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외국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한 건축주가 한남동에서 주거와 작업 스튜디오를 겸할 공간을 꿈꾸었다. 요즘 한남동은 재개발 기대가 과열되며 몸살을 앓고 있다. 고급 주택들, 재개발을 꿈꾸며 방치된 낙후된 건물들, 최대용적률을 반영하여 지은 비대한 중규모 빌딩들, 그리고 오래된 저층의 구옥들 사이에서 우리는 99m² 남짓한 대지 위 소규모 신축건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또한 사방이 둘러싸인 입지에서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주변의 경관과 빛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창을 특수한 디자인 장치로써 구상하였다. 이유엠 155.3은 최상층에는 싱글 라이프를 위한 주거 공간, 저층부에는 갤러리, 와인바, 디자인 스튜디오와 같은 프로그램을 담아 결과적으로 계획지 일대에서 문화적 허브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수직성
전체적인 형태는 정방형 매스에서 시작하여 지상층에 필로티를 도입해 매스를 띄워 올리고, 각층의 층고를 4m로 높임으로써 외관상 수직성을 강조하였다. 높은 층고는 좁은 면적의 내부 공간에 개방감을 준다. 건물 내 계단실에는 일반적인 난간 대신 직경 1cm의 스틸 파이프를 1층부터 최고층까지 수직으로 이어서 약 10cm 간격으로 배치하였다. 이는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한 수직성을 느끼게 하며, 그림자가 드리우면 파이프와 어우러져 공간의 선적인 요소가 더욱 극적으로 연출된다. 기능적인 공간으로만 인식되는 한계를 벗어나서 오르내리는 움직임의 순간을 보다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비스듬한 시선
막다른 골목의 입지와 주변 건물과 좁은 간격으로 인하여 외부로의 조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였다. 파사드에서 사선으로 창을 돌출시켜 사면으로 제한된 조망을 확장하고 다양한 각도의 시선을 가능하게 하여 건물 내부의 시각적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좁은 면적의 공간에서 개방감을 위하여 넓은 창을 내었으나, 동시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므로 창에 펀칭메탈 소재의 패널을 부착하였다. 펀칭메탈의 오프닝들은 눈높이에서 가장 확대되었다가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패턴을 가져 파사드에 리듬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스며 나오는 빛
1차선 이면도로의 좁은 골목에 자리하였기에 분절된 매스보다는 간결한 매스를 가지고, 한 가지 소재의 백색 외관으로 밝은 빛을 발하는 느낌을 주어 가로의 경관을 개선해보고자 했다. 단순 입방체에서 돌출된 프리즘 형태의 창들은 절제된 형태의 건물 외관에 볼륨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시간과 각도에 따라 반사되는 다채로운 빛과 색의 유희를 가능하게 한다. 창의 일부에는 펀칭메탈 패널이 부착되어 있는데, 야간에는 크기가 점진적으로 확대, 축소되는 패턴을 가진 패널의 구멍을 통하여 외부로 점점이 빛을 발한다. 같은 패턴의 조명이 지상층 주차장의 입면 디자인에도 반영되어 건물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주요 디자인 포인트가 되었다.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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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로젝트
박소영, 오하늘, 장세영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155-3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98.42m2
58.85m2
252.67m2
지상 5층
2대
22m
59.8%
256.7%
철근콘크리트
스토, 알루미늄 타공패널
노출콘크리트, 석고보드 위 페인트
퀀텀엔지니어링
유성기술단
무원건설
2018.5. ~ 2018.9.
2018.9. ~ 2019.5.
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