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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건축 돌아보기_SYMBOL

김나래 기자
사진
우종덕(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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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성우(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본부장) × 김나래 기자 | 사진 우종덕(별도표기 외) | 자료제공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익숙하지 않은 도전 


​김나래(김):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개・폐회식을 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최지인 평창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서 올림픽의 개막과 폐막을 평창에서 진행하게 됐다. ‘강릉’이 아닌 '평창' 동계올림픽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타디움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행사의 처음과 끝을 담는 아주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어떠한 개념을 담으려고 했는가?

안성우(안): 건축을 통해 특별히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거창한 의도는 없었고, 이번 올림픽의 성격이나 평창이라는 장소에 대해 고민한 바를 지나치게 장황하게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능에 집중한 경우다. 모든 사람이 무대를 향하는 형태로 정방형을 생각했고, 우리가 설계한​ 오각형의 스타디움에서 시야의 가림 없이 다들 비슷한 조건에서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다. 5라는 숫자는 올림픽의 오륜기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의 ‘ㅊ’자에서 영감을 받았다.

 

김: 평창이 세계적으로 내세울 게 있거나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올림픽 스타디움이 위치한 지역, 평창 혹은 강원도의 장소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이번 건축물에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안: 강원도는 소박하고 꾸밈없는 지역이다. 기존의 언덕 지형을 최대한 살려 스타디움을 배치했는데 산과 강을 따라 집이 모이고 마을을 만드는 우리나라 고유의 공간 구조를 따른 것이다. 기존의 도로와 산, 하천이 부지를 세 영역으로 나누는데 이 세 땅을 하나로 잇는 길을 만드는 것이 마스터플랜의 핵심 생각이었다. 길은 여정, 만남과 이별, 설렘 등의 정서를 담는다. 길을 따라 언덕을 넘고 물을 건너다 보면 어느새 마을에 다다르는 전형적인 한국 산간 마을의 동선을 따랐다. 외관의 색인 흰색도 눈이 많은 강원도 지역에 어울리게 의도한 것이다.

 

 

김: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은 개・폐회식만이 열리는 특수한 용도의 시설이다. 임시성을 강하게 띠는 건물에 1,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설계와 시공 시간도 빠듯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

안: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건물 자체에는 1,000억 원이 아닌 600억 원이 배정됐고, 컴파운드 조성 비용과 도로, 주차장 등의 건설비, 홍보관, 메달플라자 사업비와 사업 부지 내 기존 시설 철거비, 스타디움 주변의 여러 시설물 설치 비용을 모두 포함하여 1,000억이었다. 굉장히 모자라는 예산이었고, 나서는​ 시공사가 없어 여러 차례 유찰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이 스타디움을 가설건축물로 정한 것이 묘안이었다. 건축법규상의 여러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만약 일반 건축물과 똑같이 접근했다면 시간 내에 완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예산과 사후 철거를 염두에 두었다. 효율적인 시공이 가능한 구조를 도입하고 본부 건물을 제외한 경기장의 모든 부분을 실외 공간으로 계획했다. 재료에서도 비용절감과 해체를 고려했다. 예컨대 외벽은 흰 타포린 천으로 마감했다.

 

 

김: 이러한 공연시설, 경기장 시설의 경우 시설 확충만큼이나 운영의 문제가 대두된다. 기획 단계부터 사후 활용을 염두에 두었는가? 올림픽이 끝난 이후 어떤 대안이 있는가?

안: 본부시설만을 남겨 올림픽 기념관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인허가 단계가 진행 중이나 쉽지 않다. 경사지 좌석 건물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기억과 영상이나 사진 등의 기록으로 오랫동안 남지 않는가? 본부는 현재 7층으로 된 건물인데 필로티 구조로 바꾸어 지상 주차장 시설을 넣고 3층 규모로 바꿀 생각이다. 스탠드를 걷어낸 언덕은 지형을 그대로 살릴 예정이다.

 

김: 평창이라는 지역이나,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 일대 경기장을 총괄하는 마스터플랜이 있었는가? 아니면 각 경기장의 기획과 설계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안: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

 

김: 세계가 주목하는 거대한 건축물이라는 기회다. 조형이나 재료, 기술 등의 요소에서 돋보이고 싶은 욕망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이에 비해 결과물은 오각형의 무난한 스타디움이다. 획기적이거나 혁신적이라고 볼 만한 부분이 있는가? 일종의 스펙터클을 완성해내고자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안: 돋보이는 건축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재료비와 시공비를 최소화하고 최대의 효과를 내자는 것이 목표였다. 이름은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이지만 사실 이 건물은 공연장이다. 단 네 회의 개・폐회식이 열리는 것이 전부다. 공연장과 운동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은 완전히 다르다. 공연장이라는 목적에 최대한 충실하도록 일시적인 순간, 행사가 열릴 때 화려해 보이도록 했다. 가설 재료로 특수한 효과를 내려고 했다.

 

김: 지붕과 난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예산의 문제로 알고 있는데, 검토해본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안: 지붕을 덮은 안도 여럿 검토했다. 스타디움 주변에 크레인을 설치해 막으로 된 지붕을 덮거나, 스탠드의 일부만 금속 지붕으로 덮는 안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과 예산의 문제로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각 좌석마다 열선을 설치하는 안도 마지막까지 고려했으나 행사용 임대 스탠드를 가설 설치하는 것으로 확정하면서 역시 포기했다. 결과적으로는 눈이나 비도 오지 않았고 지붕이 없는 지금의 상태가 행사에 오히려 더 적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드론을 공중에 띄우거나 하는 공연을 시야 방해 없이 누구나 볼 수 있었고 더 축제 같고 즐거운 분위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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