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서가에서는 2019년 말 이은석 건축가의 작품집 『들린 건축 열린 가치』를 출간했다. 그가 직접 선택한 자신의 건축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프로젝트, 절제되고 단순한 형태의 기하학적 볼륨을 통해 구현한 열린 공간 3제: 하늘보석교회, 손양원기념관, 두바이엑스포 한국관을 담았다.
이은석은 종교건축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이다. 책에 담긴 하늘보석교회를 비롯해 그의 대표적인 교회건축 작업을 되돌아보며 이은석의 건축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하늘보석교회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에 위치한 터라 원래 부석교회로 불렸다. 성경에서는 금은보화, 즉 보석을 땅에서 긁어 모아 자본을 축적하기보다 보석처럼 귀한 돌은 하늘에 쌓으라고 가르친다. 자기 자신이나 제 가족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재산을 불리지 않고 하늘이 기뻐할 가치로 인생을 영위하며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이웃과 나누는 이타적 희생을 통해 하늘에 보화를 쌓아두라는 뜻이다. 내포 서산에서 안면도 바다를 향해 난 작은 길가에 자리잡은 조촐한 교회당은 하늘보석교회로 개명하면서 이런 의미를 건축적으로 내포했다. 근대 기능주의의 출현 이후 교회 건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포기해야 했던 건축물의 상징성과 퇴색해버린 장소의 의미는 하늘보석교회에서 추상적 이미지로 회복됐으며, 그 상징적인 의미를 하나씩 찾고 조성하며 작업의 즐거움 또한 배가되었다.
수직적 조형과 하늘 사랑
하늘보석교회라는 이름이 주는 신선한 상징은 실제 건축물로 풀어나가는 주요 개념이 되었다. 우선 하늘을 의미하는 트리니티(삼위일체)의 상징에 푸른 하늘을 담기 위해 안쪽이 빈 삼각형 볼륨을 시도했다. 그리고 예배와 기도를 드리는 성별 공간은 땅을 의미하는 직사각형 도형 속에서 예배실 둘레를 순환하는 복도와 브릿지 동선으로 꿰매었다. 더불어 이 고리 모양의 동선에 타원형의 예배실 볼륨을 중첩해 끼움으로써 성(聖)과 속(俗)의 영역, 즉 지원받는 성스러운 공간과 지원하는 실용 공간를 분리하고 연결하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 했다. 하늘에 보석을 쌓는 일은 사후 세계에서 보화를 되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속세에서 선행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늘에 가치를 쌓는 신앙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수직의 하늘을 열망하는 탑과 반짝이는 유리 조형의 볼륨은 삼각형의 빈 공간 속에서 앞서 말한 상징 가치를 품고 매달려 있다. 또한 삼각형으로 들린 노출 콘크리트 벽면 볼륨은 하늘을 향해 열려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그 아래로도 열린 효과를 자아내며, 이웃을 향한 존재라는 교회의 근본적인 가치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수평적 전경과 이웃 사랑
예배 공간을 오르내리면서 자연과 이웃이라는 평화로운 수평적 가치에 눈을 떼지 않고 묵상하기위해 주변 전경을 연속적으로 교회 내부로 끌어들이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했다. 이웃에 대한 긍휼한 관심과 자연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야 말로 진정한 하늘의 가치를 세우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삼각형 부지 위에 삼각형 보이드 공간을 배치할 수 있도록 인접 도로와 대지의 형상마저 삼각형을 무척이나 닮았다. 또한 이웃하는 마을 보건소와 마을 회관의 마당을 연결하는 중앙 홀 같은 내부 가로는 하늘보석교회가 주변 이웃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으며 실용적이고 쾌적한 문화 공간을 주민과 더불어 쓰려는 공공 의지를 표현한 공간이다. 내부 가로를 중심으로 이웃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식당, 카페, 행정실과 세미나실이 도열하듯 배치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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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석(코마건축사사무소)
전창배, 김영현, 신주섭, 오지훈, 정준용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 361-2
종교시설
1,650.02㎡
692.63㎡
1,308.33㎡
지상 3층
41.98%
79.29%
철근콘크리트구조
노출콘크리트, 스타코플렉스
노출콘크리트, 페인트, 흡음패널
2013. 3. ~ 2013. 8.
2013. 8. ~ 20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