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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보존: 신용보증기금 춘천지점 리모델링

건축사사무소 오막

안광일
사진
송유섭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오막, 신용보증기금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3년 3월호 (통권 664호) 

 

신용보증기금 춘천지점은 김수근의 공간연구소에서 설계한 건축물로 1981년 12월 준공 이후 현재까지 신용보증기금 건물로 사용되어왔다. 지금은 KT&G상상마당 춘천으로 바뀐 강원어린이회관(1979), 강원향토공예관(1983)과 함께 빨간 벽돌의 외관, 실내외 다양한 레벨을 통해 진입하는 동선 등 김수근 건물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건물이 입지한 조양동은 시청과 관공서들이 모여 있는 춘천 시내 중심지로, 4층 규모의 춘천지점이 지어질 당시에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40년이 지나며 건물 노후에 따른 누수, 단열 문제와 엘리베이터 부재로 인한 불편, 주차장 부족 등 여러 불편 사항들이 발생했다. 이에 발주처는 2020년경 건물을 매각하고 새로운 건물을 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던 중, 사업 검토 과정에서 춘천시가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의 건축적 가치를 고려해 외관을 최대한 유지하는 리모델링을 제안하면서 사업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설계공모 당시 리모델링의 최우선 과제는 건물의 사용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기존 건물은 지상 네 개 층 중 2~3층만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고 1층은 임대를 주었지만 몇 년째 공실 상태였다고 한다. 누수와 단열 문제가 발생한 4층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접근성이 좋지 않다 보니 40년 전의 마감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등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외장재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아울러 초기 김수근의 건축 의도를 해치지 않으며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우리는 단순히 건물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자의 건축적 의도를 더욱 강화하는 형태로 공간을 개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 옛 건물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재의 시간을 덧씌우기 위해, 오래된 적벽돌 건물에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덧붙여 가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기존 건물은 조형적으로 볼 때 두 개의 큰 기둥이 양쪽에서 중앙의 커다란 덩어리를 지지하고 있는 형태다. 구조체계 또한 이를 따르고 있어 주요실 내부에는 기둥이 없으며, 건물의 기능과 실 배치 또한 여기에 맞춰져 있다. 이 구조 시스템을 보면서 리나 보 바르디가 설계한 브라질 상파울루 미술관(1968)이 떠올랐다. 네 개의 다리가 커다란 박스를 공중에 매달아 지지하고 있는 형태. 이로써 비워진 1층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공건축. 신용보증기금 춘천지점 또한 1층을 비우면 두 기둥에 매스가 매달려 있는 형태를 이뤄 처음 계획했던 건물의 구조적 특성을 더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주어진 프로그램 면적에도 여유가 있어 과감히 1층을 비워 공공에 개방하는 안을 제안했다. 동시에 주민들에게 답답하고 폐쇄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는 적벽돌의 솔리드한 외관을 보다 개방적인 이미지로 개선하는 효과도 있으리라 기대했다. 1층을 비우면서, 2~4층이 양쪽 큰 기둥에 매달려 있음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세 개 층에 걸쳐 있던 외부 발코니에 유리 커튼월을 설치하여 아트리움을 조성했다. 발코니 공간이 실내로 바뀌자 고질적인 누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당선안의 초기 계획에서는 3~4층을 업무시설로 사용하고 1층을 완전 개방해 2층과 지하 1층이 연결되는 문화시설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설계 진행 중 발주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1층은 주차장, 2층은 스타트업 지원시설로 용도가 바뀌었다. 그 결과 1층 주차장과 전면 도로 사이를 구분하는 적당한 장치가 필요했고, 기존의 유리 커튼월이 있던 자리에 동일한 리브글라스 방식의 유리 스크린을 설치했다. 이는 옛 건물에 대한 오마주이자, 시선을 어느 정도 가리면서 영역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들의 중요한 요구 사항이었던 엘리베이터는 에어덕트 공간을 활용하여 별다른 구조 변형 없이 설치할 수 있었다. 평면을 구성할 때도 옛 건물의 설계 의도에 맞춰 구조적 역할을 감당하는 양쪽 트렁크 부분에 서비스 공간을 배치하고, 새로 만든 후면의 아트리움 쪽으로 공용부를 넓게 형성하여 건물 이용자의 쾌적성을 높였다. 그 밖에 대지 주변에 세워진 담장과 벽돌 외의 외장재 등에는 기존 벽돌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내후성강판과 검은색 발색 스테인리스를 사용했다.

 

 

공공건축의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설계 의도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면뿐 아니라 공사내역서 작성까지 꼼꼼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 일례로 벽체의 경우 공간에서 작성한 원도면에는 ‘적벽돌 마감’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겹겹이 쌓인 인테리어 때문에 속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철거 후 실제 상태에 맞는 적절한 해법을 공사내역서를 바탕으로 제시해야 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리모델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구조보강에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도 건물의 구조설계가 잘 되어 있어 철거 후 확인한 골조는 크랙이나 처짐이 거의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골조보강은 꼭 필요한 부분에만 탄소섬유로 보강했고, 외부에 치장벽돌이 침하되는 등 비구조 요소에 대한 구조보강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치장벽돌 내진보강까지 합리적인 선에서 완료할 수 있었다. 공사를 진행하며 겹겹이 쌓였던 마감재를 전부 철거하자 1~2층 내부에 최초 준공 당시 마감재로 썼던 적벽돌이 드러났다. 일부가 훼손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우리가 설계 과정에서 예상했던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담장과 건물 철거 과정에서 나온 적벽돌을 재사용하여 건물을 보수하고 필요한 부분은 다시 쌓았다. 시공사에서도 기존 벽돌에 붙어 있던 모르타르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거하고 재사용하는 번거로운 일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시공 중 예측 불가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리모델링 공사의 특성상 공사비 상승에 대한 압박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해당 프로젝트의 경우 팬데믹과 전쟁 등을 이유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부로 노출된 1층 바닥면의 적벽돌 포장처럼 일부 마감재나 디테일에서 처음 계획과 달리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모 과정에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실시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득 원작자의 이름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여기에 주눅들어 “우리의 생각을 억누르지 말고, 원작자의 건축적 의도는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하되 현세대의 의지와 디자인을 마음껏 펼쳐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오래된 건물을 고치기보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일반적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40년 된 건물을 오늘날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리모델링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옛 건물이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살아남은 만큼, 마을 입구의 오래된 버드나무처럼 앞으로 40년 더 지역 안에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 안광일 / 진행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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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건축사사무소 오막(안광일)

설계담당

최선걸

위치

강원도 춘천시 금강로 77

용도

업무시설

대지면적

1,321.39㎡

건축면적

482.25㎡

연면적

1,926.22㎡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주차

19

높이

19.77m

건폐율

36.5%

용적률

105.4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적벽돌, 발색 스테인리스스틸, 로이복층유리

내부마감

친환경 수성페인트, 자작나무합판, 압연강판

구조설계

(주)본구조안전기술

기계설계

(주)맥엔드엠이씨

전기설계

(주)인곡엔지니어링

시공

두일종합건설 합자회사

설계기간

2021. 6. ~ 9.

시공기간

2021. 12. ~ 2022. 11.

공사비

31억 원

건축주

신용보증기금


안광일
안광일은 건축사사무소 오막의 대표이자 대한민국 건축사다. 경기도 시흥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으며 건축, 인테리어, 전시 등 공간을 기획하고 만드는 다양한 일에 참여해왔다.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흙건축에 관심이 있어 건축사사무소 건축공방 무에서 일했으며 건축사사무소 케이아크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7년부터 독립하여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부여군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