명과 소개를 볼 수 있다. 전시는 프락 센터와 미디어테크를 비롯한 오를레앙 시내 곳곳에서 열리며, 기간은 2018년 4월 1일 까지다.​ <진행 김나래 기자>

 

다비드-조르주 에메리히, ‘긴장된 입체 네트워크에서 직교막대를 사용해 점층적으로 쌓기’, 1981, 오를레앙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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