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이시오 가족_ 부모와 아들딸, 일반적인 가족 구성은 대개 이런 모습이다. 조금 더 확대해서 조부모와 친척까지 잡아도 스무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보육시설인 알로이시오의 가족은 다르다. 창설자 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와 150명의 수녀, 그들이 50년간 키운 1만 5,000명의 ‘아들딸’, 이들을 같이 키운 직원 수백 명,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해온 후원자 수천 명. 이들 모두를 알로이시오 가족이라고 부른다. 알로이시오 가족센터는 이들 모두를 위한 집이다.
우선 이 집에는 보육원 아이를 돌보는 수녀들이 산다. 수녀들이 모여 사는 곳을 교회법과 건축법에서는 수녀원이라고 부르지만 ‘엄마’들이 살고 있기에 ‘집’이라 부름이 마땅하다. 가족의 범위가 크고, 담아야 할 식구의 양태가 복잡하니 집보다 센터라고 부르는 게 적당했다. 그럼에도 이곳의 본질은 집이다.
아이의 집에서 가족의 집으로_ 법은 참으로 묘하고 모순이 많다. ‘은퇴한 양육자는 아동과 한 공간에서 살 수 없다’는, 이런 법이 있을까 싶지만 현실이다. 커서 자립한 보육원의 아이들은 사회에서 중년이 되었고 이들을 키운 엄마 수녀들은 이제 고희를 바라본다. 수녀들의 은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보육 공간은 몇 년 전 새로 지은 ‘수국마을’로 옮겨갔다. 이번 프로젝트는 30년간 아이들이 살던 이곳을 가족 모두의 심장 역할을 하도록 바꾸는 것이었다. 2층짜리 수녀원 건물을 허물고 지었던 아이들의 숙소가 다시 엄마와 가족의 집으로 바뀐다.
오래된 이 건물에는 도면과 다른 곳이 더 많았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중복도의 콘크리트 라멘구조 건물은 구조가 충분히 튼튼했고 기둥의 질서는 담백했다. 간결해서 새로운 쓰임을 담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지속가능한 집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육해야 할 아이들이 수천 명이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이 집의 틀은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이었을 것이다. 당시 지어지던 건물들에 비해 층고가 높게 설계된 것은 3층 침대를 설치해서 가난한 아이들을 가능한 한 많이 돌보기 위한 창설자의 생각 때문일 것이다.
건물을 자르고 뚫고 붙였다. 제혀쪽매로 물려 있던 35mm 두께의 목재마루 널을 하나씩 뜯어 문과 벽의 마감재료로 다시 썼다. 아이들 방바닥에 깔려 잘 마르고 반질반질해진 것이다. 2층 바닥을 뚫어 높이를 확보한 성당은 반원 아치에 동쪽 창으로 빛의 호사를 부렸다. 건물 한 켠에 하늘나라에 간 수녀를 기억하는 ‘추모의 벽’을 만들었다. 성년이 되어 찾아온 아들딸들이 엄마수녀를 기억하는 곳이다. 숭숭 뚫린 벽돌 구멍은 꽃꽂이 받침이다. 평면의 폭이 깊어 북쪽 게스트하우스 공간이 부담스럽지만 북사면에 반사된 빛과 오래된 철쭉군락 덕에 오히려 아늑하다. 창설자인 알로이시오 신부를 위한 전시 공간은 따로 두지 않고 가족 모두가 드나드는 입구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했다. 오가며 인사하고 메모하고 기도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인 수녀회와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팽나무 그래픽이 홀의 중심이자 포토존이다. 앞마당 ‘한 평 텃밭’은 은퇴한 수녀들의 소임처이자 방문자들의 노동 공간이다. 창설자의 기일엔 그가 좋아하던 꽃이 마당을 가득 채운다.
1층 홀과 카페는 아이들의 공연장으로, 기념품 판매처와 간이식당, 만남의 장 등으로 끊임없이 바뀌며 쓰인다.
건물 한 켠에 하늘나라에 간 수녀를 기억하는 ‘추모의 벽’을 만들었다.
쓰는 사람이 완성한다_ 이곳을 쓸 사람도 이곳의 쓰임도 다양했다. 예측이 어려웠다. 그래서 기본 틀을 만들고 쓰는 사람이 환경을 만드는 데 동참하도록 비웠다. 가족센터는 문을 연 첫해에 2만 명이 다녀갔고 4,000명이 묵었다. 가족과 외부 손님이 반반이다. 1층 홀과 카페는 아이들의 공연장으로, 기념품 판매처와 간이식당으로, 작은 영화관, 상담실, 만남의 장으로 끊임없이 바뀌며 쓰인다. 집 주인이 자기의 환경을 가꾸고 채우고 변화시키는 것은 인간이 집을 짓는 기본이다. 한 평 텃밭 마당엔 계절마다 다른 식물이 자라고 꽃이 핀다. 보리를 수확하고, 수박, 오이, 가지, 고추가 달려 그것을 나눈다.
건물을 지을 때 한 번에 완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집은 쓸 사람이 채워가며 완성한다. 프로젝트는 그렇게 기획되었다. 수녀들의 섬세함과 부지런함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진행 이성제 기자>
2층 알로이시오 방은 설립자가 지내던 곳으로, 아래로 난 창을 통해 1층 예배 공간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3층의 가운데 부분에 중정을 두고 주변에 도서실을 배치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중복도의 콘크리트 라멘구조 건물은 구조가 충분히 튼튼했고 기둥의 질서는 담백했다. 간결해서 새로운 쓰임을 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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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설, 사회복지시설
21,630m²
1,762m²
5,856m²
지상 5층, 지하 1층
37대
16.6m
8.15%
27.07%
철근콘크리트
벽돌, 드라이비트
스터코, 목재, 우레탄(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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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길엔지니어링
2011. 8. ~ 2013. 1.
2013. 1. ~ 2014. 8.
(재)마리아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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