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안 두 채의 집, 폐교 밖 세 채의 집
철원 양지리는 지금은 해제되었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는 초기에는 민통선 안에 있었던 선전마을이었다. 보통 서부에서 동부까지 DMZ 접경지역의 선전마을들에 가보면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무척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 그런 가운데 언뜻언뜻 스치는 긴장감과 생경한 모습들이 있다. 이제는 노령화 되어버린 양지리 마을에는 폐가도 많다. 양지리의 선전마을은 초창기에 지어진 것으로 두 가구가 한 채의 집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북한을 의식해서 그 규모를 크게 보이려 했던 것이다. 마을 바로 옆에는 거대한 토교저수지가 있다. 마을 가운데에는 허물어져가는 정미소가 있다. 정미기계들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토교저수지 너머는 바로 DMZ이고 북한의 땅과 초소들이 보인다. 인적이 드문 까닭에 가을부터 겨울까지 이 토교저수지에는 어마어마한 철새들이 도래한다.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도 많고 청둥오리나 심지어 독수리도 약 500마리 정도가 서식한다. 철새들이 이곳에 오는 또 다른 이유는 철원평야의 오대쌀 낱알이 주식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벽이 되면 토교저수지에서 잠을 자던 철새들이 깨어나 일시에 날아오르는 일대 장관을 볼 수가 있다. 낮에는 철원평야의 낱알을 주워 먹으며 소요하다가 저녁이 되면 저수지로 다시 돌아온다. 철새를 탐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생각보다 꽤 많다. 국내의 매니아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단체로도 많이 온다. 설계 당시까지는 철새 탐방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며 마을이나 철새에게도 불편을 끼쳤다. 양지리 폐교를 증개축하여 뿔뿔이 흩어진 철새 관련 시설이나 탐방 행태를 일괄적인 관리 체계로 만들고 철새보호 활동이나 환경연구 및 교육의 장으로 쓸 뿐만 아니라 양지리 커뮤니티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하는 참여 전문가들의 기획이 이루어졌다. 양지리는 폐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두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즉 폐교 운동장은 주민들의 지름길 통행로로 빈번하게 쓰이기도 했던 것이다.



폐교는 본래 아담한 초등학교였다. 두세 학급 정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폐교 우측으로 샌드위치 패널로 된 수련관과 식당동이 있었지만 이 역시 쓰이지 않고 있었고 잡풀이 무성한 채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였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올 법한 농촌마을 폐교 느낌이었다. 접경지역에는 선전마을이 많고 그래서 폐교들도 무척 많다. 양지리는 비교적 덜한 편이고 민통선 안쪽의 DMZ 바로 근처 마을로 갈수록 그 폐교들의 풍경은 정말 무섭다.
기획된 프로그램을 수용하기 위해 증축해야 할 공간이 꽤 많았다. 무너져가는 기존 샌드위치 패널 수련관과 식당동을 철거하고, 수련관의 기초 슬래브를 재활용해서 증축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적으로 지어졌던 기존 폐교사동과 수련관 기초 슬래브는 구조가 취약하다고 판단해 전체를 목조로 설계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도 결국 우리가 감리를 못하고 공사도 지역 업체에 가격입찰로 갈 것이 뻔해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설계를 꼼꼼하게 하고 견적을 잘 뽑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강당의 램우드는 많은 공을 들였던 부분이다.


화장실이나 철새 자료실, 강당 및 야외학습장을 별채 같은 개념으로 설계됐다.
폐교를 주인공으로 삼고 증축되는 모든 시설들은 뒤로 물러서게 배치했다. 화장실이나 철새 자료실, 강당 및 야외학습장을 별채 같은 개념으로 설계했다. 관리실과 연구실 그리고 철새 카페도 별채의 개념으로 폐교 안에 삽입하면서 폐교 안에 두 채의 집, 폐교 밖에 세 채의 집이 생기게 되었다. 화장실 좌측으로는 차후 사업인 영상실을 염두에 두고 비워놓았었는데 지금은 어느새 창고 건물이 들어서 있다. 운동장 동측에 있는 세 채의 작은 관사동은 방문객 숙소로 설계했다가 필요없다고 해서 소규모 야외 퍼걸러 교육장으로 쓰도록 설계했다. 얼마 전에 가보니 나도 모르게 숙소로 바뀌어 있다. 기존에 설계했던 숙소가 무색해졌다. 전체 조경은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과 허대영(조경설계 힘 대표)이 차후 사업으로 설계했지만 발주처가 지금 그걸 아는지도 모르겠다. 폐교 서측에 있는 카페 바로 앞에는 습지 연못과 정자가 설계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냥 흙마당이어서 카페가 좀 어색해졌다. 이 역시도 발주처는 모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잘 쓰이고 있고 요즈음 새 군수나 주민들의 철새에 대한 기대와 인식도 많이 좋아져서 앞으로 환경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진행 박세미>


양지리 폐교를 증개축하여 흩어진 철새 관련 시설이나 탐방 행태를 일괄적인 관리체계로 만들고 철새보호 활동이나 환경연구 및 교육의 장으로 쓸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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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6m2
769.02m2
804.3m2
지상 2층
5대
7.86m
10.13%
10.49%
조적조 및 경량목구조
적삼목 위 오일스테인, 알루미늄 시트
미송합판 위 오일스테인
(주)밀레니엄구조
2013. 11. ~ 2014. 6.
2014. 8. ~ 2016. 1.
19.8억 원
철원군
2016. 1.