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주택가의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여 매장으로 사용하고 마당을 중심으로 사무동 증축 건물이 연결된다. 신축하기보다 기존 주택을 유지하고 증축한 것은 면적 확보에 유리하고, 오래된 집의 질감을 유지함으로써 메종 키티버니포니가 다루는 제품의 성격과 연결 짓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 방문객들의 동선과 물류와 직원들의 동선을 구분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건물과 마당의 레벨과 증축 건물의 구성이 결정되었다. 가로와 대면하는 사무동 1층에는 브랜드의 관심사를 대변하는 디자인 서점이 위치한다. 메종 키티버니포니는 1994년 아버지가 대구에서 시작한 자수공장, 장미산업사를 모태로 2008년 디자이너인 딸이 설립한 직물 브랜드이다. 직물을 이루는 요소인 레이어링과 텍스처링에 착안해 벽돌타일과 쌓아 올리거나 손으로 일일이 자국을 내는 종석몰탈 긁어내기 작업으로 마감한 외벽은 건물에 매끈한 덩어리감 대신 마치 천에 프린트되는 무늬처럼 미세한 단위의 질감을 더한다. ‘한 땀 한 땀’이 기본인 패브릭 제품처럼 손맛이 느껴지는 재료들을 써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건축에 담아낸 것이다. 집의 기억과 질감, 레이어 등 제품의 성질을 은유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사람들이 매일 밟고 딛는 바닥의 층위를 달리해서 장소가 품고 있는 시간과 기억이 사용자의 몸에 각인되도록 했다. 오래된 집이 품고 있던 개인적인 시간에 덧대어 이 장소에 여러 사람들의 기억이 쌓여가기를 기대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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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오는 홍익대학교와 위가건축에서는 건축의 가치와 기본기를, DPJ & Partners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건축가로서의 열정과 사고방식을 배웠다. 건국대학교, 홍익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독립된 개별 공간의 관계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