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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건축 돌아보기_SOCIETY

글
정귀원(제대로랩 대표)
사진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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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 개최도시 민간시설 접근성 개선 사업​


모두의 길

 

지난 3월 9일 열린 2018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다름의 차이를 인정한 ‘공존의 세계’를 주제로 삼았다. 왼쪽 다리에 의족을 찬 성화 봉송 주자가 로프를 붙잡고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 장애인-비장애인 2인 1조의 마지막 주자에게 성화를 건넸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지난하고 거대한 차별의 벽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가는 세상에 닿아야 함을 전하려는 듯 보였다. 벅찬 감동의 여운도 잠시,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어우러지는 사회는 여전히 멀고 험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한 우리나라는 1994년에 이르러서야 ‘장애인 편의시설 및 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1998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면서 장애인 정책을 확대해나갔다. 이 법으로 공용시설에 장애인 접근성 개선이 시도되고, 이후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Barrier Free, BF)’와 공공건축물 BF인증 의무화 등의 제도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법제화는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통신시설 등에 한정되어 있다. 공중이용시설의 경우, 이마저도 300m2 이상(바닥면적과 건축일자 기준)의 건물에 한해서 적용된다. 이 기준을 따르면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일반음식점 전체의 95.8%, 제과점 99.1%, 식료품 소매점 98.0%(2014년 통계청 자료)의 건물에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는 셈이다.

 


접근성 개선 사업으로 식당 화장실 외부에 휠체어 램프와 난간이 설치됐다. 

 

건축가 30팀, 개선 업소 256곳

사정이 이러하니 2018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을 앞둔 평창, 정선, 강릉 지역은 고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 체육과는 세 지역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하기로 하고 보조사업자로 (사)새건축사협의회를 지정해 ‘평창 패럴림픽 개최도시 민간시설 접근성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2017년 5월 선행 작업으로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가 주축이 돼 일반음식점, 숙박업소 등 업소 400여 곳을 전수 조사한 뒤, 이를 근거로 두 차례에 걸쳐 업소의 사업 신청을 받아 설계와 공사를 진행했다.

민간 사업주가 총 사업비의 10%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사업에 끝까지 참여한 곳은 민간화장실 5곳과 음식업 230개소, 숙박업 21개소 등 총 256개소다. 사업에 참여한 건축가는 총 29팀으로 각각 10곳 내외의 설계를 담당했다.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접근 공간, 주출입구, 연결 공간, 화장실이라는 네 가지 범주 안에서 설계 작업을 진행했다. 시공은 건축명장 수상 업체와 건축가 추천 업체, 지역 업체가 맡아 2018년 1월 말까지 공사를 완료했다.

접근성 개선은 진입부 경사로 설치와 출입구 자동문 교체, 건물 내부의 턱 제거, 화장실 안전 손잡이 설치 등 시설물 정비 수준에 그쳤다. 휠체어 통행을 위해 통로를 넓히거나 입식 테이블 공간을 확보하는 등 내부 공간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건물 대부분이 낡고 오래되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지 않은 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어려웠다. 이 때문에 건축가들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접근성 개선 사업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랐다. 기존 환경이 워낙 열악했고 서울에서 개최지까지의 먼 거리와 한정된 예산 등 조건이 녹록지 않았다. 한 건축가 또는 시공사가 담당한 현장들 도 서로 거리가 멀어서 스케줄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경우도 있었다. 건축가들은 이러한 물리적인 조건보다 더 큰 어려움은 사업 취지에 대한 업주의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소정(건축사사무소 OBBA 공동대표)에 따르면 “현장을 방문하고 협의를 할 때 사업 신청자 중 일부는 이 사업을 노후환경 개선이나 인테리어 공사 지원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자연히 민원이 빈번해지고 중도 포기하는 업소도 생겨났다. 그럴 때마다 운영팀과 담당 건축가는 민원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얽힌 실타래를 풀듯이 차근차근 일을 해결했다. 그리고 처음 시도하는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추후 사업을 위해서였다.

 

2cm 문턱을 없앤 공간의 의미

접근성 사업 완료 후 새건축사협의회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점검단을 함께 꾸려 256개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인증 가능 여부를 판단했다. 접근성 개선이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판정을 받아 인증 간판을 붙인 곳은 총 57개소로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하지만 이 수치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한다면 보잘것없는 결과는 아니다. 2cm의 턱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장애인과 이동약자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제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김성욱(aDLab+ 공동대표)은 “개선한 부분을 보면서 장애인들이 건물에 접근할 때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를 알게 됐다. 시각적인 사례를 제공해 두루 알린다는 점에서 이 사업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획일적으로 접근하기보다 현장의 여건을 고려해 적용 가능한 디자인 방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건축가와 시공사는 물론 사업주의 인식 변화, 즉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시각을 갖게 하는 데에도 일정 정도 기여했다. 이에 대해 이진오(건축사사무소SAAI 공동대표)는 “구체적인 기준을 학습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업이 접근성 개선과 무장애 환경 조성을 넘어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현을 지향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을 통해 만들어가자는 것”(정성훈, 한국유니버설디자인협회 상임이사)이다. ‘법적 기준을 통한 표준의 달성’에만 치우칠 경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법적 규제를 포함하면서도 디자인적 접근을 통해 기능뿐만 아니라 환경과의 미적 조화를 고려한다. 무엇보다 ‘모두를 위한다’는​ ​목표가 있다. 이는 패럴림픽이 꿈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유하는 환경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 유효한 방식이기도 하다. <진행 이성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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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귀원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건축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월간 「SPACE(공간)」, 「건축인 포아(POAR)」 등의 건축 전문지를 거쳐 건축 리포트 「와이드AR」의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제대로랩의 대표로 한국 건축도시와 관련된 기획 및 출판에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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