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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일상이 되는 경험: 설화수의 집

사진
김인철, 원오원 팩토리(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설화수 크리에이티브 팀
진행
오주연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도산대로에 이어 북촌에 두 번째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의 문을 열었다. 1930년대 지어진 한옥과 1960년대 지어진 양옥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으로, 건물의 설계는 최욱​(원오원 아키텍스 대표)이 맡았다.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는 최욱 외에도 조경, 가구, 콘텐츠 기획 등 다양한 분야, 여러 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을 탄생시킨 설화수 크리에이티브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터뷰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크리에이티브 팀 X 오주연 기자

 

 

오주연(이하 오): 설화수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인 도산점(SPAE 2016년 6월호 게재)은 중국 디자이너 네리&후가 작업했죠. K-뷰티, 중국 관광객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스토어는 최욱 건축가와 손을 잡고 북촌의 한옥을 리노베이션했는데요. 상반된 공간 브랜딩 계획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북촌 스토어의 기획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설화수 크리에이티브 팀(이하 설): 도산점은 깊이 있는 카운슬링, 스파 등이 특화된 럭셔리 서비스를 기반으로 둔 공간입니다. 세계적인 럭셔리 부티크들이 즐비한 도산대로의 지역적인 특색과 어우러져 설화수가 아시아 대표 뷰티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공간이죠. 반면 북촌점은 도산점과는 다른 감정의 언어를 전달하는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설화수라는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우리의 미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자, 설화수의 취향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상했습니다. 사람들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진화해온 설화수의 모습을 공간적 감성과 함께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북촌의 지역성이 설화수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에 전통문화와 연결하여 특별한 소비의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북촌 스토어는 설화수의 ‘컬쳐 하우스’이기도 합니다. 

 

오: 한옥을 먼저 매입하고, 최욱 건축가의 제안으로 양옥을 추가로 매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총 3년이 걸려 완성됐다고 하는데, 초기의 비전과 현재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설​: 초기엔 브랜드의 요구에 따라 브랜드가 바라는 공간을 전략적으로 접근했어요. 북촌의 지역적 특색을 살리는 체험 공간으로서 해외 고객 유치를 위한 공간 기획과 전략을 고민했죠. 예를 들어 세일즈 공간을 한옥 섹션에 기획하고, 한방 원료에 관한 기술연구를 보여주는 공간을 설계하기도 했어요. 설화수의 역사를 아카이빙한 ‘히스토리 존’도 있었고요. 그러나 팬데믹의 여파로 오프라인 공간의 운영 방향이 바뀌었어요. 예측할 수 없는 트렌드의 변화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수차례 콘텐츠 및 설계변경이 있었습니다. 브랜딩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의 관점이 바뀐 것이에요. 우리의 강점을 어필하고 브랜드의 목소리를 주입하기보다 사람을 만나는 기회에 좀 더 집중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공간에서 소비가 문화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라며 사람과 건축 그리고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지면서도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어요. 

 

오: 자연스러운 공간을 추구하면서 ‘집’이라는 콘셉트가 완성됐군요. 응접실, 공작실, 단장실 등 공간과 콘텐츠의 면면을 보면 기존의 주 사용자보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듯해요.

설​: 전체 공간 중 한옥의 5개 방과 양옥의 설화 살롱은 설화수가 제시하는 취향과 콘텐츠에 따라 변화하는 유연성을 가진 공간입니다. 세일즈 관점보다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기획했어요. 고객과 어떻게 만날지 오랜 시간 고민했고, 고객과의 접점을 통해 특별한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것이 오프라인 스토어에 방문하는 큰 이유라 판단했거든요. 더불어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설화수가 보다 친근한 브랜드로 느껴지길 바랐죠.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갔을 때 그 사람의 취향, 삶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고 그런 다양한 감정들은 따뜻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처럼 말이죠. 브랜드가 나의 일상이 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런 콘텐츠 자체가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주제가 된 것 같아요. 

 

 

공작실, 사진ⓒ김잔듸

 

부티크 윤, 사진ⓒ김잔듸 

부티크 원, 사진ⓒ김잔듸

 

 

오: 최욱 건축가 외에도 조경(서안 조경), 가구(김무열 작가), 콘텐츠 기획(영감의 서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소위 이름 있는 분들과의 협업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여러 팀과 협업하면서 설화수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심는 과정은 어땠나요?

설​: 건축설계와 시공, 조경만으로도 매우 큰 일이었고, 내부 스타일링 연출 VMD, 콘텐츠 기획, 서비스 디자인과 운영 등 정말 다양한 이해관계의 팀들과 협업이 이루어진 프로젝트였어요. 내부 보고 과정도 수없이 많았고, 우리가 그려나가는 그림이 하나의 톤으로 구현되기 위한 협업 과정은 생각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았죠. 물리적으로 함께 발맞춰가는 시간만이 답이라 생각했고 정해진 시간 동안 수없이 회의하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회의란 개념을 넘어 설화수의 집을 주제로 한 대화가 일상이 되었어요. 최근 이슈가 되는 뉴스, 영감이 되는 이미지, 흥미로운 기사들, 리테일 관련 오픈 소식 등 프로젝트 멤버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결을 지속적으로 맞춰나간 것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각자 맡은 직무는 모두 다르지만 같은 맥락을 가지고 협업했기에 단단한 구심점이 생겨 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 한옥과 양옥에 걸쳐 여러 실, 다양한 오브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브랜드 담당자로서 가장 설화수다운 면이 잘 구현된 부분을 꼽는다면요?

설​: 내부로 진입하는 첫 공간인 한옥의 응접실이요. 한옥과 양옥이 중첩되어 보이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응접실의 투명 창을 통해 매화나무가 있는 중정과 양옥의 내부가 보여요. 마치 들문을 들어 자연을 끌어들이는 전통건축처럼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죠. 응접실의 역할과 모습은 설화수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어요. 창을 통해 한옥의 앞마당, 감나무를 심은 뒷마당의 풍경을 연결하고, 높이가 낮은 가구를 배치하여 양옥과의 시퀀스를 이어가는 등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응접실은 그 자체로 드러내거나 뽐내는 공간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소통하는 균형과 조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설화살롱, 사진ⓒ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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