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출판사 사옥을 이미 알고 있던 건축주는, 미팅 첫날 “책 형태의 사각형 덩어리가 툭 떨어져 나온 것 같고 폐쇄적인 건축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조 사선제한으로 인해 사각박스 하나의 매스는 불가능한 대지 조건이었고, 말로는 도시맥락에 조화롭게 어울리는 건축물이 좋은 것이라고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다소 난감했지만 건축의 감동이 충분히 소통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리라 기대했다. 건축주는 이미 물건이 배달될 날짜도 정해놓았고, 이미 그것을 받아 기뻐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단단하고 심플하며, 속으로는 충분히 풍요롭기를 바랐다. 일조 사선제한으로 찌그러진 매스가 될 수는 없었다. 가로 주변의 마냥 즐거운 상업 건물들보다는 훨씬 고고하고 싶었다. 중심 잡고 떡하니 높은 키로 서 있었으면 했다. 이것들은 다시 내 나름으로 정한 요구 사항이었다.
일조 사선제한 영향을 받는 대지 북측에, 낮지만 독립된 견고한 좋은 비례의 매스 속에는 건축물 전체를 감싸며 도는 옥외 계단이 시작된다. 5층으로도 최대 연면적을 채울 수 있지만, 6층으로 내부 프로그램을 조닝하여 최대한 높게 매스를 올렸다. 북측의 낮은 매스 쪽으로는 엘리베이터홀이 타워 덩어리인 것처럼 분화되었다. 비슷하게 세장한 형제 같은 두 타워 덩어리의 좁고 높은 틈이 이 건축물의 주 출입구가 된다.
나선형으로 지하부터 최상층까지 이어진, 시작과 끝이 일치된 계단은 도시와 마음산책 사이에 놓인, 건축을 이해하는 길이다. 바깥의 것들, 소리, 냄새, 햇빛, 바람, 비는 이 옥외 켜를 통해 필터링된다. 층마다 다른 공간감과 개구부를 갖추고 있는 다소 긴, 붉은 벽돌 속 계단 통로를 돌고 돌아 단번에 오르면, 이 건축물의 높이와 중심성이 전달된다. 계단 통로 제일 아래에는 독자들이 모일 수 있는 강연홀이 있으며, 최상층에는 하늘로 열린 라일락과 남천이 있는 정원이 중앙에 놓여 있다. 수미상관처럼 강연장과 6층의 내부는 자작합판으로 마감했다. 마침내 중정에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면 마치 배 갑판 같은 옥상 데크에 다다르게 된다. 여의도까지 전망이 확 트인, 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게 된다.
다행이다. 보랏빛을 머금은 붉은색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물건이 잘 배달되었다. (글 임도균 / 진행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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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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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아키페이스 알루미늄 샤시
외장▶ 한국벽돌타일 호수산 점토벽돌 레드-수비아코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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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20
근린생활시설
293.2㎡
165.91㎡
928.77㎡
지상 6층, 지하 1층
7대
19.9m
56.59%
239.68%
철근콘크리트조
점토벽돌, 로이복층유리
자작합판, 칼라에폭시 도장, 구로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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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이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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