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접근에서 시작
다목적강당은 공간의 규모와 형식에 있어서 일반적인 건축과는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길이 30m, 폭 18m 그리고 높이 8m 내외의 기둥 없는 공간은 만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가 되었다. 압구정초등학교와 언북중학교, 두 개의 다목적강당 설계공모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기존 학교의 다목적강당이 가진 획일적인 방식을 벗어나 각각 구조 형식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빛을 통해 공간의 풍요로움을 드러낼 방법을 고민하였다.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은 콘크리트 구조의 외벽 상부를 반투명의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둘러 고측창을 만들었다. 이는 넓은 지붕 판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동시에 강당 내부에 부드러운 산란광이 위에서부터 퍼지는 효과를 주어 밝고 활기찬 공간을 연출한다. 지붕 판의 구조는 국내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콘크리트 와플 구조를 사용하여 단순하게 반복되는 작은 모듈의 구조적 명쾌함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당선 이후 진행 과정에서 예산의 한계로 무산되었다. 대신 양방향으로 최소의 구배를 가진 일반적인 경량 철골구조 지붕으로 만들어졌다.
종이접기 입면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의 외벽은 종이접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미세하게 다른 각도로 이루어진 면들의 조합은 빛과 반응하여 미묘한 음영과 질감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분절의 위치와 개수를 세심하게 조절하여 입면이 너무 복잡하게 보이거나 반대로 단조로운 반복으로 보이지 않도록 주의했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유발하려는 목적으로 원색의 요소를 여기저기에 놓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다소 거칠더라도 재료가 가진 본연의 특성을 드러내고자 했는데, 이를 통해 학교라는 일상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건축의 경험이 가능하다면 더 좋을 것이다. 콘크리트 블록 기반의 이형 벽돌은 운동장의 흙과 톤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재료를 찾는 과정에서 선정됐다.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은 다목적강당을 수평으로 분할하는 동시에 초등학생에게 이형 벽돌로 마감된 외벽이 지나치게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한다. 하부의 이형 벽돌을 땅의 연장으로 본다면, 강당 상부의 유백색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은 하늘의 일부처럼 블렌딩되는 효과를 연출한다. 강당은 장변인 좌우 양측에서만 외부와 면하고 단변에 해당하는 면에는 무대와 진입 홀이 붙어있는 구성이지만, 형태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모든 면 상부에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을 적용했다. 구조와 단열층 사이에 공간을 마련하여 우수관이 외부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했으며 특히 폴리카보네이트 구간에서는 우수관을 기둥 뒤편에 배치했다. 외기가 드나드는 관이 실내에 배치되기 때문에 결로를 유도할 수 있는 철판을 별도로 계획했다.
평면의 한계와 실험
평면의 구성과 구획은 설계지침의 조건을 달리 해석할 여지가 크지 않았다. 추후 급식실 증축을 위해 1층을 필로티로 남겨두고 2층에 다목적강당과 진입 홀을, 3층에 본관과 연결되는 브리지와 화장실을 계획했다. 3층 브리지에서 진입할 때 다목적강당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3층과 강당 사이의 내벽에 투명 폴리카보네이트를 계획하였으나 직접 감리를 할 수 없었던 시공 과정에서 불투명으로 시공되었다. 최종적으로 준공 이후에 학교에서 안전을 이유로 조적벽을 덧대어버리는 바람에 설계 의도가 전혀 구현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여러 각도의 면들로 이루어진 외벽은 평면에서 다소 낯선 지그재그의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이전의 다른 프로젝트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실험해왔던 주제 중 하나이며 실제로 지어진 것은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이 처음이다. 자투리 공간의 단조로운 획일성을 극복하고 사용자들이 공간을 전유할 가능성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시도되었지만, 다목적강당에서는 표준 운동 시설 마킹 주변의 여유 공간에 표정을 주는 정도의 결과에 그치고 말았다. 공공성이 요구되는 좀 더 큰 규모의 공간에서 디자인된 가구와 함께 적용되면 더 좋아질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재료의 선택, 색채와 사이니지까지
외벽 재료인 이형 콘크리트 벽돌과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모두 학교건축에서는 흔치 않은 재료였다. 자재선정회를 통해 최대한 학교의 동의를 구하고 재료제품지정서와 시방서, 내역서에 원하는 자재를 포함해 밀어붙였다. 강당 내부의 흡음재와 고무안전리브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지만 차분한 진회색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선정하여 천장의 구조재와 색상을 일치시켰다. 계단실과 강당 진입 홀은 역시 무채색을 바탕으로 하되, 한쪽 면에만 세심하게 선정한 연두색을 상징색으로 설정하여 적용했다. 이로써 다목적강당 내외부를 통틀어 재료가 가진 본연의 색상과 차분한 무채색 이외에 원색 계열의 색상은 단 하나만 사용된 셈이다. 화장실 문의 사이니지는 작게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크게 만들어 그래픽 디자인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용역 범위에 없는 작업이었지만 결국은 누군가가 할 일이었고, 적은 비용으로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업체 견적서를 받아서 설계도서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시공에 반영되게 했다. 동시에 진행한 언북중학교 다목적강당에도 이러한 색채와 사이니지 계획의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미완성의 건축
현재 사진에 기록된 다목적강당은 이 건축물의 최종 형태가 아니다. 1층 필로티는 급식실 증축 공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준공 시점에 이미 다른 설계사무소가 설계자로 선정되어 실시설계가 완료되어 있었다. 앞으로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어 학생들을 맞이할지는 모르겠지만, 일관된 설계 의도 하에 완성도 높은 건물을 만들기 위한 발주처의 의지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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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전보림, 이승환)
최정석, 김혜연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61
교육연구시설
14,135.6㎡
837.83㎡ (증축분)
943.74㎡ (증축분)
지상 3층
기존 주차 이용
13.7m
18.75% (전체)
51.75% (전체)
철근콘크리트조 + 철골조(지붕)
콘크리트 벽돌,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콘크리트 면처리 위 수성페인트, 흡음보드, 고무안전리브
포은구조
하나기연
우리글로벌건설
2017. 1. ~ 2017. 4
2017. 7. ~ 2018.11
23억 (전기공사 별도)
서울특별시 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