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특수학교
서울서진학교는 지난 3월에 문을 열기 전까지 수많은 난관을 겪었다. 특수학교를 신설하려는 장애아동의 학부모, 교육청과 지역 주민 사이에 여러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갈등 속에서 설계를 맡은 우리는 특수학교를 특별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평범한 교육 공간으로 대하려고 했다. 이 특수학교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해 28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곳에서 초, 중,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또는 직업교육 전공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저마다 발달장애와 신체 성장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에게 편리한 학교를 만들어 다양한 유형의 학생들을 수용하고자 했다.
신축 설계 당시, 학교 이전으로 비워진 공진초등학교 건물을 일부 활용하는 증축도 고려해야 했다. 기존 건물을 토대로 설계하다 보니 제한 사항도 많았다. 이전에 조성된 학교의 차량 진입로를 변경하지 못하는 것부터 실내 공간의 층고, 건물 규모, 공사 기간까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신축 영역의 층고를 기존 건물에 맞춰야 하는 문제가 그중 하나였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공용 공간의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복도 천장의 일부를 볼트 모양과 보이드로 계획했다. 특수학교 설계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했지만, 예산이 다른 유형의 학교를 짓는 데 드는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한계 안에서 좋은 공간을 만들어야 했고 오랜 고민 끝에 ㅁ자형 배치의 학교를 설계했다. 이 배치는 중정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동선을 통해 기존 건물, 증축된 교사동, 신축 교육시설을 연결한다. 중정은 외부의 시각으로부터 닫혀있어 아늑함을 준다. 이곳에는 여러 구조물과 북카페가 위치하고 있다. 중정에 설치된 구조물은 벤치, 음수대, 퍼걸러 등의 역할을 하는데 이것을 디자인할 때 제각기 다른 학생들의 성장 정도를 염두에 두었다. 북카페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휴식하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설계했다.학교에는 새롭게 만들어진 중정 말고도 야외 활동 공간이 있다. 바로 기존 건물에 딸린 정원과 운동장이다. 이 두 공간은 북카페를 통해 수평적으로 연결되는데, 옛 초등학교 건물의 작은 정원은 마을 교육 공동체의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운동장은 학교시설이 늘어나면서 그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신축 건물을 통해 전면 도로의 소음을 차단하면서 보다 쾌적한 야외 공간으로 바뀌었다. 또한 새로 지어진 강당 겸 체육관 옆에 있어 체육 및 기타 교육 활동을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관습적으로 학교에서는 시설관리가 용이하도록 유사한 용도의 실들을 가까이에 배치한다. 효율적이지만 이 방식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모인 서울서진학교에는 적절하지 않다. 우리는 각 학년이 이용하는 교실과 특별실을 같은 층에 두어 학생들이 이동하는 데 겪는 불편함을 줄이고자 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마친 전공과 학생들을 위한 공간은 1층에 계획하여, 학교 업무를 도우면서 동시에 간접적인 사회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초, 중등학생의 교육 공간과 고등학생의 교실은 각각 2, 3층과 4층에 배치했다. 그리고 교실에는 교구 보관실 겸 심리안정실을 설계하여 발달장애 학생이 돌발행동을 할 때 이곳에서 진정하도록 했다. 두 교실마다 하나씩 배치된 이 공간은 건물 외관에서 돌출된 반원형 발코니로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서울서진학교의 평면도를 보면 교실 옆 복도의 너비가 다른 학교의 두 배 정도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활동 반경이 넓은 특수학교의 학생들을 고려한 것인데, 이 복도와 중정 사이에는 파드(POD)라는 공간이 있다. 파드는 각 층마다 두 개씩 계획된 이벤트 공간으로, 우리는 이 공간을 교실의 연장된 영역이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서울서진학교는 학교 설립을 발표한 지 6년 만에 개교했다. 사연이 없는 공공 프로젝트는 없겠지만, 이 교육시설은 특히나 계획 단계부터 공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았다. 특수학교를 둘러싼 잡음이 들리는 것을 보면 아직 몇 번의 고비가 이 학교에 더 남아있는 듯하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서울서진학교가 어떻게 사회에서 자리매김해 나가느냐에 따라 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주민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장애인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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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건축사사무소(유종수, 김빈)
김현수, 안치완, 이동민, 김윤환(그라프트 오브젝트)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55길 22
특수학교
11,184.5㎡
4,276.78㎡
15,188.61㎡
지상 4층, 지하 1층
58대
15.83m
38.24%
114.58%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벽돌, 알루미늄 시스템패널,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패널, 열처리 목재 사이딩 패널
마모륨, 수성페인트
김앤이구조
하나기연
대들보
2017. 10. ~ 2018. 3.
2018. 8. ~ 2019. 12.
그람디자인
김빈은 코어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이다. 그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매스스터디스, 스튜디오 케이웍스에서 실무경력을 쌓았다.
이 둘은 코어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으며 지식을 공유하고 건축을 고민하는 집단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그들은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서울시 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신설동 한옥 리모델링, 평화문화진지, 2018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