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번동주택(고안된 장식들)은 집의 이미지, 그 원형을 되짚어 본 작업이었다. 내 친구 정락이네 집에는 주물 대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면 잘 정리된 조경수들과 함께 잔디마당이 펼쳐져 있었다. 큰 개들이 뒹굴었고 대문보다 더 큰 거실 창은 마당으로 열려 있었다. 이건 뭐랄까. 나에겐 판타지, 판타지의 전형. 어릴 적 내가 살던 우리집은 아버지가 일하던 전방을 통해야만 갈 수 있었다. 전방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고 시시껄렁한 양아치 삼촌들이 내 꼬추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에 잽싸게 통과해야만 했다. 다시 외부로 나가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똘이(콜리+삽사리) 집과 수돗가가 계단참에 있었고 차례로 작은 등나무 퍼걸러와 녹슨 그네가 있던 우리집. 진짜 집의 기억.
나는 창녕 영산 출신이지만 서울 녹번동에선 고향의 냄새가 났다. 대지의 두 면에 접한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좁은 길로 들어서게 된다. 작은 대문이 있지만 변하는 건 없다. 개의치 않고 또다시 좁은 길이 이어진다. 좁은 길은 계단을 지나면 축축한 바닥이 된다. 작업실 유리창에 손바닥 지문을 남기면서 2층까지 난 외부계단을 올라가면 비로소 거실이 나오는 진짜 집의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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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프렌즈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
윤한진
서울시 은평구 녹번로1길 18-3
단독주택
93.62㎡
54.32㎡
126.58㎡
지상 3층, 지하 1층
1대
10.4m
58.02%
135.2%
철근콘크리트조
종석 미장 후 닦아내기
노출콘크리트
터구조
하나기연
2019. 8. ~ 진행 중
김수민, 이석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